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제 옆의 그녀가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보기 시작하더군요. (2008 0924 ~ 2008 1204)
어깨 너머로 드문드문 저도 드라마를 봤습니다. 문근영의 연기에 전율했습니다.
그녀가 극중인물 신윤복을 잘 소화했는지 어땠는지는 평가할 입장이 아니었지만, ^^
제가 보기에 그녀의 연기는 가히 일품(!)의 경계를 넘어서 신들린 수준이라 할만 했습니다.
국민 여동생으로, <어린 신부>(2004)로, ... 그냥 귀엽다는 생각만 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제 옆의 그녀가 결국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을 구입했고... (그게 2008년 10월 29일...!)
드라마와 책을 병렬진행^^하더군요. 저는 그런 와중에 슬슬 <바람의 화원>을 잊어가기 시작했구요. ^^

그러다가, 지난 1월 30일, '그냥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바람의 화원>을 집어들었습니다.
제 옆의 그녀에게 '읽을만해?'라고 한마디 물었고요. 그녀의 대답은 '읽을만할 걸. 다 읽진 않았어.' 였습니다.
아마도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평소 별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던 그녀를 더 잡아끌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꺼내서 출근 준비하며 가방에 넣었던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이 책을, 이 두권의 책을, 느리게 읽기의 달인(?)이라 해도 아깝지 않은^^ 제가, 2월 7일까지...
휴일 빼고 대략 일주일만에 다 읽어 치우게 됩니다.

서론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서평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문근영의 연기에 전율하고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을 집어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바람의 화원 1, 2권 & 고독한 한국인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당신들의 대한민국 2권 )
( 지금 읽고 있는 책 말고도, 세권이나 더 서평을 작성해야 하는군요. 2월은 이래저래 밀렸습니다. )


 

1. <바람의 화원>은 사실(史實)을 동원한 소설

이 글은 소설이다.
내용 중 당시 시대상과 제도는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했으며 수록작품 또한 실제 작품에 근거했다. 다만 실존했던 일부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은 소설적 개연성을 위해 재구성된 허구이다.
(1권 2쪽, 일러두기에서)

소설가 이정명에 의해 적절히 동원되는 역사적 사실(史實) 덕분에 소설 <바람의 화원>은사실성(事實性)을 획득합니다. 소설의 내용이 실제로 그랬을 것 같다는 개연성이 생겨나게 되고 독자에게 설득력을 선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분명 소설이지만, 그래서, 저에겐, 마치 김홍도와 신윤복이 마치 꼭 책 속에서 묘사된 것처럼 살았을 것만 같습니다. ^^;;; (그랬을 리는 없겠지만요. ^^)

 
 

 
2. <바람의 화원>에 숨겨진 온갖 소설적 반전들

반전들의 내용을 여기에 일일이 적지는 못합니다. 제가 되기 싫어하는 것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초입부터 보여준 '신윤복이 여성이었다'라는 것은 책의 후반부에서 김홍도의 기막힌 추리에 의해서 밝혀집니다. 책으로만 보자면 처음부터 그닥 암시라 할만한 것들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언제부터였습니까? 제가 여자라는 사실을 언제 아셨습니까?"
홍도는 알 수 없었다. 언제부터 윤복을 마음에 품었던 것인지. ...
"정확히 말하면 지금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도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구나."
... 홍도 또한 눈앞의 진실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쩌면 처음 널 보았을 때부터가 아닐까 몰라......"
(2권 129쪽에서)

어쨌든... 이 정도의 반전은 약과라 할만한 온갖 반전들이 책의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누가 누구의 자식이었다'(요 정도만요. ^^)라는 것부터 '누구를 살해한 것은 누구였다'라는 것까지...! 독자에게 읽는 맛을 더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3. 김홍도와 신윤복에 의해 전개되는 크고 작은 추리들

