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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안 올 때 신이 왜 자기한테 나 같은 인간을 보내서 장난을 치나 의아해한 적 없어?"
"없어요. 난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안 오면 당신이 사라졌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그걸 걱정해요. ... 하지만 우리가 늘 함께할 운명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믿고 있어요."
(1권 383쪽, 헨리와 클레어의 대화)

굳이 사랑 이야기가 아니래도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에 관심이 많은지라 더더욱 끌리는 소설이었습니다. 영화의 개봉과 함께 매체에 소개되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관한 온갖 이야기들은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오드리 니페네거, 시간 여행자의 아내, 전2권, 변용란(옮김), 살림, 2009.
   * 1권 총 427쪽 / 2권 본문 374쪽, 총 383쪽.
* 원저 - Audrey Niffenegger, The Time Traveler's Wife, 2003.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다시 한번 읽고 싶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슬프긴 하지만 진정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좋고, 직소 퍼즐 또는 모자이크처럼 잘 짜여진 이야기라서 좋습니다. 올해 안에 한번 더 읽자! ^^

다음북(Daum Book) 서평단 미션 도서 가운데, 잠시의 주저함이 없이 선택했던 책입니다. 2009년 12월 8일(화)에 택배 수령했고 12월 18일(금)부터 읽었습니다. 1권은 생각보다 오래 걸려 23일(수)까지 읽었고, 2권은 24일(목)부터 26일(토)까지 후다닥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성탄절이었던 25일(금)에 집에서 쉬면서 반권 정도를 읽은 게 독파 기간 단축에 힘을 발휘한 듯 합니다. ^^


※ 따로 밝히지 않는 한, 제 블로그 리뷰 포스트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 10점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시간 여행자의 아내 2 - 10점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 2, 판타지의 옷을 입은 진정한 사랑 이야기


오드리 니페네거, 시간여행자의 아내(The Time Traveler's Wife).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요소에 포개놓은 진정한 사랑이야기.


 

1. 이 책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어느 불행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불행한'이라고 한 것은 '시간 여행'으로 인해 사랑이 시간적으로 파편화되고 조각조각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사랑을 놓치지 않는 두 사람 헨리와 클레어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더욱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옵니다.

이 책은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에 관해 관심이 가는 사람에게는 독특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저는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에 관심은 있습니다만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혹은 그래서?), 이 소설은 저를 스토리 속으로 마구 빠져들게 했습니다. 저는 어차피 시간 여행이란 것을 극적 장치로서의 '판타지'로 읽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간 여행'이란 것이 소설 속으로의 몰입에 전혀 장애물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드리 니페네거는,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현대의 미국에서, 사랑과 결혼에 관한 온갖 지저분한(?)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주는 미국에서(!), '진정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독자와 관객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런 맥락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쩌면 '현대 미국'이라는 시공간에서 '진정한 사랑'은 동화적일 수 밖에 없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더 큰 흡인력을 갖는지도 모릅니다.

 
 
2.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잘 인용되는 바로 그 부분,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더 머물 수 있다면, 계속해서 살 수 있다면 나는 단 몇 초라도 더 매달려서 악착같이 버텼을 거라는 거 당신도 알 거야. ...
클레어,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야. 우리 사랑은 내가 미로를 뚫고 나올 수 있게 해 준 생명의 실이었고, 공중곡예사의 그네 아래 깔린 안전그물 같은 것이었고, ... 내 인생에서 내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 진짜였어. ...
...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해.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야.
(2권, 352-354쪽, 헨리의 편지 중에서)

오드리 니페네거는, 극중인물 헨리는, 그리고 아내 클레어는 사랑이 시간을 초월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 속에서 시간은 아무것도 아님을 보여주고 실천합니다. 책의 뒤표지에서도, 그리고 이 책에 관해 언급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용하는 부분은 바로 헨리가 남긴 편지에 썼던 구절입니다. 책을 읽은 저에게도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살짝 유치찬란한 닭살멘트로 느껴질 표현들도 있지만, 우리 삶 자체가 유치찬란할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은 유치찬란한 말을 해주길 내심 서로에게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닭살멘트들은 유치찬란보다는 애절함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3. 꼭 13년 2개월 8일간 이어진 결혼생활이 삶 전체를 지배하다

결혼 도중에 헨리가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결혼식을 올린 것이 1993년 10월 23일(토)이었고(1권 404쪽 이하), 클레어의 현재로부터 현재의 헨리가 영영 사라지는 것이 2006년 12월 31일(일) 심야이었으니(2권 325쪽 이하),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정확히 13년 2개월 8일간 이어진 것이지요.

