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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전날,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만듭니다. 그녀와 두어 차례 장을 봐다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장만합니다. 나물을 볶고 탕국을 끓이고 ... 거의 모두 그녀가 합니다. 저는 전을 부칩니다. 처음에는 반죽의 비율을 몰라 그저 프라이팬에 부치는 일만 하던 제가 이젠 반죽부터 척척 잘도 갭니다. ^^ 그리고 설거지는 가능한 한 제가 합니다. 식기세척기를 돌릴 때도 있고 직접 설거지를 할 때도 있습니다.

설날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다가 명절 음식 만들기에 관한 몇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습니다. '음식 하기 싫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명절 음식, 얼마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단지, 노동(력)이 돈으로 값이 매겨지고 교환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하게 된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고 저에게 "부치기 싫으면 전 부치지 마"라고 한다면 제 생각의 수박을 겉만 핥으신 겁니다. (^^);

 


    전 부치다 든 생각 - 명절 차례, 기일 제사, 음식은 꼭 손수 만들어야 할까?

명절 전 부치기는 제 차지입니다. 물론 설거지도 거의 제 차지입니다.
처음에는 반죽의 비율을 몰라 그저 프라이팬에 부치는 일만 하던 제가
이젠 반죽부터 척척 갭니다. 가까이 계시면 전 좀 드시라고 하련만. ^^



사과의 예.

우리는 명절 차례상에 또는 기일 제사상에 올릴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 나무를 재배하진 않는다. 과수원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그런 일은 없다. 시장에서, 대형 할인점에 사과를 구입한다.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노동력과 그럴 시간도 없지만, 그럴만한 땅도 없다. 차례상과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사과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 어느 누구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성의'의 문제?

명절에 쓸 전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할까. 일단, '성의가 없다'는 생각을 할 듯 싶다. 그런데 과연 그게 성의가 없는 걸까. 시장에서 누군가 부쳐 놓은 전을 '구입'하기 위해선 적정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은 어디서 온 걸까. 차례를 지내고 제사를 지내는 누군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아닌가. '성의'를 이야기 하자면 '성의도 이런 성의가 없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구입하면 비싸다?

명절에 쓸 전을 구입하면 '비싸게 먹힌다'는 생각도 가능하겠다. 그런데 과연 그게 비싸다고 할 수 있을까. 직접 전을 부칠 경우의 식재료 구입비를, '기성품 전' 가격에서 빼면, 누군가 전을 부친 '노동력' 값이 나온다. 예컨대, 전을 부치기 위한 식재료 구입비가 1만원이고 시장 튀김집에서 구입한 '기성품 전' 가격이 1만 5천원이라면, 차액 5천원을 '전 부치는 노동력에 대한 보상'으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 비용만 생각해 본다면, 이게 과연 '비싸게 먹히는 비용'일까? 이게 '비싼 노동'이었다면 다들 전을 부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심한 예로, 이게 부가가치가 높은 일이라면 '통 큰 오징어전' '통 큰 고구마전' 같은 게 출시되었어야 맞는 게 아닐까. 시장 통의 어떤 아주머니가 자신의 전 부치는 일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안달나 하지 않는다면, 대형 할인점들이 전 부치는 사업에서 불꽃 튀는 전쟁을 벌이고 있지 않다면, 전 부치는 일은 고부가 가치 사업이 아니란 게 내 판단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 '전을 부친 노동력'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은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성'의 문제, 한 땀 한 땀?

전을 직접 부치는 일의 '정성'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한 땀 한 땀, 뭐 그런. ^^ 이것은 앞서 말한 약간 경제적인 '성의'와는 좀 다른 측면의 이야기다. 후손이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가짐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드는 의문은 두 가지다. 직접 전을 부칠 수 없어서 전을 구입하는 사람은 '정성'이 부족한 것인가 하는 물음이 하나이고, 앞서 예로 든 '사과'는 그러면 '정성'이 부족한 것인가 하는 반문이 다른 하나이다. 