<바람의 화원>은 추리소설로 읽혀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정명의 전작 <뿌리깊은 나무>라는 소설이 한글 창제를 둘러싼 집현전 학사 살인사건을 다뤘다고 하는 걸로 미루어, 어쩌면 이정명이 추리소설적 구성을 즐겨 구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내내 크고 작은 추리들이 등장합니다. 작중 등장인물의 추리를 통해 '누구는 이런저런 점으로 미루어 색맹임에 틀림없다'라든지, '누구는 이러저러한 연유로 여성임에 틀림없다'라든지, '그 그림을 그렇게 그린 것은 이런 방식과 저런 배경을 통해서였음에 틀림없다'라는 식의 결론을 도출해 갑니다. 독자는 그런 추리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고 말이지요.
예컨대, 도화서 화원 김홍도가 자신의 스승이자 수석화원이었던 강수항의 죽음의 내막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 이런 식의 추리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 눈빛은, 어떻게 고인이 이 방에서 죽지 않았음을 알았느냐는 의문을 담고 있었다.
답은 간단했다. 스승의 손목에 묻어있는 검은 먹 얼룩이었다. 평생을 먹과 함께 살아온 깐깐한 스승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손끝에 얼룩을 묻히거나 하지 않는 세심한 붓질이다. 하물며 손목 위까지 먹물을 튀길 일은 없을 것이다.
(1권 64쪽에서)

CSI 라스베거스와 CSI 마이애미를 열혈 시청하고, 명탐정 코난을 즐겨보는 저에게 이같은 추리소설적 구성은, 책을 읽는 속도를 가히 '빛의 속도'로 올려놓았습니다. 책 읽는 시간만 따지자면 채 1시간 남짓 될까 말까한 출퇴근 시간만으로 5백 페이지가 넘는 두권의 책을 대략 일주일만에 다 읽어내다니...! ^^
 
 

 
4. 호사에 가까운 눈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림과 해설

그림을 스캔 떠서 여기에 삽입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30점 넘는 그림이 책의 곳곳에서 제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언제 제가 단원과 혜원의 그 많은 그림을 그리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정명의 전문가적 해설들...!도 일품이었습니다. 물론, 이 해설들은, 때로는 김홍도의 해설을 통해, 때로는 신윤복의 독백을 통해,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예컨대, 김홍도의 유명한 '씨름도'를 놓고 윤인원의 감탄을 빌어 이정명은 이런 해설을 합니다.

"저는 먼저 이 그림의 구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동심원을 이루며 화면 주변으로 둥글게 구경꾼들을 배치하고 중간은 여백으로 남겨둔 후 한가운데에 씨름꾼을 놓았습니다. 이로써 가운데로 향하는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으면서도 정연한 동심원의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오른쪽에 나란히 벗어놓은 발막신과 짚신은 동심원의 구도를 완성하는 백미라 하겠지요."
(2권 195쪽에서)

그리고 혹시라도 놓칠세라 이런 지적도 빼놓지 않습니다.

"... 그림에 실수가 있다는 말인가?" ...
"단원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십시오. 오류는 오른쪽 아래 구경꾼의 손입니다. 씨름꾼이 자기를 덮칠까봐 놀라서 뒤로 내짚은 사내의 왼손과 오른손이 바뀐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김조년의 말대로 구경꾼의 양손은 분명 좌우가 바뀌어져 있었다.
(2권 215쪽에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에 깊이를 더해준다는 느낌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단원과 혜원의 그림에 관한 앎의 깊이를 더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
 
 

 
5. 내면과 그림에 관한 아름다운 대사들

책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내면에 관한 묘사가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에 관한 깊이있는 대사들도 좋았고요. 이정명의 소설가적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김홍도는 떠나간 신윤복을 그리워하며 다음과 같이 읊조리지요.


그녀(=신윤복)는 바람의 화원이었다. 바람처럼 소리 없고, 바람처럼 서늘하며, 바람처럼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
그녀는 바람이었고 나는 그녀가 흔들고 간 가지였다.
(2권 261쪽에서)

또한, '이미지와 실체'를 놓고 벌어지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이런 대화들도 있습니다. 

