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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간 지 30년입니다. 바로 30년 전 오늘 그는 갔습니다.
요즘 하는 말로 "한방에 훅 갔지요." 하지만 박정희는 갔으나 그의 시대는 가지 않았습니다.
광주의 무고한 사람들을 무수히 쓰러뜨리면서 '29만원의 주인공'이 권력을 차지했으니까요.

어쩌면 '박정희'는 아직도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독재엔 눈 감은채, 1인 종신집권 야욕도 덮어둔 채, 오직 경제성장만 주워섬기며
마치 경제성장은 박정희가 다 해놓은 양, 경제성장의 실제 주역인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박정희를 미화하는 사람들과 세력들이, 어쨌거나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류니까요.
게다가 박정희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존경받는(!) 대통령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답답한 마음을 추스리며 박정희가 "한방에 훅 간" 지 30년 되는 날을 기념(!)하여 몇자 적습니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 10월 하순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대통령이 시해(?)되셨다"며 애도의 묵념을 강요받았던 말도 안 되는, 슬픈 추억을 되살리면서, 돌아가는 세태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느끼면서, 몇자 적습니다.


    박정희가 좋은가? 경제만 살리면 된다? 스탈린은 어떤가, 히틀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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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 )


[ #1 ]  독재자에 대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답나?

쿠데타를 일으키고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만들고 국회의원도 스스로 임명하고 ... 했던,
절대권력을 휘두른 박정희가 아니었던가요? 최근에 읽은 유시민의 지적을 인용해 봅니다.


추억 속에서는 모든 게 실제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독재자에 대한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예쁜 추억으로 채색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군인 표 60만을 거의 통째로 도둑질한 것을 비롯해 관권-금권과 지역감정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불법적-비윤리적 수단을 다 동원했다. ... 상상할 수도 없이 추악한 선거전을 하고도 ... 김대중 후보에게 줄곧 끌려 다닌 끝에 겨우 95만 표를 더 얻고 당선되었다. 사실상 패배한 선거였다. 그 충격 때문이었는지, 그는 다음 해인 1972년 유신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를 해산했다. 그리고 유신헌법을 만들어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자기가 임명했다.   ( 유시민, 후불제민주주의, 180쪽. )


이런 사실은 다 잊어먹자, 그런 건가요?
독재에 대한 기억도, 독재자에 대한 기억도, 되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이라 이건가요?



[ #2 ]  1인 장기(종신) 집권 정당화 수단이었던 '경제'만 보자?

4.19 의거의 열기와 열망이 채 식기도 전에,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그것을 짓밟고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는 햇수로 19년 동안 장기 집권을 했지요.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서 장기 집권을 종신집권으로 이어가고자 했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고요.

박정희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기 내지 종신 집권이었다. 경제적 '실적 올리기'도 이를 위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납치, 고문, 암살, 매수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였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 도덕과 윤리 없는 '실리'를 절대화했다는 것이다.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자를 밟아가며 나만 잘 살려 하는 것이 그 시대의 '고귀한 이상'이 됐다.   (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35-36쪽. )
 
자꾸 경제성장을 이야기하지만 경제성장이라는 것도 독재와 장기 집권에서 시선을 돌리고자 하는 일종의 '야바위'에 가깝습니다. 납치, 고문, ... 등의 일상화! 그러면서 '숫자 놀음' '실적 놀음'을 하는 거죠. 그런데도 그 '경제'를 찬양해야 할까요? 자신이, 또는 자신의 가족이 납치, 고문, ... 된다고 해도 경제성장을 찬양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박노자의 말대로 "도덕과 윤리 없는 실리의 절대화"...! 이 미신은 2008년부터 대한민국에 제대로 휘몰아치고 있죠.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경제만 살리면 되지!"라는 말로.



[ #3 ]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박정희라니!

