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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수첩은 외부의 정보 [저장 신체] 기관, 다시 말하면 세포 대신 종이로 이루어진 내 뇌의 일부였다. 수첩이 가까이 있다는 걸 알면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 책, 173-174쪽, 미셸 루빈카(Michelle Hlubinka), <수첩>에서)

사람마다 각별히 의미있는 물건이 한둘은 있게 마련이지요. 저는 뭐가 의미있는 사물들인가, 생각해보니, 위에 적은 미셸 루빈카처럼 수첩 혹은 메모장을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각별한 물건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니, 초큼 되는군요. 생각할수록 가짓수가 늘어나는? ^^

셰리 터클(엮음),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들, 정나리아 & 이은경(옮김), 위즈덤하우스(예담), 2010.   * 총 430쪽. 본문 410쪽.
(원저) Sherry Turkle, Evocative Objects:Things We Think With, The MIT Press, 2007.

알라딘 신간 서평단에서 날아온 이 책을 받기 전까지 저는 셰리 터클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물론,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 읽고 난 후에도 생각은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들에 관해 쓰고, 그걸 누군가 책으로 엮었다는 정도의 느낌입니다. 독자는 그 글들 가운데 공감 가는 꼭지들을 더러 발견하게 됩니다. 더러. ^^

2010년 7월 23일(금)부터 7월 26일(월)까지 읽었습니다. 이 책은 출퇴근 지하철에서 저를 책 속으로 유인하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저는 늘 그렇듯이 책을 읽고 있지만, 책을 읽는 저를 자꾸 졸음 속으로 밀어넣는 느낌이었습니다. 몸의 피로를 부르는 무더위 탓도 있겠지만, 책 속의 글이 갖는 흡인력 부족 때문인 듯 합니다. 4일 내내 연속해서 졸음이 몰려올 수는 없거든요. 게다가 이 책에 뒤이어 읽고 있는 김훈의 <남한산성>은 참 잘 빨려들고 있음을 감안하면. ^^;

★C★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들, 독자의 공감을 좀더 감안했으면 좋았을!


34명의 학자, 연구자가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들이란 테마로 쓴 글을 엮은 책.
좀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들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1. 이 책은? 책에 관한 전체적인 소감.

이 책은 셰리 터클(MIT 교수, 과학사회학)이 쓴 책은 아니고 셰리 터클이 여러 사람이 쓴 글을 엮은 책입니다. 누군가 일종의 기획을 한 것 같고, 수십명의 학자 또는 연구자들이 내 인생의 의미있는 사물이란 한가지 테마로 쓴 글을 모았습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각별히 의미있는 사물들은 어떤 게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들은 그 사물과 관련된 자신의 에피소드와 생각을 적고 있습니다.

이 책엔 그런 사물이 34가지 등장합니다. 34명이 글을 썼단 이야기지요. 중복되는 필자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껴서요. ^^; 그리고 이 책은 셰리 터클 그녀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앞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엮은이의 에피소드를 적은 것은 아니고요. 사물에 관한 일반론 쯤 되는 글을 적고 있습니다. 다소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인식론적으로 느껴집니다. 읽기 좀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셰리 터클이 매 꼭지마다 초입에, 그 글과 관련이 있을 법한^^ 누군가의 글을 삽입해 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유의미한 시도라고 찬사를 늘어놓고 있지만 솔직히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책에서도 어떤 인용문을 매 꼭지마다 싣는, 비슷한 시도는 얼마든지 있으며, 이 책의 경우 그 인용문이 읽어내기 힘든 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책의 표지에서 적고 있는대로 34인의 34개 사물에 관한 글이 실려 있지만, 책의 표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34인의 세계적 석학"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이는 필자들입니다. 표지의 광고 카피가 좀 오버하고 있단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필자들은 상당수가 셰리 터클과 같은 학교에 몸담고 있는 교수이거나 연구자들입니다.

글의 내용은 독자가 좇아가기 어려운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필자들이 적고 있는 일화나 사물에 관한 서술에 공감하는 일이 드뭅니다. 어떤 글은 본인은 알 수 있는 글이기는 한 것 같은데 독자는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들마다 편차가 커서 글 하나하나마다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적응이 좀 되어갈 무렵 다른 필자의 다른 글이 나타납니다.



그래도 독자로서 공감이 가는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책의 두 곳에서 공감가는 대목을 만났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두 부분을 인용합니다.

 
 

 
2. 만화(책)을 좋아하는 어른!

내게 만화책이란 집으로 돌아가는 연휴에 엄마가 만들어준 남부식 야채 요리처럼 위로를 주는 대상이었다. (80쪽)

어른이 되어도 만화책은 끊임없이 일상의 문을 두드린다. (81쪽)

성인이 되어서 ... 만화 독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떳떳이 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82쪽)

어른이 되어도 만화책을 끊지 못하는 남자를 성장이 멈춘 별난 종족으로 보는 사람들의 편견은 불편할 정도로 심하기만 하다. (83쪽)

삶의 어느 순간부터인가, 성인으로서 권리와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배우기 위해 만화책을 펼치게 되었다. (88쪽)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 <불사조 슈퍼히어로>에서)

저는 만화책을 보는 것에서 위로를 찾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헨리 젠킨스와 다릅니다. 하지만 그 외의 인용문들은 제 생각과 비슷합니다. 바로 얼마전 7월 초순-하순에도 지하철 출퇴근 독서로 만화책 <테니스의 왕자> 전권 읽기를 했다죠. 만화책은 저에게도 일상의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어른이 만화책을 본다는 점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내가 만화책을 안 읽거나 하는 일은 없겠죠. 앞으로도 쭈욱 느낌이 올 때마다 내키는 만화책을 보는 일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그건 헨리의 말대로 성인으로서 누릴 권리와 자유의 일부라고 봅니다.
 
 

 
3. 시계, 성인의 시간으로 진입하는 매개!

어린 아이들은 낮잠, 밥 먹기, 해질 녘, 매일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의 익숙한 노래 정도로 구분되는 획일적인 흐름 속에서 시간의 경과를 경험한다. 아이들의 일정을 정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시계 보는 법을 배우고 나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해야 할 책임을 안게 된다.
나는 네 살 때 가족여행을 가서 태엽을 감는 미키 마우스 시계를 선물 받고 성인의 시간 속으로 입문했다.
(173-174쪽, 미셸 루빈카(Michelle Hlubinka), <수첩>에서)

미키 마우스 시계라는 대목에서 댄 브라운의 소설에 나오는 랭던 교수가 떠올랐습니다.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 <로스트 심벌>에서 랭던 교수는 미키 마우스 시계를 찬 사람으로 나옵니다. ^^ 묘한 것은, 랭던 교수의 경우 미키 마우스 시계로 인해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으로 인식되는 면이 있는 반면, 이 책의 미셸 루빈카는 미키 마우스 시계로 인해 네살 때 성인의 시간으로 입문한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랭던에게는 '미키 마우스'가 부각되었던 것이겠고, 미셸에게는 '시계'라는 시간관리 장치가 중요했던 것이겠죠. 미셸이 적은 어린 시절의 시간 개념에 크게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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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802 월 08:30  예약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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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셰리 터클 (예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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