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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재에는 과거의 어떤 정자와 난자가 필요했다. ... 수세기 전에 ... 재채기 한 번, 역마차의 지체, 한 번의 말실수 같은 것이 끼어들었다면 나의 5대조 할아버지는 임신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 결과 나도 임신되지 않았을 것이다. ... 내 존재에 필수적인 매우 특수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우연의 일치인가? (Peter Cave, 이책, 203쪽) 도발적인 제목만큼 호기심이 동하는 피터 케이브의 책이었습니다. 재미 있을 거 같았습니다. 읽다 보니, 의미도 있더군요. ^^ 피터 케이브,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김한영(옮김), 마젤란, 2009. ( 번역서 부제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 * 본문 256쪽. 총 279쪽. * 원저 2008년 출간(아마존에서는 2009년으로 확인됨). * Peter Cave, What's Wrong With Eating People? ( 원저 부제 - 33 More Perplexing Philosophy Puzzles. ) 이 책의 리뷰 1편(http://befreepark.tistory.com/721)에 이어서 올리는 리뷰 part 2입니다. ^^ 서평이 길어지는 관계로^^; 가독성을 위해, 나누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포스트 하나가 너무 길면 스크롤다운의 유혹이 커지니까요. ^^a |
▩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피터 케이브와 머리쓰기, 철학하기! [2] ▩
( 도발적인 제목만큼, 생겨나는 호기심만큼, 책장은 잘 넘어간 피터 케이브의 책. )
3. 가장 인상적이었던 철학적 두뇌훈련의 예, 테세우스 왕의 배! ^^ 만물은 변화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지요. 우리는 그렇게 변화하는 만물을 헷갈리지 않고 잘 인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이것이 어제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데 말이죠. 몇천만원을 들여 얼굴성형을 한 여성을 예전의 그 여성으로 인식하며, 케이스를 교체해도 우리는 그 컴퓨터를 예전의 컴퓨터로 인식합니다. 언젠가 집에서 쓰는 컴퓨터에서 좀 많은 것을 한번에 교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런 질문이 들더군요. 과연 이 컴퓨터가 어제의 그 컴퓨터인가? 라는 질문이요. 크흣. 그런 저런 맥락 속에서, 피터 케이브가 적고 있는 다음과 같은 부분은 꼭 제 생각을 옮겨 놓은 것 같아 인상 깊게 다가왔고,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으로 꼽게 됩니다. ^^ 어제의 강이 오늘의 강과 같다는 것은 그 구성이 같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것을 똑같은 강으로 만드는가? ... 테세우스 왕의 배는 여러 부분들이 닳고 닳아서 갑판의 판자, 돛, 밧줄을 교체하다 보니 ... 원래 부분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 몇 명의 청소부들이 낡은 판자들과 그밖의 잔재들을 몰래 수거한 다음, 상당히 초라하고 항해에 부적합했겠지만 원래의 배를 재건조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것이 진짜 테세우스의 배일까? 새 부품들로 교체되었지만 테세우스가 계속 소유한 배일까, 원래의 재료로 구성된 초라한 배일까. (216-217쪽, <28. 강은 똑같지만 강물은 다르다?>에서) 4. 머리쓰기, 생각하기, 철학하기는 가치 판단의 문제를 포함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문제를 묻고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합니다. 몇 군데만 제외하고, 피터 케이브는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풀어갑니다. 그 속에서 피터 케이브의 진면목(?)을 엿보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가치 판단의 문제를 콕콕 집어내고 건드릴 때입니다. 상반되는 주장이 모두 근거가 충분하며 어느 한쪽을 옳다고 하기 힘든(?) 질문들도 등장하게 됩니다. 결국은 가치 판단의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치관, 세계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는 것이지요. 책에서 한 예를 가져오자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여기에 꼭 맞을 것 같습니다. '가치 있는' 또 다른 퍼즐은 공평함과 관련된 퍼즐이다. 우리는 공평해야 하고 그래서 주차위반 벌금은 모든 위반자에게 똑같은 금액, 가령 200파운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대단히 불공평하다. 200파운드는 어떤 사람들에겐 일주일치 봉급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겐 하루치 봉급이다. 벌금이 공평하려면 수입이나 자산이나 차량 가격의 비율로 부과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228쪽, <30. 그것은 판단의 문제다>에서) 5. 심오함(?) 속에서 잊을만하면 웃음을 빵 터뜨려주는 피터 케이브! 피터 케이브는 필요할 때마다 잡다한 지식들과 일화들을 여기저기서 잘 끌어옵니다. 독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겠지요. 이 책의 제목에서, 그리고 책 속의 장별 제목에서, 이 책은 쭈욱 진지하고 무겁게 진행되는 심오한 책일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입니다. 경쾌하고 발랄한 도발적인 질문들이 넘쳐나고, 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노력해가는 과정 속에서 피터 케이브는 심심치 않게 웃음을 빵 터뜨려줍니다. 가져오는 잡다한 지식들과 일화들이 잊을만하면 독자에게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합니다. ^^ 예컨대 다음과 같은 대목은 읽는 내내 웃었습니다. 크큭. 넬슨 굿맨은 과속을 하다 단속에 걸린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운전자가 경찰관에게 항의한다. "하지만 앞차를 기준으로 볼때 나는 절대 과속을 한 것이 아니라 거의 정지해 있었다고요." 그러나 경찰은, 도로를 기준으로 얼마나 빨리 달렸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운전자는 갑자기 비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지구가 동쪽으로 자전하는 거 모르시오? 나는 서쪽으로 운전하고 있었으니까, 저기에 주차된 차들보다 훨씬 느리게 가고 있었어요." 그러나 경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한다. "그렇다면 고속도로에 주차를 했으니 딱지를 끊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주차된 차들에 대해서는 과속 딱지를 끊어야겠군요." (241쪽, <31. 별은 우리가 만드는 것인가?>에서)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독자에게 머리쓰기, 생각하기, 철학하기를 요구하는 책입니다. - 어찌 보면 생각할 필요없는 질문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지고 파고 듦으로써 삶과 자연과 사회에 관한 본질을 한번쯤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책입니다. - 원래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쏟아지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자신의 머리로써 생각하고 사고하고 철학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2009 0912 토 23:20 ... 00:10 초고작성 2009 0914 월 00:30 ... 01:30 비프리박 2009 0918 금 09:00 예약발행 |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출판사가 제공하는 도서 정보를 원하시면 좌측의 이미지나 위의 책제목을 클릭하세요. |
p.s.1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Tistory나 알라딘과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
p.s.2
2009 0914 월 08:30 ... 09:00 분리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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