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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광우병 발생의 위험 때문에 100만 개의 촛불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밝게 비춘 것은 역사의 전례가 없는 희한한 사건이었다. ...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은 위험을 놓고 뭐 그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청와대의 수장은 생각했을지 몰라도 생명은 존엄한 것이다. ... 벼락에 맞아 죽을 위험이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건물 옥상에 피뢰침을 설치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듯이, 설령 광우병의 발생 위험이 100억 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만은 수입할 수 없다며 버텨주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었다.
(황광우, 이책, 4쪽.)

읽을 책은 쌓여있고^^ 읽을까 말까,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했던 책입니다.
지난달 말,
위드블로그에 서평 미션 도서로 올라온 후 거의 1주일을 갈등케 한 책이었습니다.

황광우,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비아북, 2009.   * 총 300쪽.

결국 다음과 같은 신청의 변을 늘어놓으며 고민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황광우의 책이군요. 인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사상가들의 이야기라니, 더더욱 관심이 동합니다. 사상가들의 생각도 궁금하지만 그에 대한 황광우의 코멘트는 또 어떨지, 요것도 더 궁금증을 유발시킵니다." (2009. 1001 목)


제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덜컥 당첨^^이 되어주었고, 황광우는 역시(!) 황광우였습니다. 중간에 지루했던 두파트만 제외하고 나머지 8개 장은 숨가쁘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치사상-사회사상을 잘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2009년 10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휴무일 빼고 꼭 4일간 읽었습니다. 아. 택배는 10월 9일(금)에 도착했고 그때 저는 딘 쿤츠의 신작소설 <심장강탈자>를 읽고 있었네요.



   ▩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황광우의 생각이 깃든 멋진 요약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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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책들에서 본 황광우와 이번 책을 쓴 황광우가 동일인물임을
파악하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와
「다시 생각하는 사회주의」.

 
1. 이 책은? 그리고 저자 황광우는?

제목에는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었거나 바꾸지 못했거나, "위대한 생각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총 10개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전반부 5개장을 서양의 정치-사회사상에 할애한 후 후반부 5개 장은 동양과 조선의 정치-사회사상에 배분하고 있습니다.

전반부 5개 장에서는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 파시즘에 대해 황광우의 비평이 매끄럽게 녹아들면서 요약되고 있습니다. 황광우가 아니라면 이렇게 적을 수는 없을 거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6장, 7장, 8장에서는 동양의 정치-사회사상으로 유가, 도가, 법가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개인적으로 유가사상에 대한 소개는 유의미하고 적절하고 도가에 대한 서술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법가에 대한 소개는 좀 뜬금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저자 황광우가 누리는 집필의 자유이긴 하겠으나, 유가사상이 지니고 있는 비중 그리고 도가사상이 현대에 던지는 시사성에 비하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법가사상이거든요.

후반부 5개 장 가운데 마지막 2개 장에서 황광우는 실학사상과 동학사상에 관해 서술합니다. <조선왕조 재건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실학사상을,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제목으로 동학사상을 소개하지요. 인류사적 위치는 좀 낮더라도 적절하고 유의미한 시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황광우를 모르는 분들을 위한 황광우 소개

황광우는 고교시절, 반독재 시위를 주도하다가 구속 및 제적을 당했으며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에 입학했다. 197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에 동참했고,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두 번째 제적을 당하면서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1991년 월간 「길을 찾는 사람들」 을 창간했고,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뒤늦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전남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광주 '다산학원' 에서 제자들과 함께 고전을 공부하고 있다.
(책 날개, 저자 소개글에서)

황광우의 약력 가운데 어느 하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부분이 없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길을 찾는 사람들」 창간 독자였기에^^ 황광우가 친숙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살아온 삶은 이 책을 서술하는 데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21세기 대한민국 사람'이 쓴 책답다!

