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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함께 지하철을 타는 제자(고3)가 있습니다. 초미의 관심사가 된, 서울시 지하철에도 홍보 게시물이 붙어 있는(!), '무상 급식'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합니다. (서울시의 관련 주민투표일은 8월 하순이라고 하죠?)
 
제자 : 선생님은 어느 쪽이세요?
비프리박 :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제자 : 적어도 초등학생까지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애들이 아직 어려서 (무상 급식 대상자라는 게) 상처일 수 있는데.
비프리박 : 그런 의미에서는 중학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
제자 : 그렇죠. 중학생 애들도 격동의(^^); 시기를 보내는 애들이라 상처가 클텐데.
비프리박 : 그치? 아무리 밥이 공짜래도 아빠랑 엄마가 가난하다면 싫을 거 같아.
제자 : 맞아요. 요새 중학교 애들 진짜 힘든(?) 시기 보내거든요.
         저희 때도 중2가 젤 힘들었던 듯. 맨날 욱하고 싸우고 완전 장난 아녔거든요.
비프리박 : 나는 그래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봐.
제자 : 히이. 과격하시다. (^^)
 
 
'전면 무상 급식'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이 하도 가관이어서 가만히 넘어가기가 힘들군요. 왠지 이럴 땐 가만히 넘어가면 사람을 가마니로 알 것 같은. (핫. 이 놈의 언어유희술!)
 


 무상급식 주민투표? 차별적(단계적?) vs. 전면적 무상급식? 세금 폭탄? -.-;


맞다.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단계적(? 차별적!) 무상급식은 옳지 않다.
8월 21일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의 서울시의회 기자회견 장면. ( 관련기사 )
 

 
{ #1 }  세금 폭탄?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또 들먹인다. 맞다. 누군가는 '세금을 폭탄'이라고 생각할 거다. 아니 누구나가 세금을 폭탄이라고 생각할 거다. 세금 좋아하는 사람 없다. 하지만 세금이란 게 많이 벌수록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많이 내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어찌 보면 그간(특히 2008년부터) 대한민국에서는 부자들이 세금을 상대적으로 덜 내 왔다. 그들이 동원하는 탈-편법적인 스킬과 노하우를 통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겉으로 '작은 정부'를 외치는(!) 정부의 공공연한 '부자 감세' 정책을 통해서.

우주에 나가서 혼자 사는 게 아닌 한, 사회에 발붙이고 경제활동을 하는 한, 버는 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게 맞는 것인데, 그걸 인정하기 싫어한다. 초등학생 전면 무상 급식 앞에 들먹이는 '세금 폭탄'이라는 말에는 그들의 그런 탐욕이 묻어있다고 본다. 공공 정책이란 건 원래 그런 탐욕과는 어긋나게 가는 것이 맞는 것인데, 그래야 하는 것인데(!), 어째 지금 서울시 주민 투표는 그들의 탐욕과 같은 방향으로 가자는 거 같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본인과는 무관한 '세금 폭탄' 운운하면서 복지 정책에 반대하는 서민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좆중똥 신문지와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지만.

진짜 세금 폭탄인가? 궁금하다. 계산 좀 해 보자. 무상 급식에 필요한 예산이 6백 몇십 억이란다. 그래 좋다. 서울시 경제활동인구(납세자)를 (미성년자와 노령인구 빼고) 대략 500만으로 잡아 보자. 단순 계산으로, 1인당 1만 2천원 돈을 내면 된단 계산이 나온다. 이게 세금 폭탄? 참 대단한 세금 폭탄 나셨다! (얘네들은 보온병도 폭탄이라더니, 1인당 연간 1만 2천원도 폭탄이란다!)
 
 
 
{ #2 }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란다. 웃기지도 않는다. '망국적'이라고? 지금 자신들이 이야기하는 바가, '단계적'이냐 '전면적'이냐인데, 그렇다면 '단계적'으로 망국을 부르짖고 있는 건가? 얘네들은 (상황이 좀 급박하다 싶으면)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갖다 붙일 걸 갖다 붙였으면 좋겠다.

