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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에 접어든 지금, ... 당시 청년기의 내가 [한나] 아렌트 앞에서 펼치지 못했던 주장, 사람들은 자신이 만드는 물건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또한 물질문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싶다. ... 나는 나이가 들면서 일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에 희망을 거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 물질적 삶을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가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더 잘 알게 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 책, 25쪽, <프롤로그>에서, 리처드 세넷의 말) 진도가 잘 안 나가지만, 그 정도로 내용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고 싶은 책이 있죠. 제 관심 영역에 드는 책이거나 저자의 생각이 신선하거나 제 생각과 비슷한 책인 경우에, 어려워도 끝까지 읽고 싶어집니다. 리처드 세넷의 책이 바로 그렇습니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끝까지 읽고 싶다!!! ^^ 리처드 세넷, 장인: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김홍식(옮), 21세기북스, 2010. * 본문 472쪽, 총 495쪽. * 원저 - Richard Sennett, The Craftsman, 2008 2010년 9월 8일(수)부터 읽기 시작해서 읽는 데 꼬박 열흘이 필요했습니다. 하루 80분 내외의 시간을 쏟아 50쪽 내외의 분량을 읽었습니다. 상당히 느린 독서를 요구하는 책이지만 읽을만한 책입니다. 아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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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세넷의 경이로운 연구! 인류사의 장인, 일, 노동, 손에 대한 긍정. ▩
Richard Sennett, Craftsman. 읽는 내내 동의하고 공감하고 감탄한 책.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거까지 찾아내고 분석할 수 있을까.
1. 서평 쓸 엄두가 나지 않는 대작. 리처드 세넷의 이 책은 주욱 읽는 동안 그저 동의하며 공감하며 감탄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거까지 찾아내고 분석할 수 있을까. 차분하게 한줄 한줄 적어내려가지만 그 무게는 가히 산의 무게로 다가오는 내용의 연속! 책을 읽는다는 것에는 이런 즐거움도 동반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겠죠. 서평을 적을 엄두가 나지 않는 책입니다. 지금 적고 있는 글이 서평이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써온 바와 같은 서평은 적기 어렵습니다. 비유하자면, 고작 이제 어떤 세상의 존재를 알게 된 자가 그 세상에 관한 제대로된 후기를 적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이런 저런 생각과 인상 정도를 기록하는 데에 만족하렵니다. 2. 리처드 세넷, 이 저자, 누군데 나를 이렇게 끌어들이지? 무슨 '물건을 잡는' 동작을 취하려면, 먼저 [대상]을 향해 손을 뻗어서 접촉해야 한다. 흔히 하는 일로 유리잔을 잡을 때 우리의 손은 유리잔에 손이 닿기 전, 잔을 감싸 잡기에 적당하도록 둥그런 모양을 취하게 된다. 우리 몸은 손에 쥘 물건이 얼마나 차갑고 뜨거운지 알기 전에 미리 쥘 준비를 한다. 이처럼 감각 정보를 획득하기 전에 몸이 미리 준비해서 움직이는... (250쪽, <5장 손>에서) 리처드 세넷은 이 책 「장인」을 접하기 전까지 몰랐던 사람입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저자, 누군데 나를 이렇게 끌어들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해당 도서 페이지도 훑어보고 웹 2.0 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검색해봤습니다. "뭐야, 이 사람, 대단한 사람이었잖아!" ^^ 제 무지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곤 인터넷 서점에서 그의 다른 책들을 뒤적였습니다. 어마어마한 상을 받은 저작물들이 줄을 섰군요. 위키피디아에서 세넷을 소개하는 인상적인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Sennett is probably best known for his studies of social ties in cities, and the effects of urban living on individuals in the modern world." (세넷은 아마도, 도시에서의 사회적 연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도시생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리처드 세넷의 책으로 더 읽고 싶은 책 세권이 줄을 섰습니다. (국내 번역서 제목 기준.) -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1998년 원저출간) -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2003년 원저출간) - 뉴 캐피털리즘 (2006년 원저출간) 3. 