똑같이 구입한 전이라도 그것을 구입하는 사람이 처한 (전을 직접 부칠 수 있느냐 없느냐 같은) 상황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말이 되는 걸까. 그 '상황'이란 것이 허용하는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보다 조상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전을 올리는 마음이 아닐까. 전을 부칠 수 있었음에도 전을 구입한 게 아닌가 하는 문제보다, 상에 전을 올리는 마음가짐 말이다.

그리고 앞서 예로 든, 사과 나무를 재배하지 않고 사과를 구입하는 게 '정성'이 부족한 게 아니라면 전을 부치지 않고 전을 구입한다고 해서 '정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상에 올리려고 사과를 사는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닐까. 그리고 솔직히 '정성'에 관해 말하자면, 누군가 열심히 일해서 번 피 같은(?) 돈을 내고 전을 구입하는 것만큼 '정성'이 깃든 일이 있을까. 우리가 자신이 번 돈을 아껴 쓰는 존재라고 할 때 말이다. 


           *           *           *           *           *           *           *           *


물론, 다음 명절이나 제사에 또 음식을 직접 만들고 손수 전을 부치겠지요. 명절 연휴에 해외 유명 관광지로, 국내 관광 명소로 몇박 몇일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명절 당일을 맞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현실. 저희는 명절 전날과 당일은 아마도 집에서 보내겠지만 전을 시장에서 구입하는 문제는 그때마다 계속 머리 속에 떠돌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적자면, 이 포스트를 '전을 안 부치겠다, 음식을 안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으셨다면 당신은 수박 겉핥기 종결자(!)이신 거구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노동(력)이 돈으로 값이 매겨지고 교환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전 부치는 일, 음식 만드는 일에 포개고 있는 우리의 생각은 과연 일관성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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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205 토 10:30 ... 12:0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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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5 14:26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08 17:52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하하. 전 부치는 남자들이었군요. ^^

      아. 전혀 못 드실만큼 기름 냄새를. ㅜ.ㅜ
      다행히 저는 중간중간에 신선한 공기를 마셔서인지
      잘 먹습니다. 혹시 먹성이 좋은? ^^;

      제사와 차례의 의미가 많이 희석되어왔죠.
      아마 앞으로도 더 희석될테구요. 그러면 어떤 모습이 될지 사뭇 궁금합니다.
      그냥 개인적으로는 (어떤 범위가 되었든) 가족과 친족들이 모이는 기회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범위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큰 집 식구들끼리만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죠.

      제사와 차례에 깃든 샤머니즘적 요소.
      맞습니다. 현대적이지 않죠. 어떻게든 우리가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긴 합니다만.
      흐으. 여기서 조선시대를 읽어내시다니 멋지십니다.

  2. BlogIcon 신기한별 2011.02.05 15:1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3. BlogIcon 비바리 2011.02.05 20:30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전 전문 매장이 생겨날 정도로
    명절에는 인기리에 팔린다네요.

    집에서 부치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대다수의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정답은 없는것 같아요
    선수 부치기
    사서 올리기..
    으`~`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08 18:1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전 자체의 인기가 대단하죠.
      시장통에 있는 전 집(점 집 x) 말고도
      전 점문점이란 곳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집에서 전 부치는 데 들어가는 식재료비(인건비 제외하고)만 놓고 볼 때도
      전 집에서 전을 사오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 진작에 들었습니다.
      누군가 일한(전 부친) 비용이 꽤나 적은 축에 속한단 이야기죠.
      비싸서 전 못 산다고 하는 건 좀 아니란 생각을 해요.
      물론 럭쪄리한 집에서 전을 사오는 경우라면 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요. ^^

      흐흠. 역시나 답은 없는 거겠죠.
      본인이 판단할 뿐. ^^

  4. BlogIcon G_Gatsby 2011.02.05 21:3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갈수록 명절 분위기가 사라지는것 같습니다.
    가족이 적기도 하고, 모인다는 것이 만만치 않거든요.
    우리 민족에게 명절이란, 서로간의 안부와 밀려두었던 정을 나누는 것이죠.
    함께 어우려 먹는다는 것 만큼 행복한 것도 없는것 같습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08 19:31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맞습니다. 가족도 적어지고 모이는 것도 힘들어지고 ...
      많은 음식을 해야할 의미도 줄어들죠. 쌓아뒀다 버릴 일 없잖아요. 그쵸.

