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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수'는 대세인가? 쌍수는 쌍꺼풀 수술의 줄임말입니다. 하도 널리 유행하다 보니 이제 쌍꺼풀 수술을 쌍수라고 줄여 말하는 것이 보통이 되어버렸습니다. 의학적으로 쌍꺼풀 수술이 필요한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쌍수를 받는 모든 사람이 의학적으로 시술이 필요한 사람은 아닙니다. 소위 '예뻐지기 위해서' 혹은 '예뻐 보이기 위해서' 쌍수 시술을 받는 일이 대세가 되어감을 실감합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눈을 감아도 펴질 줄 모르는 쌍꺼풀들을 봅니다. 감은 눈두덩을 지나가는 깊은 칼자국, 내리 뜬 눈꺼풀 위로 선명하게 보이는 붉은 실 같은 자국.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도 한 방학에 두어 명은 이삼주 결석한 후 부은 눈을 하고 나타납니다. 한달이면 빠진다는 붓기가 반년이 지나도록 안 빠지는 경우도 봅니다. 성형수술 자체가 나쁘다거나 쌍수의 부작용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주관적 가치입니다. 누구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대상이 다른 이의 눈에는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그래야 하고!), 누구 눈에 별반 감흥이 없는 무언가가 다른 이의 눈에는 비할 바 없는 아름다움으로 비쳐 지는 게 맞는 것이지요. 얼굴이 둥근 사람은 둥근대로, 키가 작은 사람은 작은대로, 각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고 그리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홑꺼풀도 여기서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선 언젠가부터, 그것이 사람의 몸에 관한 것인 한, 아름다움이 획일적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코는 이래야 하고 눈은 저래야 하고 또 턱은 어때야 한다는 식으로, 미적 기준을 획일화합니다. 예쁘다는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이 엇비슷한 모습이 되고, 주변의 평범한 처자들 또한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향해 달려가기를 강요받습니다. 수백 수천 만원씩 들여 '대형 공사'(?)를 하는 경우도 가끔 봅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자신의 개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흐르고 어떤 외적 기준을 따라 가는 것이라면 그 척도는 '권력'이자 '폭력'이라 불러야 맞습니다. 물리적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도 결국은 '폭력'이지만, (주로) 여성들을 온갖 성형수술로 몰아가는 것 또한 '권력'이자 '폭력'인 것이죠. 앞서 적은 쌍수 시술을 받은 분들만 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티비 속에 나오는 여성들의 얼굴을 보면서 가끔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핏 봐도 엇비슷한 얼굴과 이목구비라는 점도 그렇지만, 나이 육십 넘은 여성 연예인이 여기저기 점토를 덧바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나올 때는 젊거나 예쁘단 생각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나이 먹어가는 아름다움 같은 건 시궁창이나 쓰레기통에 처박힌지 오래인 걸까요. 따지고 보면 여성 연예인들도 피해자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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