인상적인 대목 하나. "장인이 되는 데에는 적어도 1만 시간이 필요하다!" 1만 시간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통상적인 기준이다. ... 이 숫자는 복잡한 기능을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몸에 배게 하는 (즉 암묵적 지식으로 체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연구자들이 추정한 결과다. ... 매일 연습해서 10년 동안 1만 시간을 채운다고 하면, 하루 세 시간 꼴로 연습하는 게 된다. ... 중세 때 금세공 일을 배우는 도제에 적용해보면, 견습 기간이 7년이었으니 매일 다섯 시간 좀 못 되게 의자에 붙어 앉아 일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루 다섯 시간이면 흔히 알려진 작업장 전통과 잘 들어맞는다. (278쪽, <5장. 손>에서) 고개를 끄덕인 대목입니다. 공감합니다. 어느 분야에서, 어느 기술에 대해서, 어떤 특정 기능에 있어서, 전문가 혹은 장인 소리 듣기 쉽지 않지요. 그것은 수사적 표현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서 1만 시간을 요구합니다. 그 1만 시간이라는 숫자가 세넷의 추론으로 보나 인용문의 생략된 부분에서 제시되는 연구 결과로 보나, 현실적 의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 우리가 흔히 쓰는 "10년 공부"라는 말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겠지요. 물론, 하루 투자 시간을 늘린다면 10년은 줄어들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 4. 잘된 번역, 매끄러운 번역, 재치있는 번역. 이 책을 읽으면서 든 궁금증으로 번역자에 대한 궁금증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어떤 독자에게는 상당히 난해한(?) 내용으로 치부될만한^^ 이 책을 어찌 이리 매끄럽게 번역을 잘 했는지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원문을 되짚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습니다. 잘된 번역이라 할만 합니다. 일일이 원문과 대조해 보지는 않았지만 읽어나가는 데 있어서 무리가 없는 매끄러운 번역입니다. 번역자 소개를 봤습니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의 소유자더군요. 번역이란 것이 학력과 경력으로 하는 게 아니지요. 학력과 경력이 아무리 화려해도 '발로 한 듯한 번역'을 선사하는 분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이와는 반대로, 번역자 김홍식은 이 책의 번역에서 그의 학력과 경력의 화려함을 뛰어넘고도 남음이 있는 매끄러운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번역은 학력이나 경력과는 무관하다! 재치 있는 번역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살짝 인용해 봅니다. ^^ 마스터가 가르쳐주는 대로 도제는 물 먹는 하마처럼 배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292쪽, <6장 말로 가르쳐주는 표현>에서) * 밑줄은 비프리박. 5.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번역본의 구성과 누락. ☞ 역자의 글 - 프롤로그 - 차례 - 본문 - 에필로그 - 감사의 글 - 주석. (엥?)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들어가서 확인했습니다. ( 보러가기 ) 책을 읽으며 제 머리 속을 어지럽혔던 의심은 현실이었습니다. 차례의 위치가 너무 어중간합니다. 프롤로그가 끝나고 36쪽에 차례가 등장합니다. -.-; 감사의 글은 원저의 순서를 따라 프롤로그 앞에 왔으면 좋을 뻔 했습니다. 그리고 역자의 글 위치가 너무 앞입니다. 솔직히 이건 원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원저에 있는 저자가 "○○에게" 바치는 헌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저자의 글귀 "travail, opium unique"는 왜 누락된 것일까요. 한 가지 더! 원저에 분명히 실려 있는 색인(index)이 우리말 번역서에는 왜 빠진 걸까요. 순서가 뒤죽박죽인 것도 영 아니지만 사소하다고(?) 이렇게 빼먹는 건 정말 아니죠. 대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원저 그리고 멋진 번역에 이렇게 스크래치를 내다니! 출판사와 번역자의 세심함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2010 0915 수 00:40 ... 01:50 거의작성 2010 0915 수 09:00 ... 09:3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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