      이제 명절은 그저 잠깐 모여본다는 정도의 의미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잠깐도 힘든 삶들을 살고 있으니, 산다는 게 뭔가,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5. BlogIcon Slimer 2011.02.05 22:3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요즘은 점점 전을 직접 부치나 사서 올리나 그 의미가 많이 바랜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온 어르신들은 조상님에 대한 예로 직접 부쳐서 올리기를 고집하시곤 하시죠.

    그런데, 요즘 명절 문화가 많이 바뀌다 보니 이 정성에 바람 빠지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사를 올리는 소위 '큰집'의 사람들만 죽어라 음식장만 하고, 여타의 친지들은 시간맞춰 와서 절만 하고는 다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우라지요.

    정성도 정성이지만, 함께하는 데 더 의미를 둔다면, 굳이 사지 않아도 충분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명절'의 의미를 알고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08 19:3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의미를 갖다 붙여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사과나무를 재배하지 않는다면 사과는 사서 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사과의 예랑 다른 음식의 예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구요.

      하하. 그 바람빠지게 만드는 경우요. 흐으. 잘 압니다.
      큰 집 사람들이 돈 들여서 식재료 구입하고
      큰 집 사람들이 음식 만들고
      그외 친척들을 얼굴 내밀고 한끼 식사하고
      후다닥(핑계는 많습니다만) 사라집니다.

      명절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명절 때마다.

  6. BlogIcon 지구벌레 2011.02.06 00:5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포스팅이네요.
    저도 늘 명절에 전을 같이 부칩니다만..
    가족들이 함께 나눠먹을 음식을 사서 먹으면..
    웬지 좀 허전할 것 같긴합니다. 저희집은 제사도 안지내거든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08 19:35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 제사를 안 지내시는군요. 요즘 그런 집들 많습니다.
      가족들끼리 모이는 시간을 갖고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고 ...
      하는 시간의 의미로 명절이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직접 만들어 먹는 게 나을까요. (상상을 해봅니다.)

  7. BlogIcon mingsss 2011.02.06 20:3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도, 녹두전, 생선전, 동그랑땡, 굴전 등은 제 몫입니다 -_ㅜ
    덕분에 명절 전날엔 평소와 달리 아침부터 바쁘죠 ㅎㅎ
    은근한 불에 느긋하게 부쳐야만 노릇노릇 맛있는 전이 만들어지니까
    영화라도 시청하면서 -.- 천천하고 꾸준한 반복노동을 합니다.
    엄마는 본인은 성격이 급해서 못한다는 핑계로!!! 저한테 일임하셨죠.
    (그런점에서 전 성격이 하나도 안급해서 적성에 딱맞음 ㅋㅋ)
    전을 사먹어 본적은 있는데,
    인건비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먹는게 더 쌀 수도 있겠군요.
    물론 맛은 나름 집안의 전통이 담긴 우리집전이 훨씬 맛있지만요.
    하지만 명절 하루,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주로 잔소리 크리를 당하지만 ㅋㅋㅋ)
    이리저리 그간 오랜시간 잡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 하면서
    다른 가족사에 대해 듣는 재미가 있기에, 저는 음식은 직접 하는 편이 좋아요. ㅎㅎ
    친척들끼리 분담을 하게 되면 또 그렇게 할 일이 엄청 많은건 아니거든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08 20:4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명절 전날 바쁜 거, 다음날 몸의 피로로 오진 않는지? ^^;

      네가지 전을 책임지는 밍스 선생인 거였군.
      나는 모든 전을 책임진지 이제 몇년차인지. 크흑.

      아. 전을 부치는 노하우를 정확히 알고 있군. 역시.
      은근한 불에 느긋하게 여러차례 뒤집어가며 부쳐야 예쁜 전이 나오지.
      센 불에 빨리 빨리 부치면 색깔부터가 안 곱다능.
      흐으. 그래서 역시 성격의 문제가 개입, 급한 분들은 전을 남에게 넘기시지.
      이런 게 책임'전'가인 건가. 하핫.
      나 역시 성격상 전이랑 잘 맞는 편임. 흐으.

