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지난 2월 중순, 그녀의 입원기간에 읽었던 책인데 거의 한달이 지난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네요.
일주일 안에 서평을 올리자...! 이런 다짐을 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건만, (관련글)
그것이 맘 먹은대로 되지 않는군요. 삶은 왜 이리 생각지 않은 일들의 연속인지.
무라카미 하루키. 어떤 계기로 읽기 시작한 것이, 이제 대략 10년을 채우는 작가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소설에 푹 빠져 지냈던 적도 있고, 지금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꾸준히 작품을 써내는 작가이기에 작품이 바닥 나지 않아 좋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책들 가운데 단행본 소설과 소설집, 잡문집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구입한지 꽤 되는 이 책은 얇지 않은 책입니다.
두권 합하면 총 650쪽에 달합니다. 그래서 엄두가 안나, 지금껏 읽기를 미뤄온 측면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시간의 활용과 저의 그간 억눌려온(응?) 독서욕이 만난 지점에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엄두가 났거든요. ^^
힘들게 엄두를 낸 이 책을 읽다가,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한 정거장 지나쳤던 적이 있습니다.
재미라고 할 수도 있겠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에겐 그런 책이었습니다. ^^
김진욱이 번역하고 문학사상사에서 1996년에 출간한 이 책은, 하루키가 1985년에 내놓은 소설이지만,
20년도 더 지난 지금 읽으면서도 시차를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루키의 노력의 결과라 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그리고 서평을 써야할,
이어 읽은 순서대로,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2>과
알렉스 헤일리가 기록한 <말콤 엑스> 자서전 상하권과
김동훈의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와
어제 읽기를 끝마친^^ 김훈의 <자전거 여행>.
1. 두 갈래의 소설을 이어가는 독특한 구성 소설은 제목과 부제가 붙은 총 40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홀수 20편의 글들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적고, 짝수 20편으로 '세계의 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눈치채셨겠지만) 주로 시간순에 의해 서술된, 서로 다른 이야기(로 보이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에 관한 이야기가 한편씩 교차 구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마치 다른 이야기처럼 하나씩 교대로 배치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하나를 건너뛰어, 읽던 이야기를 이어읽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두번인가 세번인가 제가 그랬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건너뛴 다른 세계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암시와 복선이 등장할 수도 있거든요. 항상은 아니지만 대개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 기억에 남는 것으로 <대니 보이>란 노래가 있군요. 나는 빙 크로스비의 노래에 맞추어서 <대니 보이>를 불렀다.
"그 노래가 좋아요?" / "좋아"라고 나는 말했다. "초등학교 때 하모니카 콩쿠르에서 이 곡을 불어 우승했어. ...". (2권 292쪽, '35.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강조는 비프리박. 그건 노래였다. 완전한 노래는 아니었지만, 노래의 첫 소절이었다. 나는 그 세 코드와 열두 개의 음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보았다. 그것은 내가 잘 알고 있어야 할 노래였다. <대니 보이>. 나는 눈을 감고 그 다음을 쳐보았다. 제목이 생각나자, 그 다음 멜로디와 코드가 자연스럽게 내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2권 297쪽, '36.세계의 끝'에서) *굵은 글씨 강조는 비프리박. 2.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 소설의 제목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지만 소설의 시작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세계의 끝'으로 맺음합니다. 그 두 갈래의 글이 교대로 한 꼭지씩 등장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재미를 더해주었다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끝이 결국에는 '세계의 끝'의 시작으로 연결된다는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적 구성은 놀랍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핵심 남녀 등장인물이, '세계의 끝'의 중심 등장인물 남녀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소설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저는 이런 구성을 접하면서, '뫼비우스의 띠'가 떠올랐습니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그 띠 말입니다. 이 소설에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줄기차게^^;;; '세계의 끝'을 향하고 있고 '세계의 끝'은 다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향하는 것으로 되어 있거든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세계의 끝'으로 들어온 것으로 읽히고, '세계의 끝'은 다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향하고 있지요.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남기며 '세계의 끝'에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기에는 충분합니다. ^^ "난 여기에 남고 싶어"라고 나는 말했다. ...
"깊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야"라고 나는 그림자에게 말했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많이 생각했어. ... 옛 세계(=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되돌아가는 것이 일의 순리라는 것도 잘 알지. 그곳이 내겐 진정한 현실이고, 그 곳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도 안다구. 하지만 난 이 곳(=세계의 끝)을 떠날 수가 없어." (2권 349쪽, '40. 세계의 끝'에서) *괄호 부연는 비프리박. 처음 예상한대로 글이 길어지는군요. ^^; 이번 포스트에서는 '구성'만을 리뷰하고, 하루키의 '삶에 관한 수다(?)'를 비롯한 내용적인 것은 다음 포스트에서 올립니다. 아마도 이어서 내일 또는 모레쯤 올리게 될 것 같군요. (계획은 그렇습니다. ^^) * 계획했던 포스트를 올렸습니다. → http://befreepark.tistory.com/497 이번 포스트의 결론. ^^; - 무라카미 하루키. 과연 세계적인 작가라 할 만하다. - 하루키가 이 소설에서 시도한 독특한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2009 0317 화 09:30 ... 10:30 거의작성 2009 0317 화 15:10 ... 15:30 비프리박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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