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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오프의 리조트 호텔만큼 근사한 장소는 없다. 그곳에 있으면 마치 내년의 시즌 오프까지 덤으로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무라카미.   (112쪽)

여자의 인생은 첫 남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을 진리처럼 말하는 호색한의 논리로 보면 최초에 열광하며 좋아한 아이돌에 의해 청소년의 인생의 길이 정해지게 되는 것이다.   * 이토이.   (220쪽)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소설 작가입니다. 장편소설의 사이사이에 (또는 겹쳐서) 단편소설을 쓰기도 합니다만 무라카미를 장편소설 작가라고 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 '긴 호흡'의 작가가 '짤막짤막한 수필'을 쓴다면 어떤 글이 나올까요. 그의 '길쭉길쭉한 수필'도 읽어온 입장에서 살짝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해소해 준 책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이토이 시게사토, 소울 메이트, 양혜윤(옮김), 개정판, 도서출판 세시, 2007.   * 본문 276쪽, 총 279쪽.
* 원저 - 村上春樹 & 糸井重里, 夢で 会いましょう(꿈에서 만납시다).

이 책의 일본어 원저는 1981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1986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고 합니다. 초판에 없던 몇몇 꼭지의 글들이 개정판에 추가되었고 동시에 초판에 있던 글들 가운데 일부를 개정판에서는 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어 번역서(2007년 개정판)는 일본어 초판과 개정판의 합집합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서점 일본 아마존과 몇몇 블로그의 글을 참조한 바로는요.

2011년 9월 8일(목)부터 10일(토)까지 읽었습니다. 책의 판형도 작은 편이고 무라카미와 이토이 두 사람이 가벼운 느낌으로 쓴 책이어서 책장을 넘기기가 수월했습니다. 두 사람은 원고를 쓸 때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겠지만 (그래서?) 독자는 편하게 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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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울 메이트(원제:꿈에서 만납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수필집. 

 
1. 이 책은?

이 책에 관해서는 무라카미가 적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라는 글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시작부터 매우 특이한 책이었습니다. 외래어를 죽 늘어놓고 그에 대해 저(무라카미)와 이토이 씨 둘이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에세이 같은 것을 만든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독특하다고 할까, 용감하다고 할까?"

이 책은 두 사람이 그때그때의 외래어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을 에세이처럼 적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같은 외래어를 놓고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의 생각을 적은 건 아니구요. 큰 기대씩이나 걸지 않고 그저 가볍게 읽기로 한다면 '발랄함과 경쾌함'을 접할 수 있는 수필집입니다. 그것도 독특한 구성과 형식의. ^^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무라카미와 이토이 두 사람의 글을 모은 것인데 읽어 나가는 저로서는 각 꼭지의 글이 누가 쓴 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글의 말미에 m 또는 i 표시가 되어 있지만 그걸 보기 전에는 누구의 글인지 알아맞힐 수가 없었습니다. 무라카미와 이토이의 싱크로율이 꽤 높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라는 전제를 달면요. 조금 뜬금없는 번역서 제목 '소울 메이트'(영혼의 짝)는 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걸까요? (^^); 그리고 두 사람의 싱크로율이 높아 보이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형식이 크게 작용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 꽁트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새벽 두 시에 그녀가 선언했다.
도대체 왜 여자란 생물은 어째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시각에 말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일까. ... 셔츠를 입고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든 좋으니까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가게로 가주세요." (210쪽)
... (중략) ...
아이스크림을 갖고 집에 돌아온 것은 새벽 다섯 시였다. 그녀는 이미 푹 잠들어 있었다. (213쪽)   * 무라카미.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blueberry ice cream>에서)
 
짤막한 꽁트를 쓴 듯한 글들이 더러 눈에 띕니다. 꽁트는 무라카미가 쓴 글에서 주로 등장합니다. 재미있습니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들입니다. 무슨 대단한 인류의 철학 같은 것은 아니어도 우리가 살면서 접하는 이런저런 통찰들과 시시콜콜한 깨달음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통찰과 깨달음이 등장하는 것은, 책 전체에 걸쳐서라고는 말하지 못 하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에 종종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따뜻한 시선
 
예를 들면 스코어보드에 이름도 발표되지 않고, 야외에서 공이 날라 올 때에만 돌연 선 안의 잔디밭에 나타나는 '선심'이란 인물의 존재다. 펜스의 양 날개, 문제 외(파울) 그라운드와 현장(페어) 그라운드의 경계선상에 서서 양쪽으로 한 발씩 내딛고 가만히 눈에 띠지 않게 숨을 쉬고 있는 저 두 인물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시합을 보고 있는 것일까. 저 사람들의 아들은 아버지가 가져다 주는 야구 관람표를 손에 들고, 친구 A나 B를 데리고 관객석의 어딘가에 앉아있을 것이다.   * 이토이.
(220쪽, <야구 Baseball>에서)
 
이토이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는 거 있죠. 이런 시선 너무 좋습니다. 너무 따뜻합니다. 이게 비단 야구장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테죠. 사람에 대한 이런 따뜻한 시선이 좋습니다. 관심 받지 못하는 영역에 있는 조연 같은 사람들, 행인1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 우리들 삶과 사회가 더 따뜻해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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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103 화 09:30 ... 11:1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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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올해(부터?) 다시 도서리뷰를 본격 가동(응?)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이 그 스타트입니다. 당분간 하루키로 달려볼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듭니다. 일주일에 두어 편 정도, 많으면 서너 편 리뷰를 올릴 생각입니다. 작년 봄부터 그간 쉬었던 데 대한 반작용도 있겠지만, 늘 쭉 그랬어야 하는 것이어서 원래 대로 되돌아 온 것이라고 봐야죠.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일단 반은 해치운 셈이군요. 물론, '100리를 감에 있어서 90리를 갈 때까지는 다 갔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조선의 어느 왕이 내린 경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만. 쿨럭. 근데 그 왕이 영조였던가 정조였던가.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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