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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나우 강을 따라가다가, 뒤이어 아드리아노플에서 검은 아라베스크 무늬로 뒤덮인 미케네풍을 발견했어. 전통은 대단히 끈질기게 살아남지!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 때문에 전통을 깡그리 부정하는 오늘날의 괴벽보다 더 애통한 것은 없어.
(이 책, 28쪽, <라 쇼 드 퐁 작업실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르 코르뷔지에. 첨 듣는 사람. 책 날개 저자 소개에 따르면 무려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 그리고 알라딘 저자 소개에 따르면 「타임」에서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100인' 중의 한사람이자 그중 유일한 건축가! 그가 쓴 '서방'도 아니고 '동방'(!) 여행기라니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그의 눈에 비친 동방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전체적인 느낌은,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더라!

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최정수(옮김) & 한명식(감수), 안그라픽스, 2010.   * 본문 258. (감수자 후기, 미주, 연보 포함) 총 314쪽.
* 원저 - Le Corbusier, Le Voyage D'orient, 1966.

2010년 9월 4일(토)부터 9월 6일(월)까지 읽었습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여행한 곳을 나도 가본 후에 읽거나 건축(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는 판단을 하면서 도중에 책을 덮었습니다. 저에게 보이지 않는, 저에게 보여주지 않는, 그런 장소와 건축물에 대한 누군가의 평가와 생각을 읽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에는 (상상하시겠지만) 사진 한장 실려있지 않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 6점
르 코르뷔지에 지음, 최정수 옮김, 한명식 감수 / 안그라픽스

*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시려면 제목이나 표지를 클릭하세요.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가보지 않은 사람은 읽어내기 힘든 여행기.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좀 거칠게 표현해서, 여행지에 관한 르 코르뷔지에의 인상만 등장하는 여행기.


 

1. 저자는? 이 책은?

르 코르뷔지에, 1887년 스위스 태생, 본명 에두아르 자느레. 그가 1911년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소위 동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건축 사무소(페터베렌스)에서 설계사로 일하던 24살의 청년이자, 장차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 소리를 들을 청년.
 
그런 그가 1911년 5월부터 10월까지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 같은 동방 지역(사실은 유라시아 접경지역)을 여행하며 그곳의 건축(물)에 관해 받은 인상과 느낌을 적었다. 그 중 일부가 한 지방신문에 게재되었고 르 코르뷔지에는 이것을 살려 1914년 「동방여행」이라는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세계대전으로 한번 밀리기 시작한 출간은 계속 연기. 그러다 1965년, 여행한지 54년이 되던 해, 그의 나이 78세가 되던 해에, 르 코르뷔지에는 원고를 수정하고 주석을 붙여 출간을 결심했다.

이 책은 그렇게 50 여년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책이다. 독자의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  이상은 이 책의 차례 앞에 서술된 (서술자 불명의!) 책 소개에서 fact를 주로 참고한 것.
 
 
 

 
2.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감흥이 없는 책.

우리는 밤이 되었을 때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틀 내내 실망을 느꼈다. 오, 무척이나 심하게, 결정적으로! 베오그라드는 부다페스트보다 백배는 더 어정쩡한 도시였다! 사실 우리는 '동방의 문'다운 도시를 상상했었다. ... 그러나 베오그라드는 최악의 수도, 상스럽고 불결하고 혼란스러운 도시였다. 그러나 부다페스트처럼 볼거리는 많았다.
(61쪽, <도나우 강> 에서)

좀 거칠게 표현해서, 이 책은, 여행지에 관한 르 코르뷔지에의 인상만 등장하는 여행기라고 말하면 맞지 싶다. 사진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그 지역 혹은 그 건축물에 관한 사실적 묘사 조차 없이 그저 인상만 적는다. 그곳을 가보지 않은 독자는 전혀 감흥이 없다. 사실 이 여행기를 처음 쓴 것이 1911년이니, 타임머신을 이용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곳을 가볼 수도 없다.

베오그라드에 가본 적도 없다. 베오그라드가 어디에 붙었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베오그라드에 대한 위와 같은 인상과 평가는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한다. 어쩌면 베오그라드에 가본 적이 있거나 운이 좋아서 20세기 초에 베오그라드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공감 혹은 반감이라도 불러일으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기가 그곳을 다녀온 사람에게만 감흥을 일으킨다면 말이 되는 걸까.

이 책은 처음부터 쭈욱 이런 식이다. 독자로서 참 난감할 수 밖에 없다.


 

 
3. 번역자의 오독 혹은 오타?

루이 14세 풍으로 지은 매우 웅장한 쉰브룬 궁전... (40쪽)
오래된 프랑스풍 공원이나 쇤브룬 궁전, ... (45쪽)   * 강조는 비프리박

쉰브룬과 쇤브룬,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걸까. 짐작으로는 쇤브룬이 맞을 거 같긴 하지만, 같은 이름을 같은 책 안에서 다르게 적어도 되는 것일까. 어쩌면 이 둘은 서로 다른 곳을 지칭하는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단순한 오타? 출판사 편집부의 존재 이유는?
 
 

 
4. 리처드 세넷의 르 코르뷔지에 평가.

르 코르뷔지에는 거리 생활을 적대시했다. 잘해봐야 지저분한 잡동사니일뿐더러, 잘못되면 건축에 쓸 대지를 난장판으로 망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1920년대 파리 시의 르마레(Le Marais) 지역 지자체로부터 의뢰받아 설계한 '근린 계획(Plan Voisin)'은 지역 내 거리와 주거공간을 싹 밀어버리고, 순수한 교통흐름의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리처드 세넷, 장인, 376쪽에서)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책 「장인」의 저자 리처드 세넷의 평가다. 근대 건축의 대가이긴 하지만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 학자들도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책 「동방여행」에 대해서도 어떤 대가의 혹평이 존재할 것만 같다.) 이에 대한 중화(?), 객관적 평가를 위해 르 코르뷔지에를 좋게 평가한 소개글을 덧붙여 본다.

" 1965년 7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30여 개의 크고 작은 건축, 도시 작품들을 계획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인 100여 개의 작품이 실현되었다. 실현된 작품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 빌라 사브와이에(Villa Savoye, 1928~1931), 마르세이유의 위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1946~1952), 노트르담 뒤 오 순례성당(chapelle Notre-Dame-du-Haut, 1950~1955), 라 투레트 수도원(couvent Sainte-Marie de la Tourette, 1953~1960) 등이 있다. "   (알라딘 저자 소개에서)

"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척도로 삼는 모듈을 고안해 실제 건축에 적용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 국제연합본부, 위니테 다비타시옹, 롱샹 성당 등이 있(다). "   (책 날개 저자 소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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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917 금 01:30 ... 02:30  거의작성
2010 0917 금 08:50 ... 09:4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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