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행동은 충동과 욕구라는 두 가지 원천에서 비롯한다. ...
인간은 본능적으로 특정한 목적을 지향하는 욕구 대신에 특정한 행동을 지향하는 충동의 지배를 받는다. ... 음식을 먹고 사랑을 나누고 말다툼을 하고 허풍을 떠는 등 인간의 행동을 촉발하는 것은 어떤 목적이 아니라 충동일 뿐이다. 
(이 책, 26, 27쪽, <1장. 성장의 원칙, 충동과 욕구>에서)

충동? 전쟁을 하는 이유가 충동 때문? 그렇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걸로 전쟁이 설명될 수 있을까? 내심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읽기 시작했는데, 거창한 질문을 던지더니 내놓은 답은 '꼴랑 이게 다야?' 싶은 그런 책입니다. 소문난 잔치라는 말이 떠오르는. -.-;

버트런드 러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이순희(옮김), 비아북, 2010.   * 본문 243쪽, (옮긴이의 말 포함) 총 246쪽.
* 원저 - Bertrand Russell, Why Men Fight?:A Method of Abolishing the International Duel, 1917. ( 서지사항 보기 )

버트런드 러셀의 명성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버트런드 러셀이라고 해도 20세기 초라는 시대적 한계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그 시대에 대중의 열광을 받았다고 해도 그건 그 시대였으니까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고, 영국의 백인 남성이라는 존재를 벗어나 사고하기 어려웠던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게 옳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미션 도서로 읽게 된 책입니다. 읽은 시간은 아깝지만, 그나마 제 돈 들여 구입한 책이 아니어서 조금은 다행입니다. 2010년 9월 20일(월), 24(금), 25(토) 해서 3일간 읽었습니다. 중간에 3일은 추석 연휴였죠. 연휴 기간 중에는 전혀 책을 읽지 못 했네요.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4점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려면 표지나 제목을 클릭하세요.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읽어내기 힘든 버트런드 러셀의 100년전 강연집.


전쟁을 하는 이유가 충동 때문? 그렇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걸로 전쟁이 설명될 수 있을까?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거창한 질문을 던지더니 내놓은 답은 '이게 다야?' 싶은 그런 책.
거기에 번역까지 겹쳐 독자의 머리에는 쥐가 나고 독서는 미궁 속으로. ㅜ.ㅜ


 

1. 이 책은?

이 책은, 번역자의 말대로, "1차 대전의 참화와 꽃 같은 젊은이들의 희생, 인류 문명의 파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러셀이 1915년부터 1916년 사이에 이런 주제로 강연을 하고 그 강연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추천의 글 - 리처드 A. 럼펠
1장 성장의 원칙, 충동과 욕구
2장 왜 사람들은 국가에 순종하는가? - 국가의 역할
3장 전쟁은 제도다 - 전쟁의 본질
4장 행복의 조건을 찾다 - 소유과 분배
5장 희망과 두려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교육의 원칙
6장 여성, 권위에 맞서다 - 결혼과 인구 문제
7장 천년왕국의 붕괴, 그 이후의 세계는? - 교회와 종교
8장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옮긴이의 말
 
 
2. 먼저 우리말 번역서 제목부터 좀.

이 책은 버트런드 러셀이 1차대전을 바라보면서 했던 강연을 글로 엮은 책이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로 번역할 게 아니라 "왜 인류는 전쟁을 하는가?"로 옮겼어야 맞다고 본다. 번역이 단순히 단어 바꿔치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3. 과연 "왜 인류는 전쟁을 하는지" 버트런드 러셀은 밝힐 수 있을까.
 