저 역시 박정희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손꼽아지는 데에는 황당함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언론과 방송이 고생이 많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류에 의해 불어넣어지는 '신화'가 먹혀들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박정희 시절) 국민은 아주 가끔씩 주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국민들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뽑았고 이 대의원들이 서울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했다. 예를 들면 1978년 7월 6일 오전 10시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박정희 후보를 제9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 투표에 참가한 대의원 2578명 중 2577명이 박정희 단일 후보를 지지했다. 나머지 한 표는 반대가 아니라 무효였다. ...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 공산당의 위협에서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것을 명분으로 유신체제를 만들었지만, 정작 그가 만들고 운영한 선거제도는 공산당 일당독재만도 못한 것이었다. 이런 것에 과연 선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이런 일을 한 사람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나는 모르겠다.   (유시민, 후불제민주주의 48-49쪽. )

2578명의 대의원이 체육관에 모여 2577명의 찬성으로 대통령을 추대하는 유신 체제는 1당 독재라는 말도 아깝습니다. 장기집권, 종신집권을 꿈꾸는 1인 독재, 절대권력, ... 이라고 불러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독재자, 절대권력자를 떠받들고 찬양하고 미화하고 있는 게 우리의 슬픈 현실입니다.


[ #4 ]  경제성장을 했으니 박정희를 찬양? 그렇다면 스탈린을 신격화(!)하라!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경제성장이 모두 박정희 덕분이라고 찬양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 저것 다 접어주고(?) 경제만 키웠으면 된 거 아냐? 라는 논리죠. 그런 논리로 결국 "경제살리기" "747 공약"을 노래부른 그 분을 떠받들고 있는 것이겠죠.

그들 논리대로라면, 스탈린을 신격화하는 건 어떨까요? 경제성장에 관한 한, 스탈린은 신격화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경제성장 차원에서만 본다면 스탈린은 세계 정치 지도자 가운데 가장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할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인물이다. 스탈린은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봉건국가이던 러시아를 30년 만에 미국과 경쟁할 수 잇는 고도로 발전된 산업국가로 만들었다. 스탈린 치하에서 ... 러시아는 1950년대에 이르러 우주선을 발사할 정도로 국력이 커졌다.   ( 신광영, "밥으로 따지면 스탈린이 최고 지도자," 한겨레21, 782호, 60쪽. )

박정희가 집권한 대략 20년의 시기에 우리 대한민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만, 그것이 박정희 덕분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임금에 시달리며 생계비를 벌고 동생들 학교 보내느라 기계처럼 일한 우리의 선배들 덕분이라고 봅니다.


[ #5 ]  경제성장이면 만사 OK? 그렇다면 히틀러를 찬미하라!

스탈린이 '공산주의자'라서, 아무리 경제성장을 했어도 찬양이 어렵다면, 히틀러를 찬미하는 것도 좋겠군요. 경제에 관한 한, 1930년대 중반 독일에서 완전고용을 실현했으니까요.

실제로 나치의 경제 정책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33년 2월 히틀러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앞으로 4년 안에 완전고용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 그 약속을 히틀러는 지켰다. 1936년 미국의 실업률이 20퍼센트였던 데 반해 독일에서는 완전고용을 넘어 일부 분야에서는 노동력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다.   ( 황광우,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121쪽. )

히틀러에 비하면 박정희는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어떤가요? 히틀러도 찬양을 좀 해보시죠? 제가 보기엔 박정희를 찬양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영혼을 팔아치운 경제성장을 미화할 수는 없습니다.
종신집권을 위해 매달린 숫자 놀음과 실적주의에 현혹되어 독재를 찬양할 수도 없습니다.
집권 기간에 경제성장이 있었다고, 실제로 뼈빠지게 일한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종신집권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절대권력자를 찬미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은 경제도 정치도 민주주의가 우선인 21세기 현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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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는 달리, 10월 26일에 박정희가 언론과 방송 매체를 도배하지 않는 것은 참 좋군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이 1909년 10월 26일이었으니까,
올해는 꼭 100주년이 되는 해군요. 기념우표까지 발매되는 등 기념행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 박정희를 "기념"하거나 "추모"하는 꼬락서니를 보지 않아서 좋은 면도 있습니다.
아.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기개 앞에 머리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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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26 월 13:20 ... 13:40  인용입력
2009 1026 월 15:15 ... 16:15  비프리박


p.s.
어린 시절 들은 박정희 "시해"라는 말이 참 웃깁니다. 왕조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용어지요.
시해(弑害)는 왕이나 부모를 살해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박정희가 부모는 아니었으니(!) 그렇다면 '왕'이란 이야기인 걸까요? -.-a
아니면 '왕'으로 모시고 싶다는 이야기인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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