"화선지 위에 그림자를 비추는 것으로 어찌 그림을 그렸다 하느냐?"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은 사물의 실체가 아니라 화인의 눈을 통해 비치는 상을 그리는 것일 뿐이니 그 또한 그림자가 아닙니까?"
"화인은 보이는 것을 그리는 사람이다. 비치는 상이 아니라 그 실체를 말이다."
"실체를 그릴 수 있는 화인은 없습니다. 단지 눈으로 보고, 마음에 비친 상을 종이에 옮길 뿐이지요. 화인의 눈을 통과하는 순간, 실체는 그리고자 하는 화인의 욕망에 투영된 그림자가 될 뿐입니다. ..."
(2권 26쪽에서)



 
아. 처음에 저는 '바람의 화원'이라고 해서 바람의 '花園'을 떠올렸더랬습니다.
그것이 바람의 '畵員'임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구요. ^^;;;
소설 내내 등장하는 한자로 된 생소한 용어들, 예컨대, 생도청, 어진화사, ... 같은 옛말들이
어쩐 일인지 친숙하고 정겹게만 느껴졌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a


예상 외로 길어진 서평... 이번 리뷰의 결론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대략 이 정도(↓↓↓) 같습니다.

읽을만한 소설, 읽는 내내 즐겁게 책장을 넘긴 소설,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소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 0228 토 06:30 ... 08:05  비프리박



p.s.
이 글은

반응형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악성답글/배설형답글/욕설답글은 삭제됩니다.
답글은 인격의 거울입니다.




  1. BlogIcon 특파원 2009.02.28 08:33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책을 읽을수 있는 여유가 참 좋습니다.
    문자로 대하고 보면 풍부한 상상력을 다 동원할수 있어서 그 재미는 배가 되지요.
    한번도 실제 인물을 본적도 없지만 신윤복의 얼굴은 아마도 읽는이의 상상력에 따라 수십,수백가지 모습으로
    그려졌을터 입니다.

    저도 그 드라마를 한 회차도 빼지 않고 모두 시청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모르게 빠져 들었지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 전경이였지만 그 재미가 상상함을 넘었거든요.

    그동안 문근영이란 배우가 어떤 배우인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솔직히.
    그러나 바람의 화원은 실로 그녀가 완숙함을 보여준 작품이였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만원이란 보수논객에게 빨치산 손녀라고 씹힌적이 있을때 어린 문근영이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
    가슴 아팠던 기억도 아마 그녀의 숨은 끼와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더 고마워서 그랬을겁니다.

    모두가 아끼고 보듬어야 할 우리의 국민 배우입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09.02.28 08:40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오오. 한 회차도 안 빼놓고 다 보셨군요. ^^
      저는 이제 드라마를 좀 제대로 볼까 고민중이라죠.
      메가티비에 전회차가 다 올라와 있더군요.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신윤복의 이미지는 문근영의 한 열배쯤 크고 무겁게 와닿았지 뭡니까.
      물론 문근영은 연기를 잘 했지만요. ^^
      책의 좋은 점은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 스스로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 ^^

      문근영에 대해선 솔직히 대단하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어깨너머로 드라마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 했습니다. ^^
      소름 끼칠 정도라면 믿으시겠습니까. ^^

      그나저나 맞습니다, 그 십만원이라는 마수에 울 문근영이 얼마나 가슴아팠을까...
      그것이 염려가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문근영을 안다면 위로라도 해주련만...! 크흣.
      그렇지요. 우리 모두가 보듬고 아껴야할 국민 배우라 해도 아깝지 않은 배우가 되어 있습니다.
      문근영은. ^^

      근데, 왜 답글이 문근영 쪽으로 흘러가는 것입니깟...! 으르렁. ^^;
      (하기사 저도 남자라고 리뷰글을 쓰는 내내 문근영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 BlogIcon 특파원 2009.02.28 09:1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사실 신윤복이란 인물평(人物評)을 어줍잖은 내가 한다는것이
      부담으로 다가와서 아꼈습니다.
      어린 신윤복의 속을 스승인 김홍도도 다 읽어 내지 못했잖아요?

