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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먹고, 작정하고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MBC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2009년 6월 2일일 방영)은
그렇게 우연히 본 것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본 직후, 그리고 지금까지의 솔직한 느낌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말살되고 있는지에 대한 '슬픔'보다는
그렇게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그리고 실종된 민주주의 (PD수첩, 200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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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imbc.com/broad/tv/culture/pd/vod/index.html



모든 출구가 전경으로 막힌 지하철역에서 서울시청 광장으로 나가려는 지하철 승객은
자신의 머리통이 전투경찰 곤봉에 날아갈 위험을 무릎써야 하는 나라.
지금 여기가 80년 5월 광주 금남로인가.

집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인이라고 밝히는 외국인을 "이게 일본사람인 척 하고 있다"면서 전투화로 짓밟는 나라.
내국인, 자국민이면 밟혀도 된다는 것인가.

고사리 손 어린 여학생이 경찰의 집회현장 사진 채증에 항의했다고
이틀씩이나 유치장 신세를 져야 하는 나라.

불법 연행에 항의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정신연령 10세의 정신지체 장애인을 철창에 넣어놓고 수사씩이나 하고 있는 나라.

'시민의 광장'에 시민들이 모일까, 촛불을 들까 두려워
전경 버스로 광장 전체에 차단막 아니 제2의 명박산성, 원형산성을 쌓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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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이 시민에게 사무라이처럼 긴 곤봉, 장봉을 휘두르는 나라. 그러고도 할 말은 많은 나라.
너는 일개 경찰일 뿐이고 그들은 네가 보호해야할 국민이란 말이다!

정치적 발언을 하면 불법이라고
기자회견, 선언문 낭독을 길거리에서조차도 못하게 경찰이 막는 나라.
도대체 정치적 발언이면 불법이라는 새우젓같은 개념은 어디서 나온 똥덩어린가.

촛불이라면 무조건 안 된다며
어린 아이도 종이컵 속의 촛불을 꺼야 통과할 수 있다고 전투경찰이 통행을 막는 나라.
어린 아이의 촛불까지도 두려운 권력이라면 왜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있는 것인가.


...... 그야말로 끝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1980년 5월 광주을 떠오르게 합니다. ......



대한민국은 이제, 의사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시위의 자유 같은 시민 기본권을
헌법 조문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민의 기본권을 누리기 위해선 자신의 머리통을 곤봉 세례에 노출시켜야 하는 나라입니다.
'독재' 따로 있는 것 아니지요. 국민의 기본권이 억눌리면 그것이 바로 독재입니다.
경제를 살린다고 뽑아 줬더니 국민과 국민기본권을 다 죽이고 있군요.
(저는 설치류를 찍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설치류를 찍어버리고 싶습니다. ㅠ.ㅠ)

비주류 전직 대통령이 벼랑끝에 몰려 자살한 것을 슬퍼한 우리는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종과 종말을 슬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 슬픔에 앞서 억누를 수 없는 이 분노를 어찌해야 할지.
저 민주주의의 적들에 대한 분노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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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605 금 10:15 ... 10:55  비프리박


p.s.
서울대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더군요. (전문
http://www.vop.co.kr/A00000254911.html)
진정으로 모든 국면에서 대한민국은 군부독재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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