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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사냥꾼 -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시려면 표지나 제목을 클릭하세요. |
과일에 푹 빠진 사람이 지구상의 모든 과일을 추적하고자 했다. 과일 자체에 관한 정보들, 과일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들, 과일에 관해 누군가 했던 이야기들을 닥치는대로 수집했다. 그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과일에 관한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이야기를 적으려고 한 듯 하다. 그런데, 그것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는 저자에게 별 관심이 없는 문제였던 것 같다. 아담 리스 골너, 과일 사냥꾼: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김선영(옮김), 살림출판사, 2010. * 본문 404쪽. 총 423쪽. (원저) Adam Leith Gollner, The Fruit Hunters, 2008.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도중에 덮어버렸다. 2010년 8월 12일(목), 13일(금), 양일간 읽었다. 아니, 읽으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더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읽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소쿠리를 빠져나가는 물이 되어 머리 속에 남는 게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 보자. 학교 운동장에 같은 학교 학생들이 있다. 굉장히 큰 학교라서 학생수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크게 보면 모두 인간이라고 분류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 특징을 따지자면 수십만가지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인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A라는 사람은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고, B라는 사람은 이러저러한 개성이 있다. ..." 그렇게 수십만명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과연 수십만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한 사람 한 사람 마다의 특징과 개성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 '학생'이란 말을 '과일'로 바꿔 놓으면 「과일 사냥꾼」이 책이 된다. 우리말로 번역된 것이 약 400쪽이다. 거기에서 나열되는 과일들의 종류와 이름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그 많은 과일들에 관한 이야기는 과일별로 전개되지 않는다. 어떤 테마를 정해 테마별로 거기에 맞는 과일들을 끌어다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게 등장하는 이야기의 연결은 뚝뚝 끊어져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등장한 과일이 저기서 저렇게 또 등장하는 일이 너무 잦다. 책을 읽는 독자는 정신이 없다. 책은 왜 읽는가. 책이란 건 뭔가. (저자가 정한 주제야 있겠지만)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단편적인 사실들을 끝없이 나열한다면 그게 과연 책일까. 그런 식의 나열이라면 백과사전이 낫지 않을까. 그나마 알파벳 순으로라도 정리가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자가 조사도 많이 했고 알고 있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책이란 게 저자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나. 이 책은 과일에 관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늘어놓아서 독자에게 남는 것은 없다. 시간 들여 읽는 독자의 머리나 가슴에 남는 게 없다면 그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구성도 중요하다.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2010 0830 월 00:30 ... 01:2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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