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지난 2월 중순, 그녀의 입원기간에 읽었던 책인데 거의 한달이 지난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네요.
일주일 안에 서평을 올리자...! 이런 다짐을 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건만, (관련글)
그것이 맘 먹은대로 되지 않는군요. 삶은 왜 이리 생각지 않은 일들의 연속인지.

무라카미 하루키. 어떤 계기로 읽기 시작한 것이, 이제 대략 10년을 채우는 작가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소설에 푹 빠져 지냈던 적도 있고, 지금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꾸준히 작품을 써내는 작가이기에 작품이 바닥 나지 않아 좋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책들 가운데 단행본 소설과 소설집, 잡문집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습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구입한지 꽤 되는 이 책은 얇지 않은 책입니다.
두권 합하면 총 650쪽에 달합니다. 그래서 엄두가 안나, 지금껏 읽기를 미뤄온 측면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시간의 활용과 저의 그간 억눌려온(응?) 독서욕이 만난 지점에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엄두가 났거든요. ^^

힘들게 엄두를 낸 이 책을 읽다가,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한 정거장 지나쳤던 적이 있습니다.
재미라고 할 수도 있겠고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에겐 그런 책이었습니다. ^^
김진욱이 번역하고 문학사상사에서 1996년에 출간한 이 책은, 하루키가 1985년에 내놓은 소설이지만,
20년도 더 지난 지금 읽으면서도 시차를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루키의 노력의 결과라 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그 독특한 구성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그리고 서평을 써야할,
이어 읽은 순서대로,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2>
알렉스 헤일리가 기록한 <말콤 엑스> 자서전 상하권과
김동훈의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
어제 읽기를 끝마친^^ 김훈의 <자전거 여행>.


 

1. 두 갈래의 소설을 이어가는 독특한 구성

소설은 제목과 부제가 붙은 총 40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홀수 20편의 글들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적고, 짝수 20편으로 '세계의 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눈치채셨겠지만) 주로 시간순에 의해 서술된, 서로 다른 이야기(로 보이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에 관한 이야기가 한편씩 교차 구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마치 다른 이야기처럼 하나씩 교대로 배치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하나를 건너뛰어, 읽던 이야기를 이어읽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두번인가 세번인가 제가 그랬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건너뛴 다른 세계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암시와 복선이 등장할 수도 있거든요. 항상은 아니지만 대개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 기억에 남는 것으로 <대니 보이>란 노래가 있군요.


나는 빙 크로스비의 노래에 맞추어서 <대니 보이>를 불렀다.
"그 노래가 좋아요?" / "좋아"라고 나는 말했다.
"초등학교 때 하모니카 콩쿠르에서 이 곡을 불어 우승했어. ...".
(2권 292쪽, '35.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강조는 비프리박.

그건 노래였다. 완전한 노래는 아니었지만, 노래의 첫 소절이었다. 나는 그 세 코드와 열두 개의 음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보았다. 그것은 내가 잘 알고 있어야 할 노래였다.
<대니 보이>.
나는 눈을 감고 그 다음을 쳐보았다. 제목이 생각나자, 그 다음 멜로디와 코드가 자연스럽게 내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2권 297쪽, '36.세계의 끝'에서)   *굵은 글씨 강조는 비프리박.


 

 
2.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

소설의 제목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지만 소설의 시작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세계의 끝'으로 맺음합니다. 그 두 갈래의 글이 교대로 한 꼭지씩 등장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재미를 더해주었다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끝이 결국에는 '세계의 끝'의 시작으로 연결된다는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적 구성은 놀랍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핵심 남녀 등장인물이, '세계의 끝'의 중심 등장인물 남녀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소설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저는 이런 구성을 접하면서, '뫼비우스의 띠'가 떠올랐습니다.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그 띠 말입니다. 이 소설에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줄기차게^^;;; '세계의 끝'을 향하고 있고 '세계의 끝'은 다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향하는 것으로 되어 있거든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세계의 끝'으로 들어온 것으로 읽히고, '세계의 끝'은 다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향하고 있지요.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남기며 '세계의 끝'에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기에는 충분합니다. ^^

 

"난 여기에 남고 싶어"라고 나는 말했다. ...
"깊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야"라고 나는 그림자에게 말했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많이 생각했어. ... 옛 세계(=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되돌아가는 것이 일의 순리라는 것도 잘 알지. 그곳이 내겐 진정한 현실이고, 그 곳으로부터 도망친다는 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도 안다구. 하지만 난 이 곳(=세계의 끝)을 떠날 수가 없어."
(2권 349쪽, '40. 세계의 끝'에서)   *괄호 부연는 비프리박.




