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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은 모든 사람이 우러러본 성인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한 정치가였을 뿐이다. 링컨은 필요할 경우 매우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결코 독재자는 아니었다. 그는 의회나 언론 또는 항의집회에서 자신을 격렬하게, 때로는 비열하게 비판하는 데 대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다. (이 책, 198-199쪽, <탄환으로 정권을 세울 수 없다>에서) 노무현이 택한 위대한 정치가 링컨은 어떤 정치역정을 걸었을까. 링컨을 통해 노무현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2009년 주류 권력에 의해 벼랑 끝에 몰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비주류 전직 대통령 노무현을 '노무현이 만난 링컨'에서 10년 전 모습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노무현, 노무현이 만난 링컨: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든 정치인, 학고재, 2001. * 읽은 것은 2009년 5쇄본. * 본문 294쪽, (참고문헌, 연보 포함) 총 302쪽. 읽는 내내 링컨은 노무현과 오버랩 되어 보였고 노무현은 링컨과 닮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정치인 노무현은 정치인 링컨과 겹쳐 보였고 대통령 노무현은 대통령 링컨과 비슷했습니다. 둘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두 사람이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그 길이 닮은 꼴이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두 대통령의 마지막이 비극적이라는 점까지도요. 2009년 10월 5일(월)부터 10월 9일(금)까지 읽었습니다. 8일 목요일은 휴무일이어서 책읽기도 쉬었군요. 꼬박 4일간 읽은 책이었고, 읽는 내내, 몰랐던 링컨의 삶과 정치역정에 빠져들고 미처 알지 못했던 당시 미국의 구체적인 역사에 빠져들고 노무현의 육성에 빠져들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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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이 만난 링컨. 노무현과 겹쳐 읽히는, 노무현의 육성이 스민 링컨 평전. ▩
노무현이 만난 링컨.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에야 읽었습니다.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고 하던데,
저자는 평전 따라가는 것일까요? 그렇담, 정치인들이 위대한 정치가의 평전을 좀 썼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이 쓴 책 권수보다 적은 책을 읽었을 거라고 회자되는 가카께서 평전을 쓰신다면 혹시 아돌프 히틀러?
1. 노무현이 만난 링컨? 이 책을 내고 나서 몇년 후 노무현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노무현은 링컨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노무현은 링컨에게서 자신의 생각이 겹쳐 보였던 것 같습니다. 김구가 아닌 링컨을 정치적 이상으로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테지요. 이 책에는 미국의 역사가 나옵니다. 이 책에는 미국의 남북전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는 링컨의 삶이 있고 링컨의 생각과 말이 있고 링컨의 정치 인생이 있고 대통령으로서 걸은 길이 있고 링컨이 구사한 리더십이 있습니다. 그 어느 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거기에, 더군다나 이제 우리 곁에 없는 그분의 생생한 육성 코멘트가 있습니다. 정치인입네 하는 정치꾼들이 대필작가 시켜 쓰는 허접스러운 쓰레기 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자가 온갖 자료를 찾아 검토하고 논평한, 저자의 목소리가 깃든 멋진 평전입니다. 그것도 무려 링컨 평전! 2. 왜 링컨인가? 왜 다시 링컨과 만나야 하는가? '성공하는 정의'에 관한 노무현의 인상적인 연설은 이 책(16쪽)에서도 접할 수 있는데요.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옳지 못한 길을 가야 하고, 정직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그릇된 관념이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의식, 이러한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한 차원 높은 사회발전도, 역사발전도 불가능하다. 이제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마치 그의 육성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노무현은 존경할만한 인물로 "패배한 역사"인 김구 대신 링컨을 택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존경할 만한 인물은 누군가. 동서고금을 막론해 인류가 부정할 수 없는 정의의 개념을 내세워 승리하고 바른 역사를 이루어낸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천년이 지나도 부정하기 힘든 '정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역사를 일군 사람. 