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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대물림된다. 부는 세습된다. 못 배운 것도 대물림된다. 학벌도 세습된다. 주로 아버지의(가끔은 어머니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에 기대어 부와 학력은 자식에게로 세습된다. 그게 찌든 가난이든, 더럽게 많은 돈이든, 짧은 가방끈이든, 잘 나가는 명문대 (대학원) 입학이든. 부모의 부와 지위는 자식의 부와 지위로 재생산된다.
 
원시적 수준의 똥돼지는 외교가족부 사태에서 보듯 주로 아버지가(가끔은 어머니가) 철밥통 직장에 자식을 꽂아주는 방식이지만 현대적 수준의 똥돼지는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십수년 혹은 이삼십년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다.

봉건사회는 폐쇄적인 사회다. 사회 구성원이 신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 노비의 자식은 노비로 살고 평민의 자식은 평민으로 살고 귀족의 자식은 귀족으로 산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라고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의 자식은 비정규직으로 살고 사회 고위층의 자식은 사회 고위층으로 산다. 보이지 않는 신분간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신분은 세습된다. 우리가 사는 휘황찬란한 현대 사회는 과연 그토록 욕해 마지 않는 암흑의 봉건사회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이석현 에피소드'에서 '문화 자본'을 생각한다. 학벌 세습 문제를 본다. 

 이석현이 틀렸다고 해서 행불상수 보온병상수가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부정입학이 아니라고 해서 학벌 세습의 사회 시스템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도.
 

 
(민주당 이석현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아들의 서울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안 대표와 가족, 서울대 로스쿨 측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의원은 "믿을 만한 제보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대 로스쿨 당국자의 설명을 존중한다. 스스로 조사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공개석상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 ( 기사 원문 보러 가기 )

"누구 아들이 서울대 대학원에 부정 입학했다" 라고 터뜨릴 때 내심 좀 껄끄러웠다. 소위 사회 고위층(그냥 그렇게 부르니까 그렇게 불러주자)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에 대해서 내 나름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입장이긴 하지만 이같은 기사를 접하는 마음은 찜찜했다. 두가지였다. 하나는 과연 부정입학인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부정입학이라면 어떻게 입증할 건가?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이 모 의원은 뻘짓을 한 셈이고 민주당의 대여(對한나라당) 공세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딴나라당은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여론 반전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건 다른 데 있다.

왜, 소위 사회지도층 가족이라는 틀 내에서 학벌이 재생산되는 구조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국회의원은 없을까.

그리고, 국회의원쯤 되면 온갖 정보 열람에 있어서 일반인하고는 차원이 다를텐데, 행정 입법 사법 3부 기관장, 장차관, 국회의원, 재벌 총수, 대기업 이사, ... 가족의 2세, 3세가 어떤 대학에 입학하고 어떤 대학원에 진학하는지(했는지) 자료를 뽑아서 학벌 대물림이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터뜨려 주지는 못하는 걸까. 

왜 이런 문제는 실증적 통계로 아무도 건드려 주지 않는 걸까. 그냥 일반인으로서는 심증만 가지고 '더러운 사회' 만 탓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국회의원 중에서는 왜 아무도 실증적으로 까발려 주지 않는 걸까.


그래서 이번 민주당 이 모 의원의 뻘짓은 여러 모로 아쉽다. 하기사 '문화자본'을 무기로 진행되는 학벌 세습과 재생산에서 민주당 '고위층'인들 자유로울까.



내 삶은 내가 개척한다, 는 명제에 십분 동의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 는 옛말에도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내 삶의 개척도 주어진 사회-경제적 한계 내에서일 뿐이고 예외적인 용 한마리의 존재가 전체적인 그림을 바꾸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천번 동의한다. 내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개천에서 나는 용이 있다고 해서, '문화 자본'의 안락함 속에서 부와 학벌이 세습되고 가난과 짧은 가방끈이 대물림되는 시스템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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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115 토 14:10 ... 14:30  거의작성
  2011 1116 일 08:50 ... 09:00  서두작성
2011 1116 일 11:40 ... 12:10  비프리박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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