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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이 있은지 벌써 두달여가 되어 가네요.
지난달 10일 성적표도 나왔고 수시지원은 결정이 났고, 정시지원도 이제 거의 종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가르쳤던 학생들이 학원 교무실로 찾아와서 이런 저런 결과를 이야기하고...
가르쳤던 사람으로, 수능후에 교무실에서 접하는 풍경들... ^^
매년 있는 일이지만, 익숙해지지도 않고^^; 매년 새롭게... 여러가지 감회가 교차합니다.
(아. 학원에 무슨 교무실이냐...고 하실 분도 계시리라 봅니다만, 학원에도 교무실이 있답니다.)
 


     대입 수능 그후... 가르치며 사는 보람 ^^ ▩


1. 성적표 앞에 웃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 좀 먹어준다^^ 하는 학생의 성적표입니다. 보여주려고 가져왔더군요. (낼름 카피...!)
수능 성적표, 이렇게 생겼습니다. ^^ 버리는(?) 과탐 생물I 과목은 과감히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제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은 백분위와 등급입니다. 참고로 저는 영어를 가르칩니다. ^^v
영어를 100점 맞았고, 그래서 백분위는 최상위 100%에 걸렸더군요. 당연히 등급은 1등급...!
수능에서 100점 맞기 쉽지 않지요. 실수도 하면 안 되니까요. -.-;;;

대견하다는 생각들더군요. 물론, 마음 한켠으로는 '사부'로서, '스승'으로서 웃지 않을 수 없었구요.
수능 보기 한두달 전부터, 이 성적표의 주인공인 친구는, 모의고사에서 외국어 100점을 계속 기록했고,
저는 "성적도 안 오르는데(?) 영어 공부는 왜 하냐...?"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더랬죠. 하하하.



2. 적중률에 묻다

수능시험보고 나서, 어떤 책에서 어떤 지문이 나왔다는 이야기 듣습니다.
이건 아마도 언어-수리-외국어-과탐-사탐 모든 영역에 해당되는 이야기라 보는데요.
가르치는 사람들은 자기가 수업한 교재에서 어떤 문제가 엇비슷하게라도 출제되기만 하면 뿌듯하지요.

제가 수업한 교재에서 출제된 지문도 있긴 했지만^^;;; 제 경우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적중률, 적중문제, 적중지문, ... 이런 것이 강사의 인기(?)를 높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적중이란 것이 성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그런 생각요.

그런 적중에 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저는... '선생님, 3개 틀렸어요. 죄송해요.' 라든가...
'선생님, 2개 틀렸어요. 감사해요.' ... 같은, 고득점을 알리는 핸드폰 문자가 더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녀석들이 노력한다고 했는데, 결국 해냈구나... 또는 아쉽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참고로 올해 외국어영역은 (2점짜리) 3개 틀리면 2등급, 2개 틀리면 1등급 확보...!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3. "선생님 덕분"이라는 말에 녹다

수능이 끝나고, 점수가 발표 되고, 최종 합격 결정이 되고, ... 그러는 과정 속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이...
"xx대학교 최종합격했어요."라는 말과 함께 전하는 "선생님 덕분이예요."라는 말 한마디...!
그 말 한마디에 그간의 고생과 노고가 사르르 녹습니다. 가르치는 일에 보람도 느끼게 되고요. ^___^

B라는 학생이 찾아왔던 것이 기억납니다. "어디 됐냐?"  -  "K대 최종합격했어요."  
"흠. 잘 되었구나. 내가 뭐 해준 것도 없는데."  -  "왜 이러세요? 선생님 덕분이죠. 이게 다."
저의, 약간은 유도성 도발^^ 멘트에 잘 넘어옵니다. 어쨌거나, 저는 또 한번 녹습니다. 하하.

H라는 학생은 학원 다닐 때에는 정말이지 내성적이고 말도 별로 없던 친구였는데...
시험이 끝나고, 성적이 발표되고, 합격자 결정이 나올 무렵... 연락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찾아 뵐려고 하는데... 언제 가면 괜찮겠냐구 말이죠. 적잖이 놀랐습니다. 얘에게 이런 면이 있던가.
그리고는 찾아와서 "H대학교 자연과학부에 합격"했다고, "다 선생님 덕분"이라고... 말하는 거 있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학생이라 더욱 놀랍기도 하고, 도리어 제가 감동을 먹을 정도였지요. ㅜ.ㅜ

이래저래, 이런저런 일로, 수능 그후... 가르치며 산다는 것의 보람으로 살고 있네요. ^^




2009 0108 목 17:00 ... 18:00  비프리박



p.s.
이 글은 정말 벼르다 벼르다 쓰게 되는 글 같습니다.
뭐랄까 글을 쓰기 시작하기만 하면 쓸 거 같은데, 쓰기가 쉽지 않은 그런 글 있죠, 왜?
바로 그런 글이었습니다. 엄두가 잘 안 나는 글...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글이라는 이성의 무기 앞에^^ 감정이 너무 강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감정이 좀 식기를 기다린 것 같기도 하구요. 시간도 좀 지났고... 글로 옮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 성적표 카피를 12월 11일에 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지금 이 포스트는 1월 8일에 작성하고 말이죠.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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