[정약용은 「탕임금론」에서] 중국 역사에 나오는 탕임금 이야기를 통해 논리를 펴고, 마지막에는 장자의 말을 인용해 점잖게 끝맺고 있지만 우리는 정약용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왕은 잘못하면 갈아 치울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푼수를 떠는 사람일랑 부끄러운 줄 알고 가만히 있어라!"
정약용과 루소의 정치사상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이제 민주주의 사상을 이야기할 때 루소만이 아니라 정약용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 [   ]는 비프리박.
(246쪽, 9장 <조선왕조 재건 프로젝트>에서)

제목의 일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이라는 말을 생각한다면 이 책에 정약용을 싣기에는 정약용의 인류사적 영향력은 적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황광우는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죠. 우리의 것, 우리의 선조들이 보여준 멋진(!) 생각들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시도가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21세기 현대'를 살고 있습니다. 고대 노예제 사회를 살고 있지도 않으며 중세 봉건제 사회를 살고 있지도 않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걸맞는 사고와 사상을 소유해야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정약용과 루소를 빌어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황광우의 시도는, 당연한 것이지만, 새삼 강조될 필요가 충분한 것이겠지요. 더군다나 2008년 2월 이후 민주주의가 사회 각 부문에서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더욱!

 
 

 
3. 인류사적 과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 바이마르 공화국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 정치 위기 속에서 1933년 1월 85세인 연립정부 대통령 힌덴부르크가 제1당의 지도자 히틀러를 수상으로 임명했다. ... 그때 루덴도르프 장군...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는 자신의 상관이었던 힌덴부르크에게 편지를 보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히틀러를 수상으로 임명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과오입니다. ... 우리의 위대한 조국을 이 시대의 가장 선동적인 저치가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그 비열한 자가 독일을 깊은 수렁에 빠뜨릴 것이고 우리들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는...

(118쪽, 5장 <왜 그들은 나치즘에 열광했는가?>에서)

이 인용부분에서 히틀러를 대체해 읽어도 앞뒤가 딱 들어맞는 인물이 떠오릅니다. 히틀러를 포함하여 그들이 강했던 동시에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뽑아준 일반 대중들이 너무 약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치즘의 독일을 두고 했던 "베토벤, 괴테, 칸트를 낳은 독일 민족이 왜 이 같은 히틀러의 광란을 묵인하고 추종했는지, 그것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와 같은 지적(116쪽)은 정곡을 잘 찌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죠. 인류사적 과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히틀러에 대한 추종, 독재에 대한 찬양이 재발하지 말란 법이 없겠지요.

 
 

 
4. 살짝 청소년 또는 청년 교양서 같은 느낌?

한국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좋건 싫건 한국의 젊은이들은 북한에 대해 알아야 한다. ... 북한에 대한 반공주의적 적대의식이나 ... 맹목적 북한 찬양은 건전한 상식을 갖춘 젊은이들이 지향할 바가 아닐 것이다.
(61쪽, 2장 <평등사회를 향한 인류의 꿈>에서)

간혹 등장하는 위와 같은 말은 저 같은 성인^^ 독자를 간혹 웃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는 젊은이인가?" 하면서 "젊은이도 아닌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때 그렇습니다.

이런 대목은 이후에도 한 두차례 더 등장하는데요(예컨대, 128쪽, 300쪽). 굳이 독자층을 청소년 또는 청년으로 타게팅할 또는 그런 티를 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야할 필독서(!) 같은 책인데 말이죠. ^^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위대한 사상들에 관해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필독서.
- 기존의 사상사 개설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서술된 사회-정치사상 개설서.
- 동서양을 넘나드는 저자의 박학다식함과 적절한 원문 인용이 주는 임팩트가 인상적!
- 우리 역사와 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 선조들의 실학사상과 동학사상을 재조명한 책.
- 미흡한 점이라면 도중에 한두 챕터가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것과 300쪽에서 10가지 사상을 소개하다 보니 약간은 산만하거나 겉핥기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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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22 목 05:30 ... 07:10  비프리박
2009 1022 목 15:00  예약발행
 
 

 p.s.
"본 도서 리뷰는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위드블로그나 알라딘과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 8점
  황광우 지음  /  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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