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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섰다는 사실부터 꽤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황석영 선생님.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진보라구요?


황석영 선생님께.

인터넷으로 실시간 뉴스 기사가 속속 올라올 때 저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기사 제목과 중간중간에 배치된 큰 글씨만으로 충분히 충격적이어서 내가 뭔가 잘못 본 것일거야 라며 일부러 기사 내용을 읽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아래 p.s. 참조.)

젊은 시절부터 황석영 선생님의 소설을 꽤나 뜻깊게 읽은 사람으로, 지난해 개밥바라기별 그리고 무릎팍도사 출연을 통해 황석영 선생님을 접하면서 내심 기뻤습니다. 그래, 황석영 선생님쯤 되는 분이 이렇게 대중성을 획득하는 것도 좋지, 라는 생각도 했고요. 올해 초에는 개밥바라기별을 가슴 여미며 읽었고, 얼마전에는 무기의 그늘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그래서, 요 며칠간의 기사와 뉴스로 황 선생님을 접하면서 '청천벽력' 혹은 '뜬금없다'란 단어를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름 뒤에 '선생님'이란 칭호가 붙는 작가 한 명쯤 있는 것도 복이야, 라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말씀을 하신다고 한 것으로 압니다. "욕 먹을" 말과 행동이란 생각은 하신 거군요? 맞습니다. 어떤 심오한 뜻이 있는지 제 머리와 가슴으로는 헤아리기 힘들고 가늠이 안 됩니다만, 중앙아시아에 대통령(그것도 이명박의!) 수행원으로 따라가서 하신 행동과 거기서 하신 말씀은 "욕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기사에서 접한 황 선생님의 발언을 세 대목만 따오겠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념 정체성에 대해 “일부에서는 보수·우익으로 규정하는데, 이 대통령 스스로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얘기했고, 또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 ...” ( 인용출처 )

2mb와 딴나라당에 대해서는 보수 우익이란 말도 아깝다고 봅니다. 그런데 "스스로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이야기한 것"에 주목하신다고요? 언제부터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셨습니까. 그렇다면 세상에 어느 정권이 "반민족" "반민주" "수구꼴통" "친일매국"일 수 있겠습니까. 그것을 표방할 권력은 없지 않을까요. '소설가'이시니 '말'의 본질에 대해서 잘 아시리라 봅니다. '말' 뒤에 숨은 '실체'를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요?
그들의 본질은 소위 '강남 땅부자 정권', "부자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빼야한다"고 주장하는 정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바로 그 자체이지요. 그럼에도 "스스로를 중도실용 정권이라 얘기하고 중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만으로 그렇게 평가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과 이성을 버리자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 “용산 참사 같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라고 말했지만, “해외 나가서 살면서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 ( 인용출처 )

언제부터 '광주항쟁'이 '광주민주화운동'도 아니고 '광주사태'로 변모했습니까. 대통령 수행원으로 며칠을 보냈는지 알지 못합니다만, 며칠 사이에 많은 정신적 변화가 있으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역시 '본질'로서의 광주민중항쟁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시겠다는 말씀으로 읽혀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광주민중항쟁에 관한 눈물겨운 기록을 하셨던 황석영 선생님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용산 참사'가 저는 2mb 정부의 '본질'로 보입니다만, 그것이 단순히 2mb 정부의 '실책'이란 말로 묘사가 가능한 것이었군요. '실책'이라뇨. 재개발 철거민들이 갈 곳은 더 이상 '망루' 같은 곳 밖에 없고, 그들은 급기야 '망루'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피투성이 현실'이 어떻게 '실책'이란 말로 묘사가 될 수 있는 것인지요. 게다가 그것이 영국과 프랑스의 예와 비견될 수 있는 통과의례처럼 말할 수 있는 것이던가요? 영국과 프랑스가 어떤 일을 겪었다고 우리도 그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닐텐데 말입니다. 참으로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고전적 이론 틀로는 안 된다"며 진보세력도 매섭게 꼬집었다.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독재 타도나 민주화 운동이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도 그저 노동조합 정도에서 멈춰 있다"고 비판했다. ( 인용출처 )

사실 선후를 따지면, 진보세력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억압 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죠. 단 한 발짝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말입니다. 오죽하면 "박정희를 벤치마킹 하느냐"는 소리가 나오겠습니까. 그런데 정부의 과거답습은 놔둔 채, 정부를 비판하는 진보세력의 목소리에서 과거답습을 읽으셨다니, 선후가 한참 잘못된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현재 한국 정치지형에서 황선생님에게 비난 받아야 할 세력이 언제부터 민주노동당이었나요?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반민주적 반서민 정책으로 일관하는 2mb 정부가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그 주변에 포진해있는 딴나라당을 비롯한 수구꼴통세력들이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말이 났으니 말입니다만, 한국사회의 온갖 문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그들은 놔둔 채, 언제부터 그들의 반대편에 있는 민주노동당을 폄하해야 했습니까.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란 말이 있던가요?
선인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사자성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과 며칠만에 누군가의 생각에 설득 당하거나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아차 하는 한 순간이지요. 누군가에게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어느 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됩니다. 처음부터 맘 속에 이 이상은 안 된다는 분명한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논리도 수용하지 못할 것이 없겠지요. 그래서 저는 또,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란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권력의 심장부에 들어가서 권력을 바꾸겠다 했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지요.
지금 혹시 그러시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죠? 현재 어느 도의 도지사를 하고 있는 분이나 딴나라당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한때 진보적이었다는 사람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충분히 보셨고 잘 알지 않으십니까. 저는 그들이 '권력을 바꾸겠다고 권력으로 들어가서 권력이 되어버린 사람들'로 밖에 그리고 '벽을 부수겠다고 벽으로 달려가서 벽이 되어버린 사람들'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황 선생님은 생각이 많이 다르신가 봅니다. 각오도 다르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켜보진 않겠습니다. 지켜보고 싶지도 않고 지켜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들러리인 것을 정작 본인들만 모르는 법이니까요.

차라리 잘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넘어갈 사람은 넘어가고, 투항하고, ... 그러면 정리도 되고 뒤통수를 맞을 일도 없고, ... 참 좋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잘 되었다고 봅니다. 이 참에 권력으로 넘어가서 권력이 될 사람, 벽을 깨겠다는 미명하에 벽이 될 사람, ... 모두 다 넘어가고 투항했으면 합니다. 더 이상 헷갈릴 일도 없게, 더 이상 배신감 같은 거 느낄 일도 없게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더 격한 말과 이야기가 동원될 것 같습니다. '존경'에 가까운 마음을 가졌던 분에게 그리 하는 것은 썩 예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더워오는 날씨에 건강하십시오.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으로 드리는 바람이자 덕담이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구요. 바라진 않지만, 앞으론 다른 모습과 관계로 만나뵙게 될 것만 같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아. 제목으로 적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진보라구요?"에 대한 답이 빠졌군요. 그들이 진보라면 모르긴 몰라도 저희집 화장실 벽에 걸린 두루마리 화장지가 팔만대장경 초판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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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515 금 10:40 ... 10:50 & 16:30 ... 17:30  비프리박


p.s.
이 글을 작성하는 중에 접한 기사목록입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54736.html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90513195406512&p=segy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5131801325&code=100203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1287629&cp=du
http://www.daili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786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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