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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불평등과 부패다. 우선 불평등에 관해 생각해 보자.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인 사회에서 생활하기란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힘들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부유한지 가난한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
모든 것을 거래 대상으로 삼기를 주저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설명하기가 더욱 어렵다. ... 시장의 부패 성향에 관한 것이다.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는 그것을 오염시킬 수 있다. 시장이 단순히 재화를 분배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교환되는 재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드러내면서 부추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이들에게 돈을 주어 책을 읽게 하는 행위는, 아이들을 독서에 힘쓰게 만들지는 모르나 독서를 내재적 만족의 원천이 아니라 [돈을 받기 위해 수행하는] 일종의 노동으로 여기도록 한다.   * [   ]는 비프리박. 

(이 책, 26-27쪽, <서론-시장과 도덕>에서)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그런 세상이 되었고 그런 추세는 더욱 빠르고 깊게 진행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와 정의론 강연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유명해진 미국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경제학적' 세상이 되어가는 데에 '도덕적' 태클을 건다. 그의 요지는 간결하다. 이미 돈으로 사고파는 것들 중에 돈으로 사고팔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누구에게나, 돈으로 사거나 팔았다는 사실을 남에게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것들이 있고 여기에 '도덕'이 놓여 있다.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안기순(옮김), 와이즈베리(미래엔), 2012.   * 본문 276쪽, 총 336쪽.
* Michael Sandel, What Money Can't Buy, 2012.

이 포스트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리뷰이다. 2012년 7월말과 8월초에 읽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쓰여졌다. 학문의 깊이가 깊을수록 인문사회과학자들은 말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선 무당들이 주로 말을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도덕적-철학적 근본 문제를 쉬운 글로 쓰고 있다. 게다가 마이클 샌델 교수 특유의 풍부한 사례 제시들이 흥미롭다. 어떻게 이런 사례들을 다 챙겼을까. 책에 등장하지 않은 사례들은 또 얼마나 갖고 있을까. 여러 모로 석학답다! 마이클 샌델 교수를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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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경제적 효율성과 도덕적 가치 사이.


(  )


 

1. 이 책은?

이 책에 관해서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책 소개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동의한다. 
"한.미.영 동시 출간되는 마이클 샌델의 2012년 최신작. 시장가치가 교육.환경.가족.건강.정치 등 예전에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모든 영역 속으로 확대되어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이 때, 마이클 샌델은 이 시대의 가장 큰 윤리적 물음을 던진다. 과연 시장은 언제나 옳은가? 이 책은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을 파헤치고 있다."

다음은 이 책의 구성.

서론 시장과 도덕
시장지상주의 시대
거래 만능 시대
시장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1. 새치기
우선 탑승권
렉서스 차로
대리 줄서기 사업
진료 예약권 암거래
전담 의사제도
새치기의 시장논리
시장 대 줄서기
시장과 부패
암표 거래는 무엇이 잘못일까?
줄서기의 도덕

2. 인센티브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보상
삶에 접근하는 경제학적 방법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금
건강 유지를 위한 뇌물
왜곡된 인센티브
벌금 대 요금
검은코뿔소 사냥권 구매
바다코끼리 사냥권리
인센티브와 도덕적 혼란

3.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
대리 사과 서비스와 결혼식 축사 판매
선물 교환에 반하는 경제적 논리
선물의 현금화?돈으로 구입한 명예
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반박
비시장 규범 밀어내기
핵 폐기장
기부의 날, 그리고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
상품화 효과
혈액 판매
시장에 대한 신념을 둘러싼 두 가지 입장
사랑의 경제화

4. 삶과 죽음의 시장
청소부 보험
생명을 담보한 도박, 말기환금
데스풀
도덕적 측면에서 본 생명보험의 간략한 역사
테러리즘 선물시장
타인의 생명
사망 채권

5. 명명권
사인의 거래
경기 이름
스카이박스
머니볼
광고의 자리
상업주의의 문제는 무엇일까?
시정 마케팅
스카이박스화 

  
 

 
2. 영리병원의 불공정성
 
중산층을 겨냥한 또 하나의 전담 의료기관이 있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리 전담 의료기업인 MDVIP는 연회비 1500~1800달러[우리돈 165만~200만원]에 당일 예약과 신속한 진료(전화벨이 두 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는다)를 제공하고, 표준 의료절차에 따른 진료비는 보험으로 처리해준다. ...
연회비를 지불하는 고객과 전담 의사의 입장에서 전담 진료는 의료기관이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의사는 하루에 30명이 아닌 8~20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연회비의 3분의 2가 의사에게, 3분의 1은 회사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
문제는, 소수를 위한 전담 진료가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다른 환자들을 일반 의사의 붐비는 진료실로 밀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49-50쪽, <1장 새치기>에서)
 
영리병원은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다. 영리병원은 이미 국내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누구든 아프면 아무 병원에나 가서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좀더 본질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돈 많은 부자들이 이용하는 어떤 병원은 돈 없는 서민들을 받지 않는다. 이는 마이클 샌델 식으로 말하자면 그 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가 누군가에게 거래되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는 그 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변수는 돈이다! 돈 있는 환자들은 쾌적하고 아늑한 병원을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고 돈 없는 환자들은 일반 병원을 더디 이용한다. 
 