처음 예상한대로 글이 길어지는군요. ^^; 이번 포스트에서는 '구성'만을 리뷰하고,
하루키의 '삶에 관한 수다(?)'를 비롯한 내용적인 것은 다음 포스트에서 올립니다.
아마도 이어서 내일 또는 모레쯤 올리게 될 것 같군요. (계획은 그렇습니다. ^^)
  * 계획했던 포스트를 올렸습니다. → http://befreepark.tistory.com/497 


이번 포스트의 결론. ^^;
- 무라카미 하루키. 과연 세계적인 작가라 할 만하다.
- 하루키가 이 소설에서 시도한 독특한 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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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317 화 09:30 ... 10:30  거의작성
2009 0317 화 15:10 ... 15:3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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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mingsss.net 2009.03.18 02:05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생각해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씨는 저와 음악취향이 비슷한듯 ㅎㅎ
    수필집 읽으면서도 가끔가끔 느꼈지만
    왠지 음악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면 막 자꾸 대화하고 싶어지는데 'ㅂ'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19 20:15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 밍스는 하루키의 음악 취향에 공감을 하는구나. 그럴만함...! ^^
      나는 간혹 공감할 때도 있고 생소할 때도 있고 그래. ^^
      그치만 음악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하루키의 소설이 좋다는...!
      수필집에서도 음악을 좀 찾는 편이지. 하루키는... ^^

  2. BlogIcon HSoo 2009.03.18 05:10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무라카미 하루키..하니까 상실의 시대가 떠오르는군요....^^
    그 책만 읽어보고 도통 이 작가의 책은 접해보질 못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집이나 또는 그와 비슷한 류의 책들을 좋아하다 보니 조금 난해한 이해를 요구하는 책들은 멀리하게 됩니다..몇글자 읽다보면 졸리고 그러니...^^

    한달에 너댓권은 읽어대는겁니까 비프리박님?....
    전 한권도 재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대 말이죠....ㅎ
    이참에 저도 책좀 읽자 이러고 맘먹어 보지만 요즘 참 많이 바쁘다 보니 자꾸 뒤로 미루어지내요.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19 20:21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그렇죠. 그것이 그를 일약 세계적인 소설가로 끌어올렸고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읽힌 소설이라, 상실의 시대가 떠오를만합니다.
      저의 경우 두번인가 읽은 기억이 있군요.

      하루키가 생각이 좀 깊은(?) 소설가지만 처음 몇권의 진입장벽(??)만 잘 통과하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가란 생각을 합니다.
      '난해'까지는 아니고요. ^^;

      출퇴근만으로 한달에 다섯권은 읽고 있는 것 같아요.
      이어지는 페이지가 궁금해서 집에서도 좀 읽게 되면 여섯권이 되기도 하고요. ^^;
      그냥 대중교통 출퇴근으로 얻은 것이려니 합니다.
      대단한 것 아니구요. ^^a

  3. 초록장미 2009.03.18 13:18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비프리박님의 블로그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리뷰메뉴로 눈길이 가요. 이것저것 공통점이 많지만 역시 책 읽기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가장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모양입니다. 어제 그제 계속 바빠서 글도 못 읽고 간신히 답글 하나만 남기고 갔는데, 우울하고 무거운 마음을 추스르시고 새 리뷰를 올리셨군요. ^^ 저도 요 며칠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분이 우울하고 몸이 축 처지는데, 오늘 하루 비프리박님의 블로그에서 새로운 힘을 얻어가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하면 <상실의 시대>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이라죠? 고등학생 때 용감하게(?) 도전했다가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내려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내용이 별로 안 끌렸던 것 같아요. 청소년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필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인데 제 취향에 안 맞았던 건지 어쩐 건지...... 어쩌면 제가 일본문학을 잘 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

    그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 씨에 관해 들어온 이런저런 이야기와 서평, 또 이번 비프리박님의 리뷰를 종합해보건대 그 분은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적인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구성이라면 실험정신도 꽤 강한 것 같고, 그러면서도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걸 보면 세계적인 작가라는 찬사는 아무나 듣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리뷰 목록을 보니 또 다른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대한 리뷰가 보이는데, 일단 찬찬히 읽어본 후에 한 번 완독에 실패(?)했던 <상실의 시대>부터 차근차근 나가렵니다. 안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이 넘치는데 이제는 무라카미 하루키까지+_+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오네요.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 정도로 훌륭한 작가와 작품이 많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에요. ^^