      이런 저런 여건과 분위기만 맞으면 전을 부치는 것도 좋지만
      그와는 별개로 요즘은 굳이 부쳐야 하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해.
      부치기 싫다는 뜻은 아니고 사다 올리는 게 한둘이 아닌데 전은 왜 예외냔, 그런 생각.

  8. BlogIcon 예문당 2011.02.06 21:3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도 전 열심히 부치고 왔습니다.
    그럴 때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드는데요..
    가족이 함께 모여 도란도란... 상에 올리고 당일 먹을 정도만 살짝 부치면.. 재미로 끝날 수 있는데요..
    며칠동안 먹고 다 싸줄만큼 만드시면 재미에서 끝날 수가 없습니다.
    한사람 희생해서 여러사람 좋자는건데... 희생하고... 허리아파서 너무 고생을 했습니다.
    조금만 하고... 남은 시간에 모두 모여 즐겁게 보내면... 명절이 두려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프리박님께만... 속내를 전할 수 있겠죠.
    다음 명절에 또 두려운 마음으로 전을 부치겠지요. ^^;

    한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08 20:51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전 부치면서 이런저런 생각 들죠. 저는 '일관성' 생각을 했습니다.
      다 사다 올리면서 왜 직접 부치는 걸 정하는가 하는 그런 생각요.

      물론 저 역시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는 건 좋아합니다.
      근데 서너시간 전만 부치고 있다 보면 이거 왜 이렇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좋은 대화의 시간과 만남의 기회를 갖는 쪽으로 생각하면 좋지만
      현실이 꼭 그런 쪽으로 부합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또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꼭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들도 있고. 흐으.

      이런 저런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게 바로 명절인 것 같습니다. ^^;

  9. BlogIcon 흰자노른자 2011.02.07 01:09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네명이 차 하나를타고 미국을 횡단하려는데 나혼자 끝까지 운전을 해야한다면 곤욕이겠지요.
    네명이 돌아가면서 운전을 해줘야 서로 부담도 덜느끼고 여행이 재밌을겁니다.

    하지만 네명이 모두 운전하는데도 도저히 힘이들어서 못하겠다면, 돈을 좀더 거둬서
    장거리 전문 드라이버를 구할수도 있고 아니면 경비행기를 타고 금방 갈수도 있지요.
    물론, 네명이 직접 운전을 해서 횡단할때가 확실히 보람이 더 클겁니다. 고생과 보람은 비례하잖아요.

    이 경우에서의 "보람"이 제사상 차리는 일에서의 "정성"이라 느끼는거죠.

    보통은 며느리들이 음식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전 부치기 같은 힘든일을 모두가 나눠서 재밌게 해왔다면
    전을 사야되냐마냐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가족구성원이 분담해도 힘든 양이라면 "살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어머니와 아들만 있는 집안의 예가 그렇고)
    또 항상 직접 부치다가 어느 명절에는 지겨워서 한번씩 살수도 있습니다.
    대신 "보람"은 감소합니다만, "경비행기를 타서 단축되는 시간" 만큼의 "해방감의 행복"을 맛볼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의 집안은 아직 제 어머니 세대까지는 여자들이 다 하는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불만이라서,
    비록 지금은 아직 제가 힘이 없기에 가만있지만 제 대(代)에서 그 인습은 끊길겁니다.

    "오징어전은 니가 고구마전은 내가" 자리를 교대하면서 부치는 방법,
    아니면 벌초하는것처럼 명절때마다 돌아가면서 전을 부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어떻게든 일을 분담하게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면에서 비프리박님은 good example을 보여주시고 계십니다. 바로 저의 선생님이십니다 ㅋㅋ
    (하지만 저는 설거지는 싫어해서, 전부치기와 "설거지말고 다른 힘든것"을 하겠습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11 19:3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장거리 여행에 돌아가며 운전이라...
      비유가 적절하네요. 운전을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돌아가며 해야
      부담이 한 사람에게 쏠리는 일을 막겠죠.
      흠흠. 장거리 전문 드라이버도 괜찮겠고 비행편도 좋겠네요. 열차편도 있구요. ^^
      그래도 힘든 길 함께 고생하면 가는 것이 기억에도 남고 보람도 있죠. ^^
      이 보람은 제사상에서의 정성과 통할 법 합니다. 맞습니다. ^^
      저는 그 정성을 좀 희석시켜도 되지 않냐 하는 것이었고
      사실 다른 부분에서는(사과의 예) 많이 희석되어 있기도 하죠.
      보람은 감소하겠지만 행복감은 늘어날 수도 있고요.
      착착 비유까지 해가면서 짚어주시는 거 보니 우리가 많이 통하는 듯. ^^