 

 
3. 지구를 오염시킬 수 있는 권리를 사라!?
 
1997년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열린 교토회의에서 미국은 어떤 오염 배출 방지 강제규정이든 거래 개념을 포함시켜 모든 국가가 오염권을 사고팔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손수 줄이거나 다른 나라에서 배출량을 줄이도록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교토의정서의 배출량 감소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자국에서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하기보다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복구하거나 개발도상국의 낡은 화석연료 사용 공장을 현대화하는 데 비용을 댄다는 뜻이다.
당시에 나[마이클 샌델]은 배출권 거래제도에 반대하는 취지의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기사에서 나는 국가가 오염권을 사는 행위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데 돈을 지불하는 것과 같다고 걱정했다. 우리는 환경오염 행위에 따른 도덕적 오명을 약화하지 말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8-109쪽, <2장 인센티브>에서)
 
이름만 들어도 주눅드는 '교토의정서'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은 지구를 맘껏 오염시킬 권리를 살 수 있게 되었다. 자국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을 상쇄할(?) 비용을 내면, 오염시키는 데 대한 도덕적 오명을 벗게 되었다. 소위 선진국이 주도하는 온갖 회의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다.

마이클 샌델은 이런 식의 거래에 대해서 도덕적-철학적 차원에서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뉴욕타임스 같은 일간지에 교토의정서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반대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의 실천이 돋보인다. 국내에는 이런 정도의(수준의?) 태클을 걸 만 한 학자가 몇이나 될까.

 
 

 
4. 벌금 vs. 요금
 
샌디에이고, 미니애폴리스, 휴스턴, 덴버, 마이애미, 시애틀,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여러 도시가 카풀차로(다인승차차량 전용차로)로 더욱 빨리 통근할 수 있는 권리를 팔고 있다. 일반적으로 요금은 교통상황에 다라 달라서 교통량이 많을수록 올라간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탑승자가 두 명 이상인 자동차는 여전히 급행차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동부에 있는 리버사이드 고속도로에서 러시아워에 돈을 지불한 운전자는 카풀차로를 시속 100~150킬로미터로 힘차게 달릴 수 있지만 무료차로에 있는 자동차는 시속 25~30킬로미터로 기어간다.
(41쪽, <1장 새치기>에서)
 
벌금을 요금으로 바꾸면 사람들의 생각은 타락하게 마련이다(샌델의 표현과 번역자의 번역에 따르면 '부패'). '벌금'일 때 사람들의 생각은 '그 일은 하면 안 되는 일'인 반면 '요금'일 때 사람들의 생각은 '그 일은 돈만 내면 얼마든지 해도 되는 일'이 된다. 벌금이 요금으로 바뀌면 사람들의 도덕 관념은 그래서 붕괴된다(타락). 위 인용에서 예로 들고 있는 카풀차로 유료 이용권은 국내에서라면 '버스 전용 차로 유료 이용권'쯤 될 것이다. 명절이나 휴가철에 고속도로가 붐빌 때 한국도로공사나 지자체에서 그런 유료 이용권을 팔면 어떻게 될까. 벌금이 요금으로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슬프게도, 우리의 도덕 관념을 허물어뜨리는 '벌금에서 요금으로의 전화(轉化)'는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5. 시장이 갖고 있는 도덕적 한계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살펴보려면 ... 두 가지 논쟁을 분명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정성에 관한 반박에서는 사람들이 불평등한 조건이나 경제적 필요성의 긴박한 정도에 따라 물건을 사고팔 때 생겨날 수 있는 불평등을 지적한다. 이러한 반박에 따르면, 시장 교환은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항상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농부가 굶주리는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자신의 신장이나 각막을 팔겠다고 동의할지 모르나 정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닐 수 있다. ...
... 부패에 관한 반박은 다르다. 이는 시장의 가치평가와 교환이 특정 재화와 관행을 변질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반박에 따르면 특정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사고파는 경우에 가치가 감소하거나 변질된다. 부패에 관한 논쟁은 공정한 거래계약 조건이 성립됐다고 해서 충족되지는 않는다.
(157쪽, <3장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결론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시장에는 즉 사고파는 것에는 도덕적 한계가 있어야 한다. 시장은 영역을 점점 확장하고 있지만 사고팔아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이 책에서 누누이 반복되는 근거는 두 가지다. 불공정성과 부패. 돈 없는 사람은 배제될 수 밖에 없으므로 불공정하며 가치(관)가 변질되므로 부패다(내 표현법으로는 타락).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미명 뒤에는 불공정성과 부패가 놓여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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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809 목 01:30 ... 03:30  비프리박
2012 0809 목 09:00  예약발행


<같은 책으로 리뷰 쓰기 프로젝트>
befreepark과 Slimer가 같은 책을 읽고 리뷰를 써서
같은 날 각자의 블로그에 포스트 발행합니다.
두 사람이 정한 7월의 책은 (발행이 좀 늦었죠? ^^;)

마이클 샌델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slimer의 글은 http://slimer.tistory.com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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