개인간 싸움의 이유도 아니고 1차대전의 이유도 아니고 왜 인류가 전쟁을 하는지 그 이유를 밝힐 수 있을까. 개인간 싸움의 이유는 쌍방간 진술과 상황을 짚어보면 알아낼 수 있고, 1차대전의 이유라면 역사-사회-정치적인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전쟁 동기를 밝혀낼 수 있다. 하지만 인류가 왜 전쟁을 하는지, 어떻게 밝혀낼까. 오히려 이런 논증의 영역을 벗어난 질문은 답이 너무 많거나 너무 뻔한 답이 나오는 게 아닐까. 버트런드 러셀은 그 문제에 손을 댄다.


4. 전쟁을 하는 이유는 충동? 뭥미?

전쟁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사실은 경제적인 것이나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국제적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구상하는 기술적인 어려움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전쟁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사실은 인류의 대부분이 화합보다는 충돌을 지향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으며, ...
(111쪽, <3장. 전쟁은 제도다>에서)
 
인용은 3장에서 했지만, 책의 초입부터 줄곧 버트런드 러셀은 충동을 전쟁의 이유 혹은 동기로 지목한다. 충동? 러셀은 전쟁의 심리(학)적 동인(動因)을 찾은 것이었던가. 충동이라? 너무 뻔한, 하나마나 한 지적이 아닐까. "인류는 왜 전쟁을 하나?" - "충돌을 지향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뭥미?) 이런 식이라면 이런 문답도 가능하겠다. "인간은 결혼을 왜 하나?" - "가정을 꾸리고 싶은 충동 때문이다." 라든가, "인류는 왜 사회를 형성하나?" - "무리 생활을 하고 싶은 충동 때문이다." 라든가. 이런 언설은 어차피 논증이 불가능하다. -.-;;;
  

 
5. 간혹 만나는, 참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프랑스는 가장 문명화된 민족으로 통한다.
(88쪽, <3장. 전쟁은 제도다>에서)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라고 적고 있지만 그건 버트런드 러셀의 생각일 뿐이다. 그래, 프랑스가 "가장 문명화된 민족"이어서 베트남을 그렇게 오랜 세월 식민지배했던 것인가. 베트남을 비롯한 프랑스의 식민통치 역사에 대해 눈감지 않고서야 어떻게 프랑스를 "가장 문명화된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같은 "문명화"의 개념이야 말로 서구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아니었던가. 여기서 나는 버트런드 러셀이 서 있는 지점, 그의 정치적 입장을 읽는다. 찬찬히 읽다 보면 이 책에선 버트런드 러셀의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장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까지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긍하기 힘든 주장들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6. 읽고 또 읽어도, 원문을 상상하며 읽어도, 뜻이 알쏭달쏭한 번역 문장들

앞서 2항에서도 적었지만, 심하게 말해서 번역은 단어 바꿔치기가 아니다. 이 책의 전부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런 혐의가 짙은 곳이 자주 눈에 띈다. 독자는 읽기 힘들다. 읽고 또 읽어도 뜻을 알기 어려운 문장들, 원문은 어떻게 씌어 있었을까 상상하며 읽어도 알쏭달쏭한 문장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독자의 머리에는 쥐가 난다. 이래저래 읽어내기 힘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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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927 월 08:20 ... 09:45 비프리박


왜사람들은싸우는가행복한사회재건의원칙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사회일반서
지은이 버틀란트 러셀 (비아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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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7 11:09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0.09.30 22:41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그렇죠. 전쟁을 충동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구석이 많죠.
      그리고 사실 수많은 맥락과 사건의 총합이기도 하구요.

      맞습니다. 인간의 욕망 최정점에 아마도 전쟁이 놓이겠지요.
      이상을 실현한다고 설치면서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한둘이 아니고요.
      미국의 온갖 전쟁들도 거기서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프랑스가 문명화된 나라로 꼽힌다는 데에서는 저도 피식했습니다.

