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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방 죽돌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아마 어디 가나 있을 겁니다.)
피씨방을 요즘 아이들은 피방이라 부르더군요. 찜질방은 찜방이라 하고요.

어쨌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피방 죽돌이로 3인방이 있습니다. (2009년 고3입니다. -.-;)
학원 오기 전에, 그러니까 학교 끝나고서, PC방에서 한시간 정도 죽때리고^^ 학원 오는 거지요.
가끔은 시간을 못 맞춰서 학원에 늦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싫은 소리 듣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하던 걸 끊고 와요? 어떻게!" 그럽니다. -.-;;;
하기사 '싸던 똥 끊고 나오기'(응?) 만큼 힘든 일일 겁니다. ^^a


선생님들이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좀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
"피방을 가든 뭘 하든 자유다...! 하지만 학원에만 늦지 마라...! 늦으면 가정에 통보한다...!"
라는 류의 위협 아닌 위협을 했지요. (고3 되는 녀석들이 아직 엄마 아빠는 무서워 합니다. 크.)

그렇게 해서 피방 죽돌이 3인방은 학원 수업에 늦지 않게 오게 됩니다. ^^v
그러던 어느날, 제가 그 3인방이 몸담은 클래스의 1교시 수업이었지요.
녀석들이 안 오는 겁니다. 대략 20분이 지나니 오더군요. (제 버릇 남 주겠습니까. ^^)
시간차를 두고, 한 녀석이 먼저 들어오고, 조금 있다가 두녀석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미드 csi 시리즈로 훈련된 비프리박과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비프리박 : 너희들, 어째 수상하다. 왜 늦었냐?
죽돌이 A : (살짝 웃으며, 다짜고짜) 피시방 안 갔어요...!

비프리박 : 누가 피시방 갔다 그랬나. 왜 늦었냐고 물었지. 찔리냐? ^^;
죽돌이 A : 중요한 건, 피시방 갔냐 안 갔냐 잖아요.

비프리박 : 그래, 그럼, 왜 늦은 건데?
죽돌이 B : 그냥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요. (핑계를 만들 시간이 부족했나 봅니다. ^^)

비프리박 : 같이 말이지...?
죽돌이 C : 저희들, 따로 들어왔잖아요.

비프리박 : 일부러 시간차 두고 들어온 거 아니냐?
죽돌이 A : 에이, 저희들 이제 피시방 안 가요. 고3이잖아요. (다른 애들이 웃습니다. ^^)

비프리박 : 그래. 알았다. 근데, 나 담배 안 피는 거 알지?
죽돌이 A : 네... 그런데요?

비프리박 : (죽돌이 A의 윗옷 냄새를 맡으며^^) 이 피시방스러운 담배 냄새는 뭐냐?
죽돌이 A : (뜨끔. 잠시 침묵) ......


......

......

......


죽돌이 A : 에이, 선생님 모르셨어요? 저, 담배 펴요...! (크하하하하하.)



저, 정말이지 웃음이 계속 터져나왔습니다. 잠시, 수업을 할 수 없었구요.
제가 웃음이 터지면 폭주(^^) 거든요. 으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
다른 학생들도 책생위에 엎드려 낄낄~ 킥킥~거리기는 마찬가지인 건 당연하구요. ^^;;;

피방 죽돌이 녀석들, 피시방 갔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담배를 핀다고 자폭하는 걸 보면,
피시방 갔다가 학원 늦었다고, 가정에 통보되는 것이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


그래저래, 자폭하는-.-;;; 녀석들이 귀여워서...
그냥 저... "다른 선생님들한테는 말 안 할테니까. 피방은 계속 안 가는 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걔네들 담배 안 피는 거, 제가 잘 알 거든요. ^^
그리고 물론, 다른 담당 선생님들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한참을 또 웃었고요.
동료 선생님들의 반응도 녀석들이 "귀엽다"는 거였습니다. 하하.


이래저래, 가르치며 웃습니다. 웃으며 가르치고요.
제가 무서운(-.-); 선생님은 되고 싶지도 않지만, 체질적으로 불가능한 거 같습니다. ^^a


 


2009 0118 일 22:45 ... 23:20  비프리박


p.s.
앞으로도 학생들이 저를 웃긴 이야기,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 ... 같은 것들을 정리해서 올려볼까 합니다.
함께 웃어야, 웃음도 배가 된다고 믿거든요. ^^
그리고 사실 혼자 간직하기엔 아까운 것들... 공유하는 것이 맞구요. ^^;

p.s.
당분간 공지글의 형식으로 목록보기 최상위에 올려두겠습니다. [ 2009 0716 금 09:30 ]
최상위에서 내려, 다시 원래의 날짜로 되돌립니다. [ 2009 0807 금 0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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