      어찌보면 내면(內面)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수심가(愁心歌)가
      감탄사를 자아 내는 그림으로 승화(昇華)되었다고 할수 있겠는데요.
      그 수심가란 아버지의 비명횡사(非命橫死)를 한(恨)으로 가슴에 묻고
      남장(男裝)으로 변신하여 살아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말하고 싶습니다.

      음~
      암튼지 역사상 고증을 어찌 거쳤던간에 픽션이든 논픽션이던
      신윤복이란 인물은 가히 전설적이라 하겠습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02 03:22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하하. 위에 답답글로 제가 적은 마지막 부분은 크게 괘념치 마시길요. ^^
      친밀함의 표현으로 부려본 앙탈^^입니다. 하하.

      맞습니다. 신윤복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 힘들죠.
      그의 알려지지 않은 삶과 행적 때문에 더더욱 그렇구요. ^^
      아마도 그래서 이정명이 원작소설에서
      그리 많은 반전을 사용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2. BlogIcon 참깨군 2009.03.01 00:40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어머니와 함께 굉장히 재미있게 본 드라마입니다. ^^

    문근영의 연기를 보면 진짜 덜덜덜입니다. 목욕탕 씬에서는 목소리를 변성기가 온 소년의 목소리처럼 흉내 내더군요.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산이나 다른 역사드라마에서 나온 사실 왜곡 등으로 인해 지쳐있는터라 시청률이 잘나오지 못했고 혹평을 받았었죠.

    소설도 꼭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P.S : 트랙백 쏘고 갈게요. ^^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02 03:4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문근영의 연기는 진짜 ㅎㄷㄷ이었습니다.
      신들린 연기...란 말이 딱 맞지 않나 싶더라구요.
      참개군님이랑 어머니랑 재미있게 볼만 했다는 생각 듭니다.

      아. 목소리까지... 맞습니다.
      어찌 그리 목소리를 중성적인 소년 목소리로 바꿀 수가 있었는지... -.-a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문근영 짱...!^^

      으으. 소설 앞에서 역사왜곡을 외치는 것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트랙백 잘 받았고요. 저도 트랙100 쏩니다. ^^

  3. 박코술 2009.03.01 17:54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전에 비교적 초기에 몇 회 본 뒤로 전혀 못 봤디만서리, 꽤 재미있더만요.
    뭉그적(크학학!)이 자기 손등을 돌로 뭉개는 대목과 여인지대(?)에 들어가
    그림 그리다 들키고 기생과 그네 타고 기런 것덜 말입네다.

    요즘 팩션이란 말이 유행이 되면서 기런 작품덜이 종종 나오는 듯한데,
    이제야 사극도 지나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력에 날개를 다는 듯합네다.
    이미 서구에서는 예전부터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던 건데 말이디요.
    창작에 제한을 두고 묶어두려 하면 결국 상대적으로는 퇴보할 수밖에 없디요.
    단, 사극은 사극일 뿐, 역사가 아니라는 것을 학실히 해 두어야 하고요.
    오히려 팩션은 그 자체를 강조하므로 오히려 기존의 사극보다 낫다는 생각입네다.
    적어도 시청자를 오도하지는 않으니 말입네다.

    몇 년 전에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네다.
    "때로는 차라리 역사에 기록이 미진한 게 창작에서의 상상력 발휘를 위해서는 낫다."
    기런데 이번에 오데선가 보니 어느 작가도 똑같은 말을 하더만요.
    아무래도 확실한 기록이 있으면 다양한 상상에 제동을 걸게 되니끼니.

