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 달리기에서 출발선만 같으면 공정한 경쟁인가요? 만약 어떤 아이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면요? 그건 공정한 경쟁도 아니고 기회의 균등도 아닙니다. 다리가 하나인 아이가 다른 소년들과 그나마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려면 의족도 달아주고, 따로 특수 교사를 붙여서 달리기 연습도 시켜 줘야 해요.
경제는 머리를 복잡하게 합니다. 전지구적 단일 경제권이 되어서, 일국의 경제는 '국제'경제의 한 부분일 수 밖에 없고 민감하게/둔감하게 그것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보니, 경제는 더 복잡하게 다가옵니다. 경제-국제경제는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이 우리 삶을 규정하는 힘을 생각한다면 무시하고 살 수도 없습니다. 무시하고 살 수는 있으되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장하준의 이 대담집은 실타래처럼 얽힌 최근의 경제-국제경제 현안을 하나하나 짚어내고 갈래짓고 풀어 말합니다.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주주자본주의, 노동유연성, FTA, 단일통화, 유로존, 금융위기, 복지국가, ... 머리 아프죠. 온갖 것들이 생소하기도 하고 쉽지 않은데다, 그것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기까지 합니다. 이종태가 묻고 장하준과 정승일은 답하면서, 어떤 현상과 사실일 뿐인 것들을 고르고 추려 가져와서, 그 이면에 놓인 누군가의 의도와 그리 되어온 배경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합니다. 물론 두 사람 나름의 해결책도요.
세 번에 나누어 읽은 책입니다. 2012년 4월 1일(일)~3일, 4월 7일(토)~10일, 4월14일(토)-17일에 읽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조정래의 「한강」 7권과 8권을 읽었습니다. 머리를 식혔다고 봐야죠. 어려운 책은 아닌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려니 생각하고 짚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해서 쭉쭉 읽히질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안 읽을 순 없죠.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이니까요. 어쨌든 그래서 이 대담집은 다른 책 세 권을 읽을 만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독파한 책이 되었습니다. 그럴 만한 가치는 120% 있다고 봅니다.
( 내심 반가왔던 장하준의 신간. 최근 국내와 세계에서 경제 현안이 되고 있는 사안들을
이종태가 묻고 장하준과 정승일이 답하는 형식의 대담집. )
1. 이 책은? 장하준은 제 나름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자입니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책을 2011년 가을-겨울에 모두 읽었습니다(관련글 : ▩ 장하준의 달.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로 그리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까지▩ ).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 그에 앞서 읽은 '나쁜 사마리아인들' 때문이었습니다. 내처 쭈욱 읽자는 욕심이 동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다시 읽었습니다. 다시 읽어도 좋았습니다. 장하준의 매력입니다. 올해(2012년) 초 그의 신간 소식을 접했습니다. 반가왔죠. 이 책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뭔가를 배웠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아. 그게 그런 거였구나.'하는 대목이 꽤 있습니다. 물론,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도 드문드문 나옵니다. <책의 구성> 시작하며 | 우리는 왜 자유주의를 경계해야 하는가? 1장 지금의 금융 위기는 복지와 무관하다 2장 보수도 진보도 월스트리트를 선망한다 3장 왜 다시 박정희를 불러내는가? 4장 재벌 개혁,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 5장 가장 좋은 FTA 대책이 바로 복지국가다 6장 복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공동구매다! 7장 노동도 부동산도 결국 복지 문제다 마치며 | 경제를 발전시켰듯이 복지도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안들은 거의 전부 우리가 들어는 본 것들입니다. 이 책이 갖는 가치는 그것에 대한 두 사람, 장하준과 정승일의 '해석'입니다(대담집이므로 구어체로 진행됩니다). 문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냐 하는 겁니다. 이 책에서는,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소위 '주류'적 관점-시각하고는 다른, 그 반대쪽(에 서 있다고 할) 관점-시각에 기반한 해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소위 스펙 좋은 저자들이 '비주류'적 해석을 술술 풀어낼 때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
2. 노동유연성(해고의 자유)도 복지를 완비한 다음에라야! (장하준) 일은 순서대로 해야 합니다. 먼저 복지국가부터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 유연성[노동유연성]을 말해야 하는 거죠. 막말로 서커스에서 외줄타기를 할 때도 먼저 그 밑에 안전망부터 쳐 놓고 올려 보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밑에 아무런 안전망도 없는데 외줄 위에 올라가 뛰어다니며 연습하라고 하면 황당하죠. 아주 좋게 해석해도 '너희들이 올라가서 외줄타기를 하는 동안 내가 알아서 안전망 쳐 줄게'라고 받아들인다 쳐도, 따져 보면 그 사이에 몇 명이 죽건 말건 알게 뭐냐는 거잖아요. * [ ]는 비프리박.