그래서 인류에게 '정의가 승리한다'는 희망을 제시한 사람이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두에서 성공한 사람이 링컨이었다. ... (6쪽, <서문:왜, 다시, 링컨과 만나야 하는가?>에서) 3. 소수파 대통령 링컨은 당내에 확고한 세력 기반이 없는 소수파 대통령이었다. 그리하여 링컨은 공화당 내의 실력자 수어드, 체이스, 캐머런을 각각 국무장관, 재무장관, 국방장관에 임명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들이 링컨을 위협하는 복병이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전쟁과정에서 이들 장관들이 전적으로 대통령 지휘에 따르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169쪽, <갈등이 전쟁으로>에서) 소수파 대통령! 이보다 링컨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듯 합니다. 취임하고서부터 임기 내내 그리고 심지어 전쟁을 치르는 기간동안에도 링컨은 소수파였으니까요. 소수파로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른 이 책의 저자 노무현 역시 취임 후 소수파 대통령이었습니다. 소위 '엘리트'입네 하는 주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은 비주류 출신 대통령이자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도 주류에게 '포위 당한 권력'이었죠. 책을 쓰면서 자신의 미래를 읽었을리는 없지만 노무현은 정치인 링컨에게, 대통령 링컨에게 동질감을 느꼈을 걸로 생각됩니다. 소수파로서, 비주류로서. 4. 성공한 대통령? 대통령의 성공? 역사적 인물 링컨에 대해 미국인들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링컨이 대통령직에 있던 당시, 언론은 종종 링컨을 '독재자, 폭군' 등으로 불렀다. 링컨의 고향인 일리노이 주에서 발행되던 신문조차도 그를 "미국의 공직을 불명예스럽게 만든, 가장 간계하고 가장 정직하지 못한 정치가"로 욕을 했다. 이러한 비난 섞인 평가는, 물론 링컨의 반대자들에게서 나온 것이었지만, 아무튼 그에 대한 당대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인 것이 못되었다. ... 오늘날 미국인들은 링컨을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 데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292쪽, <에필로그:성공한 대통령의 길>에서) 극동 아시아 어느 나라의, 747이네 경제를 살리네 어쩌네 감언이설로 자리에 오른 어떤 대통령처럼 온갖 잘못에도 언론과 방송이 입닥치고 있는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성공한 대통령' 이미지를 얻을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반대로, 임기 중에는 "모두 ○○○ 때문이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구언론의 비난의 표적이 된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5. 대한민국에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의 내용은? 지금 한국에서도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박정희 향수에 젖는다. 전두환식의 권력행사를 강력한 지도력이라 생각하는 사람마저 있다. 그러나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그렇게 권력을 행사할 경우 권력을 쓰려고 하는 순간 정권은 몰락할 것이다. 강력한 지도력은 강권적 지도력이 아니다. 바로 대중의 신뢰와 민주적 절차에 뿌리박은 통합의 지도력이다. 또한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며 자율적인 지도력이다. (14-15쪽, <서문:왜, 다시, 링컨과 만나야 하는가>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박정희를 숭배하고 전두환을 떠받드는 대한민국의 현실, 강력한 지도자를 이야기하면서 중동의 어느 왕을 주워섬기는 대한민국의 주류언론. 이는 전혀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할 뿐더러 민주주의라는 역사의 방향과도 어긋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2008년 이후의 대한민국 정치권력이 지향하는 바와 겹치는군요. 슬픈 현실. 그런 와중에 접하는 노무현의 강력한 리더십에 관한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중의 신뢰, 민주적 절차, 수평성 개방성 자율성에 대한 존중이 없는 강력한 지도력은 독재 혹은 철권통치겠죠. 또다시 떠오르는 대한민국이 처한 작금의 현실. 2010 1016 토 07:15 ... 09:15 비프리박 2010 1017 일 08:30 예약발행 p.s. 쓰고 보니 어째 '노무현'을 중심에 놓고 쓴 '링컨 평전' 리뷰가 된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난 게 아직 뜨거운 기억으로 식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또 리뷰를 쓰게 된다면 그땐 온전히 링컨에 관해서만, 남북전쟁에 관해서만, 그의 죽음에 관해서만 써보도록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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