  2. BlogIcon 어멍 2010.09.27 16:1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그런가요. 접해보진 않았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의외로군요.
    명불허전이 아니라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경우도 있죠. 학계에도 스타가 필요치 않겠습니까.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가 보는 눈이 다 틀리겠지만 번역도 그렇고 "인류는 왜 전쟁을 하는가"가 더 어울릴 것 같군요. 적어도 개인간의 동네 싸움, 드잡이는 아니니까요. 충동만으로 해석하는 것도 그렇고...

    결혼도 끼리끼리 좋아서 하겠지만은 사회적, 인류적으로는 종족보존, 안정적인 사회유지가 목적아니겠습니까.
    전쟁이란 것도 남성비율이 높아져 사회가 살벌해지면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터져서 남녀비율을 조정한다나 뭐라나...

    말하자면 주기적인 전쟁, 기아, 질병도 때가 되면 찾아오는 태풍처럼 인간, 인류 차원을 벗어난 지구차원, 우주차원 한마디로 섭리일 수도 있다는 거죠....

    • BlogIcon 비프리박 2010.09.30 22:4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명성이 자자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차피 그도 백인이고
      또 따지고 보면 어차피 100년전 사람이고
      그런 면에서 거품은 좀 빠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이 책으로 볼 때는 그렇습니다.

      전쟁이 국가간 싸움일진대 그걸 충동으로 해석하는 데에서 글쎄올시다입니다.
      그런 심리적 접근법은 사실 하나마나한 말을 반복하게 되기 일쑤고요.
      1차 대전이 왜 일어났대? - 충동.
      2차 대전은 왜 일어났대? - 충동.
      뭐, 충동이 아닌 게 없긴 합니다만 이건 뭐 선문답이 따로 없죠.

      오히려 어멍님 적으신대로 남성의 성비가 높아지면 전쟁이 발발하더라,
      그런 이야기가 차라리^^ 더 낫습니다.

  3. BlogIcon Slimer 2010.09.27 23:1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전쟁이 충동이라... 너무 무책임한 답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니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인간을 바라보는지도요...

  4. lifeonmars 2012.01.24 15:08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도 제목에 혹했었는데 님 서평을 읽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제목의 번역이나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 그리고 러셀의 한계에 대해서 말씀하신 부분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매력적인 화두이고 저 역시 참 관심있는 주제이긴 합니다만, (그만큼 책도 많지요. 하지만) 배신감드는 식상함- 인상찌푸려지는 주관성- 등등의 책들을 걸러내고 나면 읽을게 없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서평 잘봤습니다^^

    • 2012.01.24 15:09 | Address |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2012.01.24 15:10 | Address | Modify/Delete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2.01.24 22:1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제목도, 저자도, 독자에 대한 유혹이 강렬합니다만
      결과는 실망으로 다가오는 책입니다. 그런 책들이 있죠.
      배신감까지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구요.

      덧) 초대장 보내드렸어요. 즐거운 블로깅 하시길.
      24시간 이내에 블로그 만들면 됩니다. ^^

  5. 이원희 2013.04.27 22:28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전쟁역시 개인의 이기심이.바탕에.이루어진다면 그 방아쇠는 충동이라는 무기겠죠. 신념에.바탕을 둔 행동역시 계보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개인의 욕구의 불충분의 소산이며 그런 신념에.따른.행동은 충동적인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요. 결국.인간의.비이성적인.측면을.가장 경계했던.러셀이라면 전쟁이라는 광기는 이성에 바탕을.둔 행동이.아니라 광기에.바탕을 둔 충동이라는 설명이 좀더.명확했을.겁니다. 이점에서 인간에.대한.믿음이 존재하는데.적어도 전쟁을 하는.이유는.이성적인.인간이.할.행동은.아니였다고 보았는지도요..
    다만 안타깝게도 많은 전쟁들은 철저히.기획되어지는.측면을.여러 전쟁사에서 본다면 그 기반을 충동보다는 일정신념 혹은.이기심에서 보는게 좀더 명확할지도요.. 근데 신념에.의한 전쟁은 제가.알기로 매우 드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