(389쪽, 제7장 <노동도 부동산도 결국 복지문제다>에서)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그리고 폭 넓게 진행된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신자유주의화이고 노동유연성 강화이고 자본에게 해고의 자유 보장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용관계의 '갑'측에 놓이는 자들은 비정규직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말합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판에 '살인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요. 그리고 그게 세계적 추세이기만 하면 옳다는 것일까요.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성 강화 즉 해고의 자유 보장도, 사회-경제적 복지 시스템을 만든 후에라야 말이 됩니다. 이게 선결조건이고 이 또한 세계적 추세임을 저들은 말하지 않죠. 3. 민영화 '괴담'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 (장하준) 괴담[민영화 괴담]이라고 하면 안 되죠. 수자원 관련 사업을 민영화한 다음 가격이 폭등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아요. ... 볼리비아의 경우 코차밤바 상수도 시스템을 1999년 미국 벡텔에 팔았는데, 팔고난 직후 수도 요금이 3배로 뛰면서 폭동이 일어나 결국 다시 국유화했습니다. ...
물론 수자원공사를 민영화한다고 수도 요금이 반드시 4~5배까지 오른다고는 볼 수 없어요. 그러나 그렇게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걸 괴담이라고 주장하다니 그 말 자체가 괴담이에요. * [ ]는 비프리박. (321쪽, 제5장 <가장 좋은 FTA 대책이 바로 복지국가다>에서) 국가의 기간(基幹) 시설,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을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민영화'라고 부릅니다(가끔은 말을 돌려 '선진화'라고도 합니다). 민영화 대상이 늘어나는 것에서 저는 '자본의 탐욕'을 읽습니다. 사업 영역의 확대를 도모하는 무한 탐욕을요.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소위 국민의 대표들은 '자본의 대표'일 가능성이 커서 자본의 탐욕을 긍정하고 그걸 뒷받침할 법을 만들고 집행하여 국가기간시설, 사회간접자본, 공기업, ...을 자본에게 넘겨줍니다. 이게 저는 '민영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완곡어법을 써서 '민영화'이지, 솔까말 '사기업화'가 맞습니다. 영어표현 privatization이 더 솔직담백하다고 봅니다. 장하준의 이전 책에서도 그렇고 이번 책에서도 그렇고, 민영화를 했을 때 해당 사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지, 어떤 행태(행패?)를 보이는지, 실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굳이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 등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2012년 4월에 터져나온 서울 도시철도 9호선의 민간자본이 시도한 기본료 150% 인상안을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현재, 서울시가 협상중). '자본'의 편에 서지 않는 한, '국민의 대표'인 한, 국가기간시설과 공기업 민영화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죠. * '행패'의 실제 -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20528204003896 [ 2012 0528 월 22:20 추가 ] ※ 리뷰가 길어져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파트 1, 2로 나누어 올립니다. 이미 작성되었지만 이어지는 부분을 덜어내어 파트 2로 따로 발행하겠습니다. http://befreepark.tistory.com/1675 ( 링크는 내일 열립니다. 9시쯤? ^^) |
2012 0426 목 06:30 ... 07:30 인용선별 2012 0426 목 12:00 ... 13:30 비프리박 <같은 책으로 리뷰 쓰기 프로젝트> befreepark과 Slimer가 같은 책으로 각각 리뷰를 쓰고 같은 날 발행합니다. 두 사람이 정한 4월의 책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입니다. slimer의 글은 "미래를 위한 선택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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