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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의 D-day가 3653일째임을 알려주고 있군요.
굳이 휴대폰이 아니어도 제 기억에 선명한 날입니다.
날짜는 3653일, 햇수로는 으흣 이게 얼마인지. ^^
앞으로 지금까지의 최소 다섯번은 더 반복할 수 있기를. _()_



             그녀를 처음 만난 날 그리고 오늘


그해 그러니까 199○년의 6월 4일은 금요일이었지요.
그해 현충일은 안타깝게도^^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해 6월 4일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요.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인 걸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당신과 제가 처음 서로를 본 날이지요. 네, 보기만 한 날이죠.
당신도 그날 저를 본 것을 기억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날 봤을 수많은 사람 가운데
당신만 기억합니다. 그날 당신이 입었던 옷과 신었던 신발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다!"라고 제 마음 속 한 켠에 확신을 느낀 것은 6월 9일 수요일이었습니다.
당신도 기억하듯이 우리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은 6월 7일이었지요.
월, 화, 수...! 3일째 되는 6월 9일 저는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감지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말이 많지 않은 당신은, 그 3일 그리고 그 이후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나이 차이를 못 느낄^^ 어린 시절 이야기, 당신의 당시 삶을 가로지르는 생각들, ...
그것이 말로 바뀌면서, 제 머리와 가슴 속에는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새겨놓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맞는 6월 4일. 꼭 10년째 되는 6월 4일. 오늘은 목요일이군요. ^^
지금 당신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있고 한 솥 밥을 먹고 있고 한 이불 아래 잠을 청합니다.
만난 지 3일째 되는 날 제 머리와 가슴을 파고들었던 그 확신은 정확했었군요. ^^
강산이 바뀐다는 세월동안 변함없이 서로를 아끼고 보듬으며 살고 있으니까요.
강산이 몇번을 더 변하든 그 생각과 마음은 변함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언제나 저의 확신은 정확합니다. 그것이 당신을 향한 것인 한. ^^

3일째 제 마음 속에 밀려들었던, 너무도 선명했고 너무나도 강렬했던 확신 앞에서 놀랍게도
제 머리는 천천히, 천천히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서두르면 망친다는 교훈과 함께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이유도 없이 호의만 베풀었던 거 기억하나요?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무지개 같은 존재임을 이미^^ 잘 알고 있기에
살금살금 다가가자고 했던 다짐이었습니다. 석달을 채우자, 석달을 채우자, ... 다짐했습니다.
그리고는, 롯데월드로, 에버랜드로, 창경궁으로, 덕수궁으로, ... 수많은 주말을 수놓았지요.

"이제 선 같은 거, 소개팅 같은 거, 그만 보도록 해요."라는 말을 건넨 것이 8월말이었습니다.
석달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그 후 언젠가 말했던 그대로입니다. 참느라 힘들었어효. ^^
그리고는 파죽지세 바로 그것이었지요. 예비 장모님에게 "딱 1년만 연애를 하겠습니다.
이 사람이나 저나 연애 못하고 산 것이 아까와서라도 딱 1년만 연애를 할게요."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었는지, 아마도 그땐 제가 많이 어렸나 봅니다. 사실 그것은 저의 진심이었는데,
내심 "이 놈 봐라!"하셨을지도 모를 예비 장모님에게 그 진심이 먹혀들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1년으로 작정했던 그 기간은 2년 4개월로 늘어납니다. 그래도 위기와 고비들, 잘 넘었네요.
크다면 컸을, 그 작지 않은 위기와 고비들 잘 넘기고, 앞으로의 삶을 함께 하기로 했지요.
예비 장모님은 장모님이 되고, 예비 시부모님은 진짜 시부모님이 되었군요.
그래서 한 지붕 아래 살고 한 솥 밥 먹고 한 이불 아래 잠을 청하는 지금...
세월은 벌써 10년을 꽉 채우고 있지만, 처음 만날 때의 그 느낌은 그대로라지요.
그때의 "이 사람이다!" 했던 확신은 "죽는 날까지!"라는 또다른 형태로 바뀌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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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604 목 06:35 ... 07:55  비프리박


p.s. 1

p.s.2
티스토리 461일.
운동재개 371일.
수능날짜 161일.
그리고, 3653일.

오늘도 힘찬하루!

[ 2009 0604 목 아침, 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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