    약간 삼천포인데, 박노자 님의 새 칼럼이 어제 네이버 메인에 떠 있기에 읽어봤어요. 처음엔 몰랐는데 <가난한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제목이 눈에 띄기에 클릭했더니 역시나 "오우~!"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익숙한 사진이 뜨더군요. ㅎㅎ 정신없는 와중에 읽은 거라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부의 대부분을 거머쥔 상위 20% 뿐 아니라 소위 "중산층"과 전태일 열사의 분신 덕분에 먹고 살만해진 노동자 출신들까지, 지금도 공공연히 자행되는 노동자 계급에 대한 착취와 부당한 대우를 외면하고 있다는 일침을 가하시더군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거죠. 일제 식민지에, 동족상잔의 비극에, 식민지 못지 않게 길었던 군사 독재정권을 겪은 대한민국이 이만큼 일어선 근간에는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던 노동자들의 피땀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아니, 알죠. 아는데, 내 눈앞의 이익과 당장의 살 길 때문에 외면하는 거예요. 그 결과 중의 결과로 지금의 정권이 들어선 거라고 하면 좀 심한 비약이겠지만, 어쨌든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칼럼이었습니다. 빨리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사서 읽어봐야 할 텐데요.

    하루키의 삶에 관한 수다포스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19 21:1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초록장미님, 이거 이거 너무 감사하군요.
      누가 읽을까. 하면서 리뷰를 쓴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래도 일단 한표 확보이니...! 착하게, 맘먹은대로, 리뷰를 쓸 수 있겠는데요? ^^

      공통점이 확인된 것만으로도 대박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책읽기까지...! 이거, 넘흐~ 넘흐~ 반가운 거 있죠? (공감하시죠? ^^)

      작은아버님 가시고, 살짝은 뇌가 백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스트를 올리는 추진력이 떨어진 면도 있는 것 같구요.
      그 와중에 초록장미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대로, 마음 추슬러서 리뷰 포스트를 올린 거죠.
      알아주시니 감사요. ^^

      간혹 어떤 때에는 이유없이 기분이 깔아지고 우울하고 몸이 축축 처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럴 때가 있죠. 그럴 때, 아는 사람이 문자라도 한통 넣어서 힘내라고 하면 큰 힘이 되죠.
      그래서 저는 간혹 문자를 넣는답니다. 하하.
      아. 제 블로그에서 힘씩이나 얻으신다니 이거 영광인 걸요. ^^

      아마도 노르웨이 숲이란 작품이 초록장미님의 관심을 못 끌었던 것은,
      고민의 종류와 결이 달라서가 아닐까 해요. 저도 노르웨이 숲을 20대 초중반에 읽었으면
      다른 느낌이었을 거 같거든요. 그냥 던져놓고 무시했을 수도 있고 말이죠.
      책이란 것도 삘을 받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독서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요. ^^

      세번째 문단에서 장미님이 적으신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한 잘 짚으신 것이군요.
      그간 들어오신 것이나 제 리뷰가 제대로^^ 입력이 된 것 같습니다.
      10년 가까이 그의 작품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읽은 제가 봐도 정확한 지적이세요.
      한번, 기회 만드셔서, 찬찬히 읽어나가심 되지 싶고요.
      아. 이거, 또 독서에 관한 부추김^^을 한 것 같습니다. 기쁘네요. 하하.
      그것이, 초록장미님에게 드리는 부추김이고, 그것이 하루키인 이상, 기쁠 밖에요. ^^

      박노자의 새 칼럼은 삼천포 아니고요. 잘 적어주셨어요. 저 아직 못 봤거든요.
      한번 찾아서 읽어볼게요. 알려주셔서 도리어 제가 고맙죠. 삼천포는요. 우리 사이에. ^^
      적어주신 내용은, 대한민국의 오늘이 노동자들의 피땀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보는 저이기에,
      공감 100만배입니다. 물론, 자본가들의 노력(?)을 떠받드는 사람들이 있긴 하겠죠.
      뭐, 그거야 그들의 생각일 뿐이고...! 착각일 뿐이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아. 박노자가 칼럼을 잘 쓴 것이기도 하겠지만, 초록장미님은 답글 하나하나에서 제가 느끼기로
      정말 open-minded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 딱 제 스탈입니다...! 크흣.
      그러니, 이렇게 알고 지내지, 싶고요. 하하.
      흠흠. 읽을 거리들은 자꾸만 늘어가지만... 우리에겐 시간이란 자원이 있지 않겠습니까.
      '언젠간 다 읽겠지' 하는 생각 하거든요. '언젠간 다 읽어버릴테다' 하는 생각도 하고요.

