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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시청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내뿜는 개그콘서트의 독한 것들이다.
  난 지금부터 티비를 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동심 다 깰 거야.
  니들 지금부터 내 얘기 듣는 순간 애들 아니야 그냥 아저씨야. "


'독한 리뷰'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서평은 읽은 책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담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이상, 책 읽은 사람으로서의 솔직한 느낌과 소감을 배신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희수,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문화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도시 견문록,
바다출판사, 2009.   * 총 249쪽.

알라딘-티스토리 서평 미션꺼리(?)로 받은 책입니다. 2009년 4월 24일 수령했구요.
4월 26일(일)부터 4월 28일(화)까지 읽었습니다. 빨리 읽어버리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대략 1/3 지점까지는 원래의 속도로 읽었으나 그 뒤 2/3는 이왕 읽기 시작한 책, 서평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성격상 그만 읽을 수도 없고, 후딱 읽어버리자는 생각에 독서 속도를 고단 변속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읽기 어려운 책도 아니었습니다.

국내여행이긴 하지만 저도 나름 여행을 즐기는 편인지라 '동종업종 종사자'(?)로 보이는 분의 책에 대해서 호의적인 눈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더랬습니다. 하지만 그 동종업종 종사자 의식도 제가 부여잡을 그 무언가가 되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서평단의 일원으로 받은 공짜 책'이라는 약간의 심리적 부채감 역시, '독한 서평'의 브레이크가 되어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희수,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에 관한 독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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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여행에 관한 책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여행에 관한 책은 가이드북이거나, 방문시의 느낌을 적은 후기이거나(!)라고 봅니다. 여행지를 찾는 방문객의 손에 들린 가이드북이거나 여행 전후의 독자가 방문지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펼치는 누군가의 여행소감이거나, 둘 중의 하나만 되어도 행복한 여행관련 서적이겠지요. 이 책은 그 둘 사이를 어정쩡하게 오락가락합니다. 어느 한쪽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면서요.

예컨대, 이 책의 다섯번째 꼭지를 차지하고 있는 <패션과 예술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는, 만일 제가 피렌체를 방문한다고 할 때 전혀 가이드북이 되지 못할 뿐더러 피렌체로 날아가서 체류중이라고 할 때에도 이 책의 어느 한 구절, 인상적으로 떠오를 거 같지 않습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피렌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어떤 분에게는 뭔가 공유할 꺼리를 제공할런지는요.

솔직히, 이 책의 첫 꼭지 <포르투갈을 잉태한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 포르투갈 포르투>부터 마지막 편인 <낭만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도시 미국 시애틀>까지, 피렌체의 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친절한 가이드북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상적인 무언가를 머리나 가슴에 콱 박아놓지도 못하고, 계속 그 둘 사이를 어정쩡하게 오락가락합니다.


 
2. 문필가의 유려한 문체까지는 아니어도

읽는 내내,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문필가의 책을 읽는 것이 호사였구나,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문장이 꼭 길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짧게 짧게 치는 문장들 속에서, 지극히 사실적인 방문지 묘사만 이뤄지거나, 지극히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만 다뤄진다면, 그리고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채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의 나열만 계속된다면...? 아마도 독자는 저처럼 문필가의 유려한 문체를 그리워하게 될 겁니다.

여행기란 것이, 신문기사도 아니고 백과사전도 아니라면, 짧게 짧게 치는 문장들의 나열은 여행기에게 있어서 좀 아니라고 봅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 했던가요? 아름답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문장 속에, 독자로 하여금 어떤 공감을 끌어낼만한 여행자의 소감을 담아내는 여행기라면 더할 나위가 없으련만!!! 그것을 담고 있는 다른 여행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이 책에 지극히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3. 낯선 용어에 관한 설명은 언제 어떻게 등장해야 하는가

그때는 두오모 광장 한 켠에서 밀라노 대성당을 바라보며 ...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두오모에서도 같은 느낌을 ...
(4쪽, 머리말에서)
두오모, 이탈리아 어로 '대성당'이라는 뜻, ...
(55쪽, 이탈리아 밀라노 편에서)
피렌체를 찾는 사람들은 대성당이라 불리는 두오모를 ...
(75쪽, 이탈리아 피렌체 편에서)
영어의 돔(dome)에 해당하는 말로, 반구형의 둥근 지웅과 둥근 천장을 가리키는 말...
(75쪽, 두오모에 대한 미주설명, 이탈리아 피렌체 편에서)

책의 첫 페이지부터 저를 궁금하게 했던 '두오모'의 정체는 75쪽에 가서야 밝혀집니다. 75쪽에 나온 저 미주 설명은 4쪽에서 나오는 것이 맞습니다. 머리말에서 55쪽까지, 그후로 75쪽까지 '두오모'란 말을 왜 설명을 안 해주는 거야? 란 생각을 했습니다. 설명을 안 할 것도 아니고 이왕에 할 거면 75쪽이 아니라 4쪽부터 진작에 설명을 덧붙였어야지요.

