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사이 그렇게 이 땅에는 '정리해고'라는 구제역이 창궐했다. '구조조정'이라는 쓰나미가 평범한 사람들의 가정을 덮쳤다.
이것은 원폭보다 무섭고, 광우병보다 치명적이며, 조류인플루엔자보다 무서운 일상적인 테러이며 살인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비정규직이라는 벼랑으로 내몰렸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다른 말로 하면 '노동자는 살 수 없는 나라'라는 말이다. 
(이 책, 241쪽, <희망버스를 지켜주세요>에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달려가는 시인, 한진중공업 김진숙이 무사히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게 '희망버스를 제안하고 추진했다'는 이유로 무려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시인(현재 병보석으로 불구속 상태), 분노할 일과 대상에 분노할 줄 아는 시인, 새누리당 같은 수구꼴통 세력이 '전문시위꾼'이라고 부르는 시인, 송경동의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송경동, 꿈꾸는 자 잡혀간다:송경동 산문집, 실천문학사, 2011.   * 총 263쪽.

2012년 5월 14일(월)부터 18일(금)까지 읽었습니다. 마음 먹고 읽었으면 이틀 정도에 다 읽었을 텐데 생각보다 좀 오래 걸렸습니다. 몸살이 걸려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은 시기와 겹쳤는데, 시도때도 없이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왔습니다.

올해(2012년) 초에 읽은 김진숙 누이의 책 '소금꽃나무'가 이 책을 읽게 한 것은 아닌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읽은 후에 계속 그 책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김진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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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동 시인이 낮은 곳에서 만난 우리 사회의 슬픈 초상. 꿈꾸는 자 잡혀간다.

 
( 시인 송경동의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 제목 그대로가 현실인 우리 사회가 슬프다. )


 

1. 이 책은?
 
이 책은 송경동이 시대를 살아내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송경동은 시인인 동시에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반대한 평택 대추리와 비정규직 투쟁을 한 기륭전자,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의 용산참사,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의 기타공장 콜트-콜텍 등 수많은 현장으로 향한 운동가입니다. 이 책은 그곳에서 송경동이 겪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담고 있습니다. (알라딘 책 소개에서 부분 인용). 
 
<책의 구성>

작가의 말을 대신하며

1부 꿈꾸는 청춘
5월 어느 푸르던 날 | 그 잡부 숙소를 잊지 못한다 | 깡패 큰아버지 잘 가시라 | 아버지의 자리 | 봉분 없는 무덤
2부 가난한 마음들
어느 비정규직의 사랑 이야기 | 동생의 행운목 | 사우나 가는 길 | 크리스마스에 사라진 아이들 | 한 무명 시인의 죽음
3부 이상한 나라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 굿 모닝, 우리는 오늘도 안녕한가 | 이 땅에선 꿈꾸는 자 잡혀간다 | 울릉도에 기증된 기타의 진실 | 추도시 낭송이 폭력시위 조장?
4부 잃어버린 신발
대추리에서 보낸 한철 | 누가 황유미를 죽였나요 | 작은 코뮌, 기륭 | 시대의 망루, 용산 | 내일로 가는 닥트공
5부 CT85호와 희망버스
김진숙과 ‘85호 크레인’ | 희망버스를 지켜주세요 | 세상에 없던 버스들이 온다 | 어머니의 희망버스 | 희망의 근거.

 

 
2. 가족을 보다
 
생각해보면 내 아버지에게도 미안하다. ...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손을 따뜻하게 쥐어보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손을 잡아 끌어보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손을 부르튼 어머니의 손에게로 끌어보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못해보았고, 단 한 번도 아버지의 등에 올라타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못해봤다. 단 한 번도 아버지 목을 잡고 헤드록을 못 해봤다. 단 한 번도 아빠 사랑해, 라고 말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아빠 미안해, 라고 말하지 못했다.
(71쪽, <크리스마스에 사라진 아이들>에서)
 
개개인이 처한 가족적 상황이야 모두 다르겠지만 송경동이 적은 자신의 가족에 대한 생각과 느낌은 독자에게(최소한 저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서술되고 있는 그런 생각과 느낌은 송경동의 감성과 사색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소위 불우한 가정 환경과 어려운 성장 과정이 그 깊이를 더해 주었을 걸로 미루어 짐작합니다.
 
 

 
3. 대추리에서 공권력을 보다
 
아침 9시 6분. 그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싸움? 극렬시위? 전경들이 다쳤다고? 딱 10여 분 만에 우리는 일제히 운동장 안으로 몰려 [대추]초등학교 건물 안에 갇혔다. 초등학교 건물로 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작은 마을 대추리가 경악했다.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치고, 주먹으로 얻어터지고, 발길을 당하는 것은 예사였다. 지옥풍경이 그러할까. 부당한 외세에 맞서 가열차게 싸우는, 제 나라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공권력은 어느 나라 공권력일까.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는 양민들의 입을 짓뭉개고, 머리를 깨는 공권력은 도대체 이 나라 양민들이 무엇을 원하기를 바라는 걸까.
(165쪽, <대추리에서 보낸 한철>에서)
 
송경동은 2004년 '미군 기지 이전' 결정으로 촉발된 대추리 이전 반대 투쟁을 적고 있습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송경동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로 갔습니다. 위에 인용한 대목은 2006년 3월 15일에 있은 진압의 실제입니다. 기사로 접한 밋밋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함으로 송경동은 직접 겪은 바를 적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이 정도라면 현장에 있은 분들은 어땠을까요.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은 어땠을까요. 2004년이면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또 다시, 노무현 정부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수구 세력이 비난해마지 않는 방식과 관점하고는 다른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를 바라봅니다. 
 