      p.s. 1
      하루키의 '수다'에 관한 리뷰 포스트는 정말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여^^ 올렸구요.
      천천히 읽으시리라 봅니다.

      p.s. 2
      제 답글이 좀 늦었죠? 어제 그제 포스트 올리기도 힘들만큼 바빴네요.
      일단 포스트를 하루 이틀 밀리면 계속 밀리는 징크스가 있기에
      답글이 좀 밀려도 (양해를 바라면서) 포스트는 안 건너뛰려고 하는 편이라...
      본의 아니게 제 답글을 기다리실 수가 있습니다. 간혹, 아주 가끔, ...요. ^^;;;

      p.s.3
      그리고 이제 초록장미님에게 드릴 답답글이 하나 남은 것 같습니다.
      초록장미님의 어떤 답글이었는지 아시죠? 그 답답글 적고 답글 알리미도 띄워 볼게요.
      이제 금요일로 접어드네요. 힘내시고요. 또, 즐거운 주말을 맞이해야죠. ^^

    • 초록장미 2009.03.20 19:05 | Address | Modify/Delete

      에구- 하루종일 정신없다가 퇴근할 때쯤 되어서야 겨우 들어와보네요. ^^; 하루키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보지 못한 제가 그 분에 대해 정확하게 짚었다니, 은근히 기분 좋은데요? ㅎㅎ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이 괜찮은 날이었어요. 어제는 뭘 잘못 먹었는지 배탈이 심하게 나서 온몸이 쑤시는 바람에 내내 우거지상이었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네요. ^^ 주말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뷰를 쓰는 목적은 읽은 책에 대한 감상과 독서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하고자 함이 첫째겠지만, 그것을 공개적인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훌륭한 작품을 되도록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좋은 작품을 나만 알고 있기는 아깝다! 뭐 이런 심리 있잖아요. ^^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워낙 저명한 작가님이라 독자도 그만큼 많겠지만 저처럼 이름만 듣고 작품은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작품 섭렵의 촉진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

      두 번째 문단에서 언급하신 공통점 확인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100% 공감입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국민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이 많이 낮잖아요. 언젠가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포스트를 본 적이 있는데, 직장일이나 학업 때문에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제일 많더군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저도 직장 다니면서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느끼고 있으니까요. ^^;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이 얼마나 바쁘고 팍팍해요. 문학작품을 읽고 감상하기에 앞서 입시를 위해 그것을 조직적으로 파헤치잖아요. 그러고 나면 그런 작품을 굳이 돈 주고 사거나 빌려서 읽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거든요. 얘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들 바쁘고 힘든 건 알지만 마음의 안정과 배부름을 위해서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좋은 문학작품을 읽고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큽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신없이 달리고 난 뒤 바닥에 주저앉아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요. 독서에서 삶의 휴식을 얻는다고 하면 그게 뭔 소리냐고 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뭐 저는 그러니까요. ^^

      제가 노르웨이의 숲을 몇 장 보지 못하고 놓아 버린 이유를 짚어주셨는데, 그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대였던 그 때는 어쩌면 소설 속 주인공들의 고민이나 감정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을 수 있잖아요. 나이도 어렸고, 생각도 어렸으니까요. 저는 어릴 때 읽었던 책을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다시 읽으면서 매번 느꼈던 것이, 똑같은 작품이지만 그에 대한 감상은 열세 살 때와 열일곱 살 때, 또 스물세 살 때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열세살 때 어린이용 도서로 처음 접했는데, 그 때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했던 생각과, 치열했던 미국 현대사와 등장인물들의 삶에서 얻었던 것들이 열여덟 살 때 완역본을 빌려서 읽어보니까 천지차이더라구요. 그리고 그것을 스물두 살 때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 또한 달랐구요. 똑같은 작품, 똑같은 독자라도 그 사람의 나이와 성장과정, 직업, 관심 있는 분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면 작품을 바라보는 눈도 같이 달라지나봐요.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작품에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면 노르웨이의 숲 또한 지금 읽으면 많은 독자들이 느꼈던 감동을 저도 느낄 수 있겠지요. 보관함에 담아놔야겠어요. ^^

