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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찬밥 신세가 되고 있습니다. 걷는 중에 통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니 어느 새 걸으면서 DMB로 드라마를 보고 인코딩한 영화를 봅니다. 걷는 중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가 싶었는데 어느 새 걸으면서 실시간 메신저(예컨대, 카카오톡) 입력창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걷는 중에 뭔가를 해야 하는 존재가 된 걸까요. 왜 걷는 거 자체에 열중할 수는 없게 된 걸까요.


찬밥 신세가 되어가는 걷기를 봅니다. 헬스클럽에 차를 몰고 가고 출입문에서 가까운 곳에 차를 대려고 빈 자리를 찾는 것은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실시간 3G, WIFI 접속이 가능해진 후로 리얼타임 네트워킹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걷는 중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고 소셜 네트워크로 온라인 채팅을 합니다.

네트워킹이 걷는 중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걷기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걷기란 게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하는 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걷는 중에 더 이상 앞을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을 안 보고 걸을 순 없습니다. 의식적으로 보지 않는 한 보아도 보는 게 아닙니다. 보아야 보이는 겁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다가 헛디뎌 넘어지는 사람들을 점점 더 목격합니다. 십중팔구는 핸드폰 액정창을 들여다 보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걷는 중에 앞을 보지 않으면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위험합니다. (이런 사실을 말로 해야 하는 세상이 되다니! -.-;)

걷기가 그 자체로 몰입하고 집중할 대상이 왜 아닌 걸까요. 걷기가 왜 느낄 대상이 아닌 걸까요. 발과 다리와 몸이 움직이는 느낌,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땅바닥의 느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 그 바람에서 묻어나는 계절의 느낌, ...은 언제부터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버린 걸까요.



얼마전부터, 걷는 중에는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걷는 중에는 노래를 듣는 이어폰을 빼서 가방에 넣고 있습니다. 걷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발로 느끼고 몸으로 느끼고 얼굴로 느끼고 귀로 느끼는 걷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런 걸 느끼고자 한다면 변태 소리 듣게 되는 건 아닐까요? ^^;

최근 들어, 일부러 걷고자 하는 거리를 좀더 늘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식 당할 수 있는 도보 거리를 버스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시간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 걷고자 하는 제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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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15 목 16:20 ... 17:2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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