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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즈는 트렌치코트를 집어들고 문간에 섰다. 보일즈가 다비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대단한 여자요, 쇼 양. 당신의 두뇌와 배짱이 이 나라에서 가장 역겨운 사람들 가운데 하나를 파멸시켰소. 존경하오. ..." (이 책, 497쪽에서, 덴튼 보일즈 FBI국장이 다비 쇼에게) 펠리컨 브리프. 오래 전에 영화로 나온 동명의 원작 소설입니다. 영화는 당시 블록버스터로 분류될만한 인기몰이를 했는데 다행히 보지 않았습니다. 책으로 읽길 잘 했단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 존 그리샴, 펠리컨 브리프, 정영목(옮김), 시공사, 1992. * 총 519쪽. ( 읽은 건 1993년 40쇄본. 1년만에 40쇄! ㅎㄷㄷ ) * 원저 - John Grisham, Pelican Brief, 1992. * 한 해에 천만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 그녀가 구입한 책입니다. 아마도 책이 출간된 다음 해에 구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류의 소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 역시 좋아하는 장르고요. 그리고 이 소설을 읽은 후 존 그리샴에게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댄 브라운만큼이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 2009년 10월 19일(월)부터 22일(목)까지 읽었습니다. 목요일은, 휴무일이어서 인천국제도시축전에 다녀왔던 날이었죠. 가고 오는 지하철에서 세시간 넘는 독서를 했습니다. 그래서 500쪽이 넘는 책을 단 4일만에 읽을 수 있었죠. 물론 이 소설 자체의 흡인력이 대단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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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리컨 브리프. 이후에 이어지는 나름의 존 그리샴 읽기의 물꼬를 튼 소설. ▩
「펠리컨 브리프(Pelican Brief)」. 영화를 보지 않아 다행인 소설. 영화 보듯 읽은 존 그리샴의 책.
1. 펠리컨 브리프란? 브리프? brief. 미국 법대생들이 판례를 조사하여 그 요점을 적어놓은 서면. 또는 당해 사실을 법률과 연결, 서면으로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변호인의 공적인 주장. (이 책, 43쪽, 역자 주에서) 왜 펠리컨인가? "루이지애나 주 별명이 펠리컨 주라는 것 알아요?" 다비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아니, 그건 몰랐는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에요. 갈색 펠리컨들은 1960년대 초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죠." "펠리컨들이 어떻게 되었길래?" "농약이에요. 펠리컨들은 물고기만 먹어요. 그런데 물고기들은 농약에서 나오는 염소화 탄화수소로 가득 찬 강물에서 살고 있어요. 흙에 있던 농약은 비에 씻겨 내려 작은 냇물로 옮겨가고, 그 냇물은 다시 강들로 흘러가고, 그 강들은 결국 미시시피 강으로 흘러 들어가죠. 루이지애나의 펠리컨들이 물고기를 먹게 되면, 펠리컨들의 몸에는 새의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DDT와 다른 화학 물질들이 쌓이게 되죠. 그렇다고 곧장 죽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러나 굶주림이나 나쁜 날씨가 계속되는 경우와 같이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면, 펠리컨과 독수리와 가마우지들은 자기 몸에 비축해 둔 것을 끌어내 먹을 수 밖에 없죠. 그러면 문자 그대로 자기 몸뚱이의 지방에 의해 독에 오염되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설사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체로 [번식]을 못하게 되죠. 알이 너무 얇고 약해서 알을 품는 중간에 깨져 버리고 마는 거예요. 이런 거 알았어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60년대 말, 루이지애나는 남부 플로리다에서 갈색 펠리컨들을 옮겨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몇 년 동안 펠리컨의 수는 천천히 증가했죠. 그러나 그 새들은 여전히 아주 큰 위험에 처해 있어요. 40년 전에는 수 천 마리가 있었어요. ... 삼나무 늪지대는 이제 수십 마리밖에 안 남은 펠리컨들의 보금자리예요.". (이책, 426-427쪽, 다비 쇼와 그레이 그랜섬 기자의 대화 중에서) 29장은 다비 쇼의 펠리컨 브리프? 29로 번호를 매긴 장(章)은 '정말 압권'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 명확한 힌트는 없지만, 아마도 이 장이 작중 인물 24살의 법대생 다비 쇼가 쓴 <펠리컨 브리프>가 아닐까 싶습니다. 논리로나 묘사로나 사실로나 전개로나 정말 멋진, 두고두고 읽고 싶은 글입니다. 대중 소설가 혹은 상업 소설가로 치부될 (수도 있는) 존 그리샴이지만^^; 29장에서와 같은 생태적 사고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이런 감상적인 세밀한 묘사를 할 줄 아는 작가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 줄리아 로버츠를 자동 연상하며 읽은 소설 제 옆의 그녀는 영화로 볼 때나 책으로 읽을 때나 조디 포스터를 연상했다는군요. 저는 책을 읽는 내내 줄리아 로버츠의 어릴 때 모습이랑 주인공 다비 쇼가 오버랩 되었습니다. 그게 꼭 영화에 줄리아 로버츠가 나와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른 주인공들의 이미지가 영화에 나온 배우들과 매치가 되지 않는 걸 볼 때도 그렇습니다. 예컨대, 덴젤 워싱턴은 읽는 내내 전혀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소설에서는 지적인 백인 기자 이미지로 그려지는데 영화에서는 지적인 흑인 덴젤 워싱턴이 역할을 맡았죠. 책을 읽는 중에 저절로 줄리아 로버츠가 연상되었습니다. 3. 번역가 정영목이 눈에 띈 책 펠리컨 브리프는, 정영목이 번역한 책이라면 신뢰해도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된 소설입니다. 그후 어떤 책을 구입할 때 그게 정영목의 번역이면 번역의 퀄리티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최근 읽은 리처드 세넷의 <장인>을 번역한 김홍식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번역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두 번역가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에 관한 이야깁니다. 4.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 소설을 쓸 때 영화화화 될 걸 예상하고 쓴 것인지, 작가의 뇌^^가 영상문화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인지, 읽는 내내 그야말로 영화와 같은 장면 전환 그리고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닐테니 이것도 작가의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죠. 물론 이럴 때 독자의 책장은 빛의 속도로 넘어갑니다. 5. 개인적으로, 그후에 이어지는 존 그리샴 작품 읽기의 물꼬를 튼 책 존 그리샴의 작품은 (대작으로는^^) 거의 다 갖고 있고 그중 절반은 읽은 것 같습니다. 이미 다 읽었어도 읽었을텐데 그러지 않은 것은 "맛있는 음식 아껴두는" 것과 같은 제 심리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책을 찾아가며 읽는 편이긴 하지만 몰아서 한꺼번에 다 읽기 보다는 하나하나 시차를 두고 읽습니다. 그런 국내 소설가로는 김훈이 있군요. 김훈의 책을 거의 전부 가지고 있는데요. 역시 절반 정도 밖에 읽지 않았습니다. ^^ 어쨌든, 벼르고 벼르다 시작한 펠리컨 브리프였는데 존 그리샴 읽기의 물꼬를 튼 셈이 되어 기억에 남을 책이 되었습니다. 2010 1105 금 19:45 ... 20:55 시작이반 2010 1106 토 08:00 ... 09:00 다시훑기 & 인용입력 2010 1107 일 04:00 ... 04:3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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