      독서에 대한 부추김이라면 언제든지 두 팔 벌려 환영입니다. 좋은 작품을 읽어보라고 부추기시는데 어찌 외면하겠어요. 부추김, 꼬드김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요. 세상에는 건전한 유혹도 얼마든지 있는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다보니 유혹이라고 하면 일단 나쁜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 뿐이죠. 독서에 대한 부추김은 아주아주 건전한 유혹이니까 괜찮아요. ㅋㅋ

      박노자 씨의 새 칼럼은 읽으셨는지 모르겠군요. 많이 바쁘신 것 같아서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목이 <가난한 사람은 죽어야 한다?>가 아니라 <가난하면 죽어야 한다?>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력이 워낙 나빠서 마구 헷갈리는데, 대충 이런 뉘앙스의 제목을 검색하시면 칼럼이 딱 나타날 거예요. 밝게 미소 짓고 있는 박노자 님의 얼굴과 함께. ^^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이 분은 영화배우를 하셨어도 크게 성공하셨을 듯 싶어요. ㅋㅋ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발전을 이룩한 데에는 자본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본을 효과적으로 운용하여 이익을 창출하고, 세계의 이목을 이끌만한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그것을 산업화시킨 것이 바로 그들이니까요. 다만 그 역할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엄연히 경제 발전이라는 수레바퀴의 한 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갖가지 불법행위로 임금을 착취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문제일 뿐이지요. 21세기로 접어든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또 경영자들이 거기에 대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수레를 끌고 높은 언덕을 올라갈 때, 앞에서 이끄는 사람만큼이나 뒤에서 밀어주고 받쳐주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한데 말이죠. 우리나라는 아직도 올라가야 할 언덕이 남아 있는데, 앞에서 이끄는 소수가 간신히 중간지점까지 와서는 지금까지 도와준 다수의 뒷사람들을 밀어 떨어뜨리는 작금의 현실이 씁쓸할 뿐이에요.

      이번주는 책도 몇 줄 못 읽었는데 벌써 주말이 코앞이군요. 시간이 너무 빨라서 불안할 때마다 비프리박님의 말씀을 기억할게요. '우리에게는 시간이라는 자원이 있다'는! ^^ 빨리 흘러가면 그만큼 더 시간을 잘 활용해서 유익하게 사용해야겠지요. 이번 주말은 컴퓨터도 TV도 모두 끄고 오로지 독서에만 올인할 계획이에요. 사놓고 다 못 읽은 책도 있고, 다시 보고 싶은 책도 수두룩하거든요. ^^

      비프리박님도 그녀님과 함께 즐거운 주말을 보내시길요. ^^ (말투 따라하기)

      p.s.1
      하루키의 '수다'에 관한 리뷰도 읽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질 않았네요. 주말 동안 읽어보려구요. ^^

      p.s.2
      답글을 기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늦게 다신다고 해도 뭐라고 할 생각 없어요.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바쁘게 사는 세상인걸요. 괜찮습니다. ^^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23 04:5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초록장미님의 답글을 보면, '대단한 필력'이시다라는 생각부터 들고요.
      이런 긴 답글을 받는 사람으로서의 기쁨과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짧아만 가는 답글 속에서 긴 답글과 긴 답답글을 통한 소통은 보석처럼 보이거든요. ^^
      초록장미님을 알게 되어 더욱 기쁘다는 말씀입니다. ^^

      정신없이 바쁠 때가 있지요. 저의 지난 금-토-일처럼 말이죠. -.-;
      겨우(?)지만 답글 주시니 이런 기쁠데가... 하면서 답답글은 미처 적을 수가 없는,
      그런 상황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습니다. 답글 주신 것은 그날도 읽었지만,
      이렇게 답답글 적으면서 한줄한줄 읽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즐거움입니다.