 
 
{ #3 }  주민 투표?

이번의 '주민 투표'라는 것도 웃긴다. 원래 투표라는 건 주민의 뜻을 묻는 거다. 공무 담당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기어이 하려고 끌어다 붙이는 게 투표는 아닐 거다. 다섯살 훈이의 이번 주민 투표는 이게 근본적으로 잘못 되었다.

그리고 이런 투표가 어딨나. 이런 저런 토목건축 사업은 꼭 필요하니 그 예산을 줄일 수 없단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래서 전면적 무상 급식을 하려면 세금이 더 필요하단다. 시의회에서 이미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무상 급식을 실시하기 싫은 시장은 그래서 주민 투표를 하잔다. 유권자의 33% 이상만 투표하고 그 절반만 찬성하면 자신의 정책이 옳단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세금 내기 싫은 사람이 유권자 33%의 절반만 넘으면 된다'는 거다. 복지 정책의 결정을 세금 내기 싫은 사람의 뜻에 따르자는 거다. 그래서 묻고 싶은 거다. '이런 투표가 어딨냐'고!

'단계적 실시냐 전면 실시냐'를 묻는다고? 그렇게 선택지를 구성하면 당연히 '단계적 실시'가 우세하게 나온다. 하지 않던 일을 할 때 사람의 속성상 차근차근 하나하나 하고 싶어한다. 선택지 구성한 주최측(서울시)의 의도가 농후하게 묻어나는 투표라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택지를 바꾸어 '차별적 실시냐 전체 실시냐'로 묻는다면 당연히 결과는 다르게 나올 거다에 한 표 던진다.

33%가 참여해야 의미를 갖는 이번 주민투표는 불참 또한 강한 의사표현의 한 방법이 된다. '무조건적 투표 참여'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뭐니 들먹이지만, 이번 투표를 유효한 투표가 되게 하고 싶은, 그래서 차별적 무상 급식을 하고 싶은, 그래서 세금을 어쨌든 덜 내고 싶은, 그들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 #4 }  '이거니' 손자도 먹여야 되냐고? 
          * '이거니'는 특정 재벌 총수를 지칭하지 않음.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 반대파들은 부잣집 자녀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 이 질문의 의도는 참으로 얄팍하다. 트집잡기에 불과하다. 이 질문이 얄팍하다는 건, 차별적 무상급식을 전제하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알고 싶어 묻는 질문이 아니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학교에서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학생들을 꼭 편을 갈라야겠는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은 언제 어떤 기준으로 가를 것인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변동하면 증명서라도 떼어서 제출해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부잣집 자녀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다. 왜냐고? 그들의 부모가 낸 세금을 생각할 때 그들도 먹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 그렇게 가르기 좋아하는 경제적 능력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의 부모는 남들에 비해 많은 세금을 냈다. 그 부모의 자녀들이 밥 먹을 권리가 없겠는가. (심한 비유로, 누군가 한 턱 낼 때 한 턱 낸 사람의 자식은 못 먹는다면 그게 말이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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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전면 실시냐 아니냐를 가지고 다른 거 따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무상급식 받는 아이들이 받을 '상처'만 생각했으면 합니다. '부모가 가난해서(!) 학교에서 공짜 밥 먹는다'는 거 좋아할 학생 없습니다. 소위 '강남 땅부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주면 걍 먹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린 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 본인들은 '돈의 노예'라서 공짜면 무조건 좋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공짜 밥'이래도 싫을 수 있습니다. 구별지어지는 게 상처가 됩니다. 학교 일선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면 '수혜 계층 학생'을 티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그렇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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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813 토 19:15 ... 19:25  #2, 3 작성
2011 08122 월 16:40 ... 17:4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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