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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직원 전체를 가족으로 본다면, 그 가족은 보통 가족이 아니라 매우 어려운 경쟁을 거쳐 선발된 일종의 '신성가족(神聖家族)'입니다. 신성가족은 맑스와 엥겔스의 첫번째 공동저작인 『신성가족, '비판적 비판주의'에 대한 비판:브루노 바우어와 그 일파를 논박한다』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 "비평가는 절대로 몸소 사회와 어울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바우어 일파를 맑스는 신성가족이라고 부릅니다. ... / 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가족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이 신성가족을 떠올립니다. (146-147쪽, 제3장 <부담스러운 청탁, 무서운 평판>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소속 구성원들을 '가족'이라고, '가족'같은 존재들이라고, 노래를 부릅니다. 김두식은 법원이나 검찰에서 자신들을 '가족'이란 말로 부르는 걸 듣고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김두식은 그들에 대해, '가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로부터 구별되고 사회 속에 어울려서는 안될 '신성가족'이 연상되었나 봅니다. 제가 그 '가족'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린 '집단이기주의'와 맥락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김두식, 불멸의 신성가족: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창비(창작과비평사), 2009. * 본문 326쪽. 총 342쪽. 다소 충격적으로 읽은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이었습니다. 뭐랄까 '설마 그렇진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강렬하게 활자화되었을 때의 충격과 놀라움이었습니다. 치부라면 치부일 수 있는 부분을 양지로 드러낸 시도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책에서 김두식이 밝히는 내용이 신선하다는 것이 아니라 김두식의 시도와 노력이 신선하다는 것입니다. 2009년 5월 27일(수)부터 6월 3일(화)까지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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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멸의 신성가족, 법조계. 김두식이 말하는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
( 김두식, 「불멸의 신성가족」. 나는 조직 사회에서 말하는 '가족'을 좋게 보지 않는다.
회사에서 '착취'를 포장하기 위해 말하는 '가족'도 그렇고
법조계에서 쓰는 '가족'이란 말도 그렇다. )
1. 이 책은? 이 책에서 김두식은 '양적 연구'가 아닌 '질적 연구'를 하겠다고 책의 서두(21-25쪽)에서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통계조사에 기초하여 각종 퍼센트를 근간으로 진행되는 연구가 '양적 연구'라면, 어떤 집단 구성원들과의 대화와 인터뷰를 기초로 하여 결론을 도출해 내는 연구는 '질적 연구'입니다. 희망제작소로부터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사법' 분야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시도하게 된 우리나라 사법분야에 대한 '질적 연구'라고 김두식은 밝히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박원순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있는 민간 싱크탱크think-tank를 자임하는 단체. 340쪽 참고.) 2. 정보를 흘리는 떡찰, 받아적는 기자, 실종된 피의자 인권 말로는 "우리가 기소하는 내용만 보도해달라"고 하지만, 검찰 입장에서도 주변 여론을 봐가면서 수사를 해야 하고,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수사 진행상황을 "조금씩 흘려줄 수 밖에" 없습니다. 피의자가 "나쁜 놈이라는 스탠스(stance)"가 유지 되지 않으면 여론이 무고한 표적수사 또는 정치수사라는 쪽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검사들이 그렇게 흘려주는 것을 "받아먹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줄 여지는 없습니다. * [ ]는 비프리박.
(290쪽, 제5장 <팔로역정, 법조인이 이겨애냐 하는 여덟가지 유혹>에서) 자살한 전직대통령 노무현이 떠올랐습니다. 떡찰은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서 기자들에게 정보를 흘리고, 기자들은 '검찰측 주장'을 받아적고 언론과 방송은 그것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행태...! 언론과 방송은 편하니까(!) 확인도 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적지만, 그로 인해 피의자 인권은 실종됩니다. 전직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갈 정돕니다. 나중에 재판에서 그것이 뒤집혀 '검찰측 주장'과는 상반되는 판결이 나와도, 여론에 의해서 피의자에게 가해진 혐의는 벗겨지지 않습니다.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사회적 매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피의자의 자살이라고 하는 비극을 낳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떡찰과 언론-방송은 과연 반성을 하기나 할까요. 또, 지금 자신들이 뭔 짓을 하는지 알기는 하는 걸까요. 3. 약자의 고통에 침묵하는 법, 약자의 항의에 약자를 처벌하나 이해영씨가 노동현장에서 느낀 문제들도 변상환 교수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변 교수는 "약자가 권리를 침해받고 있을 때는 침묵하던 법이, 견디다 못한 약자가 그걸 세상에 알리고 바로잡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뒤늦게 개입하여 약자만을 처벌한다"고 이야기합니다.