과거의 헨리가 클레어 앞에 나타나기도 하고 미래의 헨리가 클레어한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현재의' 결혼생활은, 제가 세어본 이 날짜수만큼입니다. 불과 13년 남짓한 헨리와의 결혼생활이지만 클레어의 평생은 헨리를 바라보고 헨리를 기다리고 헨리를 불시에(^^) 만나는 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짧은 현재의 시간이 삶 전체를 지배할 수도 있단 생각이! ♡

 
 

 
4. 직소 퍼즐 혹은 모자이크 같은 소설 구성

이야기의 전개는 기본적으로(주로) 클레어의 현재를 따라 진행이 됩니다. 스포일러는 아니고 예비독자의 독서에 도움이 될만한 독서팁입니다. 간혹 클레어의 과거-현재-미래를 뒤섞어 서술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클레어의 현재를 따라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아. 그리고 시간 여행자 헨리의 과거-현재-미래는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뒤죽박죽입니다. ^^

뒤죽박죽 되어 전개되는 헨리의 삶을 독자로서 직소 퍼즐처럼 모자이크처럼 하나하나 짜맞춰 가는 소설적 구성이 나쁘지 않습니다. 신선하게까지 느껴진 면도 있고요. 어떤 부분을 읽다가 앞서 읽은 부분과 다른 관점이지만 같은 장면의 묘사라는 생각에 책을 뒤적여 그 부분을 찾아내어 읽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맛본 보물찾기와도 같은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5. 이 책을 읽으며 했던 시간여행에 관한 재미난 생각들

{헨리의 시간 여행에 관한 특별 이론}
첫째로 그건 두뇌의 문제로 생겨나는 일인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어나는 경향이 있고, 불빛이 깜박인다든지 하는 물리적인 징후에 반응하는 걸 보면 간질과 비슷한 것도 같아. ...
둘째, 언제 어디로 가게 될지,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있을지, 언제 동아오게 될지에 관한 건 내 의식적인 통제력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야. ... 대개 내가 현실에서 이미 갔던 곳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어]. 또 미래보다는 과거로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고. ... 지금껏 내가 옮겨 다닌 범위는 앞뒤로 50년 정도야.
셋째, 시간 여행은 내 육신만 가능해. 그 어떤 물건도 가지고 시간여행을 할 수는 없어. 시간여행을 하는 나는 언제나 알몸인 거지. 치과 보철 치료를 받은 후에 그 보철물은 나와 함께 시간여행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
(1권, 257-258쪽)   * {  } 부분은 비프리박.
* 셋째 항목은 책 전체에 흩어져 있는 내용을 비프리박이 재구성해서 적은 것.


시간 여행에 관한 판타지를 좋아하고 그것이 동원된 소설과 영화들에서 강한 인상을 받는 제가 늘(^^) 품게 되는 시간 여행에 관한 생각들을 적어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자주 품게 되었던 의문이기도 합니다. ^^;

1)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미래의 누군가는 왜 '과거'로 날아오지 않는 걸까.
2) 시간 여행이 가능하려면 무수히 많은 지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3) 시간 여행을 해서 과거에서 또는 미래에서 3일을 지내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면 그는 3일을 늙은 것일까 아닐까.
4) 시간 여행자가 과거의 어떤 사건을 건드린다면 미래의 누군가는 휙휙 바뀌는 현실을 맞고 있지 않을까.
5) 시간 여행을 하는 누군가가 미래에서 복권 당첨번호를 알아온다면 그건 비도덕적인 일일까.
......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시간 여행이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작품을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라면 모를까. ^^ 중요한 것은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아니라 작품의 극적 완성도일테니까요. 이 책은, 물론,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아니, 후한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다시 읽고 싶은 책. '사랑'에 관해 생각할 계기와 기회를 준다는 이유만으로도!
- 오드리 니페네거가 현대 미국에서 피워올린 진정한 사랑에 관한 동화.
- 시간 여행이란 판타지가 극적 상승작용을 일으킴으로써 독자를 더욱 몰입시키는 소설.
- 뒤죽박죽된 시간의 실타래를 직소 퍼즐처럼 모자이크처럼 맞춰가는 것이, 독자에게
  책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잘 짜여진 신선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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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111 월 01:20 ... 02:00  거의작성
2010 0111 월 07:10 ... 08:10  비프리박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드리 니페네거 (살림,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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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드리 니페네거 (살림,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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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Daum책이나 Tistory와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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