      오오 배탈이 심했군요? 그래도 멀쩡^^해지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주말은 즐겁게 잘 보내신 건가요? (부디 그러셨길...!)
      언젠가도 적었지만, 저는 즐거운 '수업의 높은 파도' 속에서 주말을 보냅니다.
      일요일 퇴근 후에는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고 말이죠. 소파에 앉기만 해도 잠이 몰려듭니다.
      그리곤 지금처럼 또 새벽에 잠이 깨지요. -.-;;;

      리뷰를 쓰는 목적은 적으신 그대로일 겁니다.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과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을 간직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혹시 관심 있으신 분에게는 어떤 촉매제가 되었음 좋겠다. 그런 생각도 있지요.
      게다가 책 리뷰가 누구에게 읽히기나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만,
      초록장미님처럼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니 '그러면 되는 거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우리나라 한달 평균 독서량은 낮은 편이죠. 언젠가 접한 기사에서 보니까,
      어떤 피조사자 그룹은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더군요.
      뭐, 저도 그런 때가 없지는 않았고요. -.-; 읽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말이죠.
      직딩들의 비애일 수도 있고요. 얼마전까지 승용차 출퇴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지하철에서 읽는 만큼도 못 읽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 학생들의 그 팍팍하고 무미건조한 생활. 저는, 책을 못 읽는다는 사실 때문에
      학창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말 다했죠. -.-;

      이래저래, 읽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간절한 사람으로서, 책을 읽고 있거나, 그럴 마음이 간절한
      사람을 보면 반갑고 그렇습니다. 이건, 제가 언젠가 적었듯이, 그녀와 초록장미님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참 좋고요. 또 이렇게 책읽기를 두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초록장미님을 알게 되어 너무 기쁘지 뭡니까. 긴 답글-답답글만큼 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요즘은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아. 그렇죠. 독서하면서 넘기는 책 한장 한장이, 운동 후에 물 한모금 같은 의미가 있지요.
      삶의 휴식도 되고, 삶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생각을 깊게 하고...
      그러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저도 말이죠.

      나이에 따라 읽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은 언제나 실감합니다.
      적으신 그대로의 이유에서, 지금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이 좀 있지요.
      또 어떤 새로운 느낌을 선사받을(!) 것인가. 하는 들뜬 마음으로 말이죠.
      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저도 어린 시절 읽었는데, 그것을 대학 졸업할 무렵에 다시 읽었죠.
      게다가 티비에서 하는 외화 연속극으로도 봤던 기억이 있는 상태에서 다시 읽은 것이었는데,
      지금 기억으로 참 가슴 뭉클한 소설이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을 젊은(?) 시절에 다시 읽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하. 그래서~ 언젠가 다시 노르웨이 숲을 다시 읽으신다면 아마도 달리 읽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흣. 그렇죠? 독서에 관한 '부추김' '꼬드김'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죠?
      책에 대한 상업적인 유혹이 아니라면 저도 언제나 환영이거든요.
      게다가 책이 아닌 말초신경적인 자극과 유혹이 널린 시절이 되다 보니, 더더욱 그렇네요.

      박노자의 글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검색을 때렸(?)던 것 같은데 못 찾기도 했고,
      말씀드린 대로 금-토-일의 바쁜 일상 때문에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던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유를 갖고 검색엔진을 구동하면 찾아낼 겁니다. 제가 좀 검색은 쩔거든요. 하하.
      아. 박노자가 영화배우를 해도 성공하셨을 그런 마스크의 소유자이긴 합니다. 그쵸? 크흣.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의 진정한 동력이 무엇이었고 무엇이겠냐는 물음에 답은
      수천가지 수만가지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일단 (적으신대로) 노동자에 대한 무시와 착취는
      빼놓을 수 없다고 보는 1인입니다. 그만큼, 반작용처럼, 저는 '노동자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자는 쪽이고 말이죠. ^^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고 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읽은 어떤 글에서 '자본'과 '노동'에 대한 이러한 시각차이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 또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관점과 믿음의 문제로 말하자면 '노동'쪽에 무게를 두는 편입니다.
      노동 '쪽에만' 무게를 두는 것은 아니고요. ^^ 저도 밀어 떨어뜨려지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책을 못 읽는 날도, 그런 주도 있지만, '시간이라는 자원과 무기'가 있으니,
      그것이 허송한 세월이 아니었다면 자학은 언제나 금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읽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으면서 시간을 기다리고 기회를 만드는 마음이 중요할 거 같구요.
      물론, 반성은 언제나 필요하겠지만요. 저부터도 그러려고 합니다. ^^;

      그래저래 주말은 어케 보내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잘 보내셨죠? ^^

      p.s.1
      읽는 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기쁜 제 리뷰.
      언제 읽으신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시간이 허락될 때 읽으셔요.

      p.s.2
      바쁜 금-토-일의 연속이었다는 말을 했지만, 비겁한 변명 같습니다.
      기다리시는 분이 계신데 말이죠. 그래도, 울 초록장미님, 잘 이해해 주시리라 믿으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