(81쪽, 제1장 <비싸고 맛없는 빵>에서) 법이라는 것이, 법조계라는 집단이, 사법부라는 권력기관이, 과연 누구의 편인가?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왔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 김두식의 인용과 지적은 정확한 것 그 이상이라는 생각입니다. 본문에서도 거론하고 있는 것처럼, 노동현장에서 구사대의 식칼에 옆구리를 난자 당할 때까지도 닥치고 있던 그 잘난 법은, 노동자의 저항과 항의에 노동자를 처벌합니다. 우리의 슬프디 슬픈 법현실, 사법현실입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무조건 준법'을 외치는 것들의 주장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겠죠. 사회적 약자들은 닥치고 있거나 당하고만 있으란 이야기 밖에 더 되겠습니까. 법의 현실적 편파성과 당파성 그리고 '무조건 준법' 논리 뒤에 숨은 허구성과 약자억압의 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판검사로 쌓은 경력, 변호사로 돈의 날개를 단다 판검사로 일하면서 실력을 쌓고, 그 실력을 이용해서 변호사로 돈을 버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이 변호사를 키우는 데 쓰이는 셈입니다. 원래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실력을 쌓고 그 실력으로 판사가 되어 정의로운 재판을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합니다. 젊은 경력 법관들이 능력과 효율 면에서 탁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나이에 판결부터 시작하느라 기계적 효율성만 갖추게 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171쪽, 제3장 <부담스러운 청탁, 무서운 평판>에서) 신0철을 떠올렸습니다. 2009년 6월 현재, 그는 아직도 굳건히(!) 대법원 판사로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사퇴를 요구합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압력'을 가한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가 사퇴를 했다고 한들,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하거나 대형 로펌에 이름을 올려놓고 변호사 활동을 한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될까, 얼마나 많은 돈을 벌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신0철은 잘 나가는 변호사의 지위에 오를 거라는 데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서글픈 법조계 현실이라는 것이지요. 대법원 판사까지 지낸 '전관' 변호사...! 얼마나 좋은 수식어입니까. '전관' 변호사를 찾는 우리의 법조 현실은 그렇게 돌아갑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김두식의 위와 같은 지적은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 대한민국 사법개혁의 방향은 판검사 증원 쪽이 맞다 일단 모든 사람들이 법원, 검찰과 순조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 저는 판검사의 대폭 증원이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의 사법개혁은 주로 변호사의 증원에 중점을 두어 진행되어 왔습니다. ...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요. ... 저도 기본적으로는 이 방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시민들은 분쟁이 시장보다는 공적 수단에 의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변호사를 싸게 선임하여 재판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국가기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는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310-311쪽, 제6장 <나가는 글:억지로 찾아본 희망>에서) 그야말로 김두식의 "억지로 찾아본 희망"입니다. 김두식은 '희망'이라 적지 않고 '억지로 찾아본 희망'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법조계 현실,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의 미래에 대해서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내놓은 '억지 희망'이긴 하지만 '판검사 대폭 증원'이라는 해결의 열쇠는 제가 생각하는 사법개혁과 통하는 바가 컸습니다. 변호사를 싸게(?) 고용할 수 있는 방안과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받을 수 있는 방안, 둘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고 싶으냐고 한다면 저는 단연 후자가 옳다고 봅니다. 우리의 현실은 이런 저런 이익과 역학관계 속에서 사법개혁의 방향이 우리의 소망과는 다른 뱡향 즉 변호사 증원 쪽으로 흘러가고 있군요. 이것도 필요한 사법개혁의 한 부분이긴 하겠지만 판검사 증원이 더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해법이라는 생각을 하는 저로서는 김두식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억지' 해법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요. 2011 0323 수 17:20 ... 18:10 비프리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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