    특히 영국의 아서왕 얘기처럼 기록이 아주 모호한 '전설'에 가까운 거이
    숱한 창작물로 만들어진다는 데서 기런 점을 실감하디요.
    기런 점에서는 고주몽도 꽤 괜찮은 국제급 캐릭터인데, 요즘 고구려 등을 소재로 한 사극은
    사극이 아니라 거의 무협이라 그 똥에 그 콩나물(또 크학학!) 같은 느낌이 들어 금세 식상했습네다.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02 04:01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쥬신님도 재미있게 보셨군요. ^^
      뭉그적...! 크하하. 문근영에 관해 적으신 그 장면은 저도 본 기억이 납니다.
      뭉그적^^이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더랬지요. ^^

      팩션이란 말을 들었더랬습니다.
      어차피 역사적 사실을 완벽 재구성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소설가든 누구든,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인간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상상으로 채우고 있습니까.
      기록이 미진한 역사의 빈 공간을 상상으로 채우는 것이 '오데'가 나쁩니까. 그쵸?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다양한 상상이 등장하면 더더욱 좋지요.

      팩션이라는 말로 분류되는 그 분야의 소설, 나쁘게 볼 일 아니라고 봅니다.
      말씀처럼 이 부분이 억압되면 창작은 제한되고 퇴보할 수 밖에요. -.-;;;
      저도 기존 사극보다는 팩션쪽이 낫다 봅니다.

      맞습니다. 어차피 사극은 사극이고, 소설은 소설일 뿐입니다.
      자꾸 그걸 역사와 현실과 ... 혼동을 하니 문제지요.
      억압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혼동을...? -.-a

      아서왕 이야기와 고주몽 이야기의 대비는 잘 짚어주신 거라 봅니다.
      요즘 우리 사극 쪽이 그 똥간에 그 똥(크하핫!)이란 생각을 들게 하는 면이 있죠.

  4. BlogIcon 맑은물한동이 2009.03.02 00:15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드라마는 몇편 못봤고 아들에게 도서관에서 볼만하 책을 빌려오랬더니 요즘(그때당시) 얘들이
    많이 빌려가는 책이라면서 가져왔더군요.
    사실 별 기대도 안하고 봤더랬습니다. 그런데 횡재한 기분이었지요.
    무지 재밌게 봤습니다. 실제로 정말 그랬을 것 같아요. 작가가 분명 픽션이라고 썼지만...
    그만큼 작가의 논리가 너무나도 사실적이었습니다.
    전 특히나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에 대한 해설(?)들이 너무 좋았더랬습니다.
    두번 세번씩 본 구절들도 많았어요. 그림을 뜯어 보면서... ㅋㅋ
    이 포스트 보고나니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네요.^^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02 04:0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저도 그 '횡재'한 기분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재미와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극중 인물을 통한 그림 해설도 일품이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드라마와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
      하하. 저도 뒤적뒤적 해가면서 그림과 비교하며 읽은 곳이 꽤 됩니다.
      한동이님과 비슷한 취향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하.

      아이들이 엄마한테 좋은 일 했군요.
      집사람이 저에게 좋은 일 한 것처럼 말이죠. ^^

  5. 초록장미 2009.03.05 16:01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도 이정명 님의 '바람의 화원'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 중 하나입니다. ^^ 이정명 님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게 언제였더라...... 1999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본의 기토라 고분에서 발견된 고구려의 천문도를 소재로 1000여 년 전의 백제와 고구려를 넘나들며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인데, 주된 스토리는 등장인물들 간의 사랑이지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전쟁씬 등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꽤나 재미있게 읽었죠. 지금도 가끔 들춰보는 책이고요. ^^ 10년 전부터 역사를 소재로 한 글을 써오신 걸 보면 한국형 팩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찬사를 듣는 '뿌리깊은 나무'나 '바람의 화원'같은 수작이 그냥 나온 게 아닌 듯 싶습니다. 역사 자체만으로도 골치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을 토대로 '창작'을 한다는 건 재능도 있어야겠지만 엄청난 노력과 연구가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성과지요.

