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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핸드폰을 제가 해드렸습니다. 5년 전 쯤 제 명의로 내서 매달 저희가 핸드폰 요금을 내드리고 있습니다. 간혹 저를 놀라게 하는 요금이 나올 때도 있지만, 늘 비슷한 요금 나옵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 모시고 있는 분들 중에 저와 같은 분들 꽤 계실 걸로 미루어 짐작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이상한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전화번호를 좀 바꾸어 달라고 하십니다. 뭐 사라는 전화도 많이 걸려오지만 어딘가로부터 스팸성 문자가 하도 날아와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시더군요. 제 명의로 내어 드린 전화이니 제가 번호를 바꿔 드려야 할 일이지요.

쉽게 바꿀 수 있을 걸로 생각했던 핸드폰 번호 바꾸기가 참 어렵더군요. 열통 터진 제 경험을 적어 봅니다.  저와는 달리 쉽게 바꾼 분들 계실 수 있습니다. 그럴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는 제가 경험한 곳과 같은 판매점 혹은 대리점이 적지 않을 걸로 확신합니다.



    핸드폰 번호 바꾸기 참 어렵다. 아버지 SKT 휴대폰 번호 바꾸러 삼만리. 

지난 2월 바꿔 드린 아버지의 핸드폰, LG-SU410(SKT). 스팸이 얼마나 심했으면 번호변경을?
듣기로, 어느 인접국가에선 한국의 폰 번호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 있다던데
그런 곳에 폰 번호가 거래된 것일까. 어쨌든 번호를 변경해야 했는데,
별 거 아닐 걸로 생각했던 일이 별 거 아닌 걸로 판명되기까지 많이 돌아다녀야 했다.




A 대리점 담당자 왈, "저희가 지금 인터넷이 안 돼서요."

그래, 인터넷이 안 되는데, 왜 네 뒤 유리에 비친 컴퓨터 화면에는 네이트온 대화창이 떠있냐.
그냥 "지금 제가 급한 채팅이 있어서 안 된다"고 하는 게 솔직한 거 아니냐.

제가 찾아 들어간 이 대리점 간판에는 대한민국 이동통신시장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그 회사의 로고가 잘도 박혀 있었습니다. 이곳은 아버님이 사는 동네의 '대리점'이라는 곳입니다. 길 건너편이나 옆건물에 우후죽순 간판을 내건 판매점도 아니고요. -.-;;;


B 판매점 사장님 왈, "12시 넘어야 가능할 걸요."

가능할 걸요, 라구? 번호 변경 업무를 한번도 안 해봤단 이야기? 헐. 진짜 대단하다.
글구, 이동통신사 고객 민원 업무가 12시에 시작하나 보지? 세월 많이 좋아졌는 걸?
거울 보고 화장하고 머리 만지던 거 계속해야 되니까 지금은 안 된다고 하는 게 어떠냐.

그 이동통신사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 많을 거 같습니다. 업무를 12시에 시작하는 회사면 가히 노동자들에게는 천국인데, 아직 이 회사가 그런 업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단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제가 소문이나 정보에 어두운지는 몰라도.


C 판매점 사장님 왈, "여기서 바꾸면 오래 걸리고요. 다른 곳 알려드릴게요."

너희 가게 출입문 옆에 큰 글씨로 콱 박혀 있는 '번호변경'이란 글자는 뭐냐.
이윤이 남는 핸드폰 판매는 눈에 불을 켜도, 번호 변경 따위의 일은 하기 싫다는 거지?

12시 이후 업무 개시 가설에 이어, 두둥~ 새로운 레파토리 등장입니다. 핸드폰 번호 변경이란 것이 그리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군요. 근데 왜 또 다른 곳에 가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인지, 같은 통신사의 같은 업무가 이렇게 이곳저곳 들쭉날쭉한 시간이 걸려도 되는 걸까요? 


D 대리점 담당자 왈, "네, 고객님.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직원이 주는 신청서 받아서 신상정보 적고 신분증 보여주고 희망번호 알려주고 한 2~3분 걸렸을까. 직원이 핸드폰 키패드를 몇번 만지작 거리더니, "번호 변경 해 드렸습니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시구요?"라고 물어온다. 이런 직원들은 얼굴도 예뻐 보인다. ^^;

속으로 뭥미? 그랬습니다. 이 대리점에 대해서가 아니고요. 앞서 들렀던 세곳에 대해서요. 그 대리점과 판매점 세곳은 도대체 뭐하는 곳일까요. 변비 걸린 사람, x싸기보다 더 힘들 것 같았던 일이 불과 이삼분만에 그냥 처리될 수도 있는 것이었군요. (참고로, 이 D 대리점은 아버님 사시는 ○○동에 인접한 이웃 동 소재 대리점이었습니다. 번호 변경하러 이웃동네까지 돌아다녀야 하다니! ㅠ.ㅠ 3분이면 끝날 일을 30분 넘게 헤매고 돌아다녀야 하다니! OTL )


앞서 들른 세곳에 필요한 것은 아마도 개념이 아닐까요.
돈 안 생기는 일이라고 피하다 보면 나중엔 돈 생기는 일도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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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14 일 00:40 ... 01:30  비프리박
2010 1114 일 08:30  예약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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