책은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여지는 것입니다. 두오모란 말에 대한 이런 식의 뒷북식 용어 설명 배치는 과연 독자를 염두에 두고 행해진 것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른 예로, 낯선 용어들에 관해서 이 책은 그 나라말의 영어식 표기라든가 영어로 번역한 표기라든가 하는 것을 자주 생략합니다. 그 용어가 생소한 독자는, 읽는 내내 궁금함을 벗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낯선 용어임에도, 그 나라말로 읽은 것을 우리말로 적을 뿐입니다. 영어식 표기를 함께 적는다손 치더라도, 어떤 것은 적었다, 어떤 것은 안 적었다 합니다. '일관성'이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4.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사진들

이 책을 보면서 사진들이 뭔가 찜찜하게 다가왔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뭘까 궁금했습니다. 읽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자 그것은 제 머리속에서 두 가지로 정리가 되더군요. 불편한 각도의 시선이 하나였고 선명치 못한 사진의 화질이 다른 하나였습니다.

유적지의 유물들에 카메라를 들이댈 때, 사람이 안 나오게 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위로 치켜드는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만, 책에 그런 사진이 실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이 나오더라도 정면승부(?)를 걸거나 강태공의 마음으로 사람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거나 하는 것이 맞습니다. 꽤나 자주 등장하는, 고개를 위로 치켜들어 보는 듯한 느낌의 시선은, 독자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사람이 나오더라도 정면컷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화질 면에서 안 넣은 것만 못한 사진들이 간혹 등장해서 독자의 눈을 불편하게 합니다. 뭐 엄청나게 선명한 사진이 실리기 바라지 않습니다. 300, 400만 화소의 컴팩트 디카로만 찍어도 선명한 사진이 나오니까요. 이 책에는, 눈을 깜빡여서 다시 보게 되는 흐릿한 사진도 등장하고, 그닥 큰 사이즈의 사진도 아닌데 소위 깨진 것 같은 사진도 등장합니다. 찍어온 것인지, (편집부에서?) 퍼다가 끼워넣기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인 그런 사진도 있습니다. 

일본의 어떤 작가처럼 또는 국내의 어느 소설가처럼 사진작가와 동행하는 여행, 그 기록으로서의 여행기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한 장의 사진은 천 마디의 말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여행기를 기획하고서 출발한 여행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세상에는 사진작가까지 대동하고 떠나는 여행이 넘쳐나고, 강렬한 이미지로 독자를 사로잡는 여행기가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5. 간략한 지도 한장을 실을 순 없었을까

이 책에 실린 16편의 여행기는 매 꼭지마다 세번째 쪽이 디자인은 있으되, 텍스트는 없는 빈 페이지의 반복입니다. 책의 쪽수 활용면에서든 아니면 독자에 대한 배려심에서든, 그 빈 페이지에 방문지의 간략한 지도 한장을 실을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책을 쓰신 분이 자주 애용하는, 어디를 갔다가 어디를 돌아서 어디로 향했고, 어디를 지났더니 어떤 건물이 나타났고 하는 식의 사실적인 묘사는, 그곳에 가보지 않은 독자의 머리 속을 어지럽게 합니다. 행보 묘사가 어떤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할 바에야, 그 행보를 좇아갈 수 있는 지도라도 한장 콱 박아놓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매 꼭지마다 한 쪽씩 노는 페이지가 있다면 말입니다.

 

  <리뷰의 결론>
- 시간과 돈이 많이 남으신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책에 소개된 16곳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공감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이 책을 읽을 이유와 필요가 무엇일까가 의문이긴 합니다.)
- 이 책을 읽은 당신의 소감은 여기에 적은 '독한 리뷰'와 다를 수 있다.
  (그럼, 그런 리뷰를 쓰시길.)
- 좀더 좋은 서평을 쓸 수 있는 책을 알라딘-티스토리 서평단 미션꺼리로 받을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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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509 토 6:20 ... 7:40 & 10:10 ... 10:30 비프리박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 - 4점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p.s.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Tistory와 알라딘과 무관합니다.
 한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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