 

 
4. '가족'의 실체 
 
그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유전이 아니면 방사선이나 유해물질들에 의해 환경적으로 나타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 당연히 자신을 데려다 일을 시켰던 회사에 물었다. 사원을 가족처럼 대하겠다고 했던 회사이기에 안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들은 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치료비를 다 대주겠다고 했다. 위로금도 주겠다고 했다. ...
하지만 회사의 약속은 파기되었다. 전체 치료비인 7천만 원을 주겠다고 해놓고는 4천만 원만 주고 땡이었다. 소녀의 집안은 어려워졌다. ... 소녀의 머리는 모두 빠져 대머리가 되었고, 체중은 30킬로그램까지 빠졌다. 그래도 낫지 않았다. ...
그를 데려다 쓰고 버린 회사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이었다.
(181쪽, <누가 황유미를 죽였나요>에서)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기업,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기업, 분기별 영업 이익이 몇 조 원을 쉽게 달성한다는 기업이 직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와 입장을 취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황유미의 죽음'입니다. 입으로는 직원에게 '가족'이라고 부르짖으면서, 행동으로는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협박과 미행을 일삼는 기업답습니다. 수 십 명의 직원이 같은 공장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어도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치료비와 위로금으로 무마하려 하고 그 치료비와 위로금마저 약속대로 지급하지 않는 참으로 '가족'적인 기업입니다.
 
 

 
5. 생산의 주인공
 
그들은 그 손으로 이 세상의 주거와 관련된 모든 건축물들을 세운다. 토공과 비계가 땅을 고르고 다져 놓으면 4대마라는 목수, 철근, 공구리, 조적이 들어가 뼈대를 세운다. 뼈대에 생명과 살을 붙이는 것은 전기, 배관, 설비, 닥트, 덴죠, 방통 등이다. ... 그래서 그들은 무슨 사회과학의 세례를 받지 않더라도 명백히 이 땅의 생산의 주인들이다. 수백 수천의 집을 짓고도 하나도 소유하지 않는 이 땅의 예수며, 부처며, 선각자들이다.
... 사회적 부는 실제로 그들이 땀 흘리는 노동을 통해서만 쌓인다.
(212쪽, <내일로 가는 닥트공>에서)
 
송경동의 생각을 적은 대목들 곳곳에서 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과 같은 블록에 새 건물이 완공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만 있다고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건축 자재만 있다고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건물을 짓는 것은 먼지 투성이 작업복을 입고 구슬땀을 흘리는 저 분들의 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곳을 지날 때마다 했더랬습니다. 송경동의 표현으로 '생산의 주인'이자 '생산의 주인공'들인 것이죠.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사회적으로 천대받고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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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524 목 06:20 ... 07:00  원문발췌
 2012 0525 금 07:30 ... 08:30  비프리박


<같은 책으로 리뷰 쓰기 프로젝트>
befreepark과 Slimer가 같은 책으로 각각 리뷰를 쓰고 같은 날 발행합니다.
두 사람이 정한 5월의 책은
송경동 시인의 「꿈꾸는 자 잡혀간다」입니다.

slimer의 글은
http://slimer.tistory.com/705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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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5 13:14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2.06.19 22:3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자본의 무한 탐욕에 맞서는 시인. 맞습니다.
      그의 활동이나 시가 그렇게 말하고 있지요.

      일반인들의 돈에 대한 탐욕은 도를 넘어서고 있지요.
      권좌에 그런 사람을 앉혀 놓은 것만 봐도 그렇구요.
      돈에 대한 탐욕이 지나치면 괴물이 되고 괴물을 만들지요.
      자칭 일등이라는 신문과 기업과 ...를 봐도 괴물과 다를 바 없구요.

  2. BlogIcon DAOL 2012.05.25 14:3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희망버스를 지켜주세요'에서 인용된 말들이 넘흐도 저를 놀라게 합니다..ㅎ
    구제역과 쓰나미를 비유를 하셨다니 넘흐도 절절한 표현이네요..ㅋ

    책 제목이 '꿈꾸는 자 잡혀간다'고 하니 울컥합니다..
    꿈만큼은 고유영역이라고 보아지는데 그 꿈마저 지배하려 드는 세상에 살고있단
    생각에 우울함이 스미네요..ㅋ

    • BlogIcon 비프리박 2012.06.19 22:39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아. 제가 인용을 할 때 엄선에 엄선을 한다는. 하핫.
      다올님을 놀라게 했다니 이거 제 노력이 헛것이 아니었단. ^^
      비유가 넘 절절해서 책장 끝을 접어두었더랬어윤.

      꿈꾸는 자 잡혀간다. 현실이지요.
      꿈만큼은 고유영역인데 말입니다.
      그 꿈은 행동을 수반하게 마련인데 행동을 하면 잡혀간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저 꿈만 꿔야지 행동을 하면 잡혀간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ㅠ.ㅠ.

  3. BlogIcon 신기한별 2012.05.25 18:16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책리뷰 잘 읽고 갑니다

  4. BlogIcon 해우기 2012.05.30 11:4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제목만으로도...마음이 그렇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지만.....

  5. BlogIcon 어멍 2012.07.31 17:48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제목이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보담 더 시적이군요.
    아니면 더 리얼리틱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