      흰자 노른자님 대에서 '한쪽에 몰아주기' 인습은 끊어주시면 좋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선배가 되는? 핫. (선생님은 좀 무겁고요. 큭큭.)
      전은 돌아가며 또는 나눠서 부쳐도 좋지만
      안 부치고 사 온들 어떠랴 하는 안(安)을 살포시 고려의 대상으로 제출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고민꺼리와 결단꺼리들은 좀 있는 편입니다.
      시간이 고민을 해결해주겠죠. 결단도 현실화시켜줄 테구요. ^^

  10. BlogIcon 특파원 2011.02.07 01:1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제사라 함은 돌아가신분을 기리는 목적이 크다 하겠는데요.
    생전의 그분의 뜻을 기린다는 의미는,가령 추억이라든가 아님 사랑했던 기억이라든가..뭐 그런...

    암튼 음식을 만들면서 마치 살아계신 분에게 대접하듯 하는데 우리 조상들의 의미가 깊은 듯 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남녀의 분담역활마저 사라져 버린 지금...제사라고 변질 되지 마란 법이 있는가 싶네요. 제사도 지역마다 다 달라서 제사흉은 보는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제사 법도(法道) 또한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면 시대에 맞게 변질되었다고 해서 딱히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댈순 없지 싶네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산 사람에게도 잘할 여유가 없는데 죽은분들께 정성이 들어가면 얼마나 들어가겠는지요! 편하게 삽시다요...^^*

    명절 잘 보냈는지요?
    오랜만이죠? 그래도 전화로 목소리 튼 사이인데 너무 제가 소홀했네요.
    죄송합니다....꾸벅!

    새해에는 하시고자 하는일 모두 소원 성취 하시길 바랍니다.
    새해엔 자주 뵈요 우리~~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12 09:5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음식을 꼭 직접 만들어 먹어야 맛있는 건 아니겠지요.
      물론 함께 만들고 대화하고 앞서 간 사람들 생각(추모)하는 것도 좋겠지만요. ^^

      근본적으로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것이 큰 목적이지
      어떻게 식재료를 음식으로 바꾸어내느냐 하는 방법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요.
      현대적 의미 변화가 외피와 심층 양면에서 일어나고 있단 생각을 하게 되구요.

      덧) 명절은 그럭저럭 바쁘게 보냈습니다.
      이리저리 쉬긴 좀 했지만 책 한 자 못 읽고 지나간 명절 연휴였습니다. ㅠ.ㅠ

      새해엔 좀더 자주 뵙길 소망해 봅니다.
      물론 하시는 일, 바라시는 일 잘 되기 바라고요.

  1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2.07 17:33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희집은 명절날 음식준비가 전 부치는 것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전을 부치다 = 명절 시작!! 의 느낌이 강합니다.
    전을 부치면서 작은 상에 막걸리 한잔씩 하며 명절 기분을 내는 것이지요.

    몇해전부터 전담당 2호(?)로 지정되어 기름냄새 맡아가며 열심히 전을 부치고 있지만,
    명절문화는 집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을 사게되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장보고 상차리는 수고조차도 조상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들거든요.

    • BlogIcon 비프리박 2011.02.12 10:1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하하. 저랑 같으시군요.
      저에게 명절은 전 부치는 일로 시작됩니다.
      그 와중에 막걸리 한잔 기울이면서 전을 부칠 걸, 하는 깨달음이 뒤늦게. ^^

      전담당 1호분은 혹시 어머니일까요? ^^a
      저는 저희집 전담당 1호입니다. 남자이지만. ^^

      맞습니다. 장보고 상차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조상님에 대한 예의라고 할 수 있죠.
      꼭 직접 모든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은 좀더 희석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상에 올리려고 사과나무를 재배하는 집이 없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