    저의 경우 소설 '바람의 화원'을 읽게 된 계기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배수빈 씨가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정조대왕 역으로 출연한다는 기사를 접한 것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런 소설이 나온 줄도 몰랐고, 제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뿌리깊은 나무'의 이정명 작가님이 쓰신 또 하나의 팩션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지요. ㅜㅜ 부리나케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서 이틀만에 다 읽었는데, 역시 이정명 님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글도 글이지만 칼라로 삽입된 아름다운 그림들이 보는 재미를 배로 충족시켜준다고 할까요. 드라마 시작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첫 방영분을 시청했는데, 다들 재미있게 보셨다는 이 드라마가 제게는 좀 아쉽더라고요. ㅜㅜ 원작을 워낙 재미있게 본 터라 기대치가 너무 높았는지...... 문근영 씨나 박신양 씨, 또 조연으로 나왔던 배우들도 대부분 안정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분들이고, 구성과 연출도 흠잡을 데 없는 드라마였는데도 말이지요. 기대치를 못 채울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데 왜 저는 중간에 시청을 포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나면 다운이라도 받아서 다시 볼까봐요. ^^

    맨 처음에 언급했던 소설은 '천년 후에'이고, 그 후 6년만에 나온 소설이 '뿌리깊은 나무'인데,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일독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바람의 화원'을 재미있게 보셨으니까 이 소설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천년후에'의 경우는 로맨스가 주 내용이다보니 어려운 용어도 별로 없구요. 개인적으로 둘 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는 드라마보다는 영화로 만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댓글을 보다보니 열심히 작성한 댓글이 날아가는 것 때문에 메모장을 이용하신다는 내용이 있는데, 저는 메모장 켜는 것조차도 귀찮아서;; 다 쓴 다음에 복사나 오려두기를 한 다음 붙여넣어서 댓글을 올린답니다. 일종의 유비무환이라고 할 수 있죠. ㅎㅎ 다음에는 저도 귀차니즘을 극복해서 메모장을 이용해보려고 해요. 복사나 오려두기도 가끔은 버튼을 약하게 누른다든지 잘못 누른다든지 해서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별로 권장할만한 방법은 아니에요. ㅎㅎ;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 BlogIcon 비프리박 2009.03.06 00:0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 천년 후에라는 소설도 고려를 해야겠군요.
      어쩌면 뿌리깊은 나무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알려주셔서 감사요. ^^
      말씀 하신 것만으로도 꽤나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ㅎㅎ
      바람의 화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노력과 연구...!
      간혹 2%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구석이 없진 않으나
      20% 부족한 소설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니 눈감아 줄 만 합니다. ^^

      배수빈은 제가 죄송스럽게도 누구인지 얼굴이 연상이 안 됩니다. -.-;
      혹시 사진을 보면 알아볼지도. ^^;;;

      컬러로 삽입된 그림을 보는 재미, 그리고 그것을 해설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즐거움.
      참 큰 재미와 즐거움이었습니다. (저랑 비슷하셨군요. 초록장미님도...! ^^)

      제가 어깨 너머로 뜨문뜨문 본 문근영의 연기는 신들린 것 같았지만, 드라마 전체는 판단유보입니다.
      사실, 책을 다 읽은 후에 전회를 다 감상할 요량으로 드라마보기를 시도했으나
      중도에 시청을 포기했습니다. 뭐랄까, 책의 울림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참 감명깊게 또는 의미있게 읽은 책은 영화나 드라마로 못 보는 스탈입니다. ^^;
      다들 재미있게 봤다는 바람의 화원 드라마, 그래서 저는 못 볼 거 같습니다.
      물론, 문근영과 박신양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지만요. ^^

      아. 천년후에와 뿌리깊은 나무... 드라마 보다는 영화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문제는 제가 그 두책을 읽고 난 후에 제작된다면 저는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바람의 화원과 같은 짝이 나는 것이지요. 크.

      날아가는 댓글에 관한 대처법은 메모장 또는 전체선택-오려두기-붙여넣기 스킬...
      요 둘 중의 하나가 좋지 않나 합니다. 저는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구사합니다.
      간혹 백스페이스를 눌러도 사라진 답글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거... 믿기 힘든 구석이 있어서, 불안해서, 두가지를 적절히 구사합니다.
      물론 약하게 눌러지는 버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거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