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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2012년 6월)에 화물연대 파업이 있었다. 파업에 돌입할 때 방송과 신문(특히 수구적인!)에서는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물류 대란'이니 하면서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버스나 택시 파업에 대해서 '시민의 불편'을 보도 포인트로 삼는 것과 닮았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크게 보도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호들갑을 떨면서 무슨 난리라도 난 것처럼 떠들어 댈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파업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늘상 벌어질 수 있는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단체행동이다!).

늘 그랬듯,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었)다. 국토해양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 방침에 대해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는 국가와 국민경제를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어떤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newsview?newsid=20120629174521070 )
'국가와 국민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화물연대라면 정부는 그들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장은 고사하고 최저수입이라도 보장해주는 게 맞다. 아무런 보장도 해주지 않으면서 노동자에게 책임만 묻는 게 정부의 태도다. 이는 단지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파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하지만 화물연대로서는 파업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그 이유를 좀 짚어보고자 한다. 모든 파업에는,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매체에서 알려주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보는 수 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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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파업 이유가 궁금하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파업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1 }  정부야, 표준운임제 도입은 언제 할 거니?

화물연대는 당초 파업에 들어갈 때 "정부가 2008년 파업 당시 약속했던 표준운임제 도입이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가장 큰 파업 명분으로 내세웠다.
(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newsview?newsid=20120629162510284 )

표준운임제는 정부가 강제력으로 표준 운임을 고시해서 화물차 운전자가 물량을 수주하면 운송량과 거리에 따른 운임을 보장해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화물운송시장이 다단계 하청구조로 돼 있어 중간착취 비율이 전체 운임의 40%나 된다는 것이 화물연대 측의 설명이다.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20623170810439 )

화물연대 측의 설명은 사실이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정보시스템 등의 자료를 보면, 40톤의 컨테이너를 부산~서울 왕복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출입업체(화주)가 대형 운송회사에 123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대형 운송회사는 이 가운데 27만원 가량을 가져가고, 운송업무를 알선업체에 맡긴다. 알선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운임의 약 10%인 10만원 가량을 챙기고, 이를 다시 영세 운송사나 소규모 알선업체에 넘긴다. 이 과정에서 이들도 10%가량의 수수료를 챙긴다. 결국 운반업무를 맡은 화물노동자가 받게 되는 운임은 78만원으로 수입업체(화주)가 지불하는 돈의 63%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20630144506919 )

화물연대측이 말하는 '전체 운임의 40% 착취'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표준운임제를 시행할 의지가 없다.

정부는 2008년 6월 표준운임제를 법제화하기로 화물연대와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운송료는 기본적으로 화주와 운송사업자, 화물차 운전자 간의 자율 계약에 따르는 게 원칙"이라며 "위반시 법으로 처벌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화물연대는 처벌조항이 없으므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20630144506919 )

화물연대 측의 해석에 크게 동의한다. 법으로 강제해도 지키지 않는 자들이 고작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준수하겠는가. 그렇게 지킬 거라면 지금까지 그렇게 착취해 왔을까. 화물연대 측의 주장은 간단하다.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안인 '표준운임제의 법제화'는 일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같이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운송 환경의 제반 사항을 고려해 화물노동자의 운임을 매년 법으로 정하고 화주나 운송회사가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자는 것이 화물연대의 요구이다.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20630144506919 )

법제화할 의사만 있으면 언제라도 시행 가능하다. 이게 시행되지 않는 한 화물연대의 파업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 #2 }  운송료 30% 인상 요구에 6% 카드를 내미는?

이번 파업에서 운송회사들은 4~5% 운송료 인상을 고수하다가 6%, 최종안으로는 9.9%를 제시해 협상을 타결지었다. 당초 화물연대 요구사항이던 1차 인상안 30%와 2차 수정안 23%에는 못 미치는 결과였다.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newsview?newsid=20120629174521070 )

운송회사 측의 제안을 보면 '협상'이라는 이름도 아깝다. 법정 최저임금 협상 과정을 보는 것과 어찌 그리 빼다 박은 듯이 닮았는지. 법정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다.

최저임금제 협의가 얼마전에 있었다. 파국과 난항으로 점철된 그 협의라는 게,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악한 삶을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기존 최저임금 4320원(시간당)에 비해 260원 오른 4580원으로 결정되었지만 애초에 '사'측 안은 30원 인상이었던 걸 똑똑히 기억한다.
http://befreepark.tistory.com/1415 )

컨테이너운송위원회(CTC)의 5% 협상안은 최저임금 30원 인상안과 닮아 있다. 인색하다. 화물연대 측의 9.9% 인상안 수용은 최저임금 260원 인상안 합의와 다르지 않다. 눈물난다. 먹고살아야 하는 쪽의 취약한 경제적 입지를 미루어 짐작한다. 저쪽에서도 이를 잘 알고 악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파업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크지 않다. 처음에 요구한 바에 크게 못 미친다. ㅠ.ㅠ



{ #3 }  끝내 수용되지 못한 요구안

화물연대는 지난 6월 29일 오후 3시 컨테이너운송위원회(CTC)가 제시한 운송료 9.9% 인상안이 지부별 조합원 총투표 결과 찬성률 67%로 가결돼 이를 수용하고 파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newsview?newsid=20120629174521070 )

노동자들이 파업을 끝내는 결정을 하는 심경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생활 여건이 파업을 오래 끌고 갈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턱없이 부족한 협상안을 수용하고 업무로 복귀한다. 그 뒤에 남은, 애초에 주장했던 몇몇 요구 사항은 또 뒤로 미루어진 상태다. 중요한 사항들은 대략 세 가지다.

개별운송사업허가, 노동기본권, 산재보험.

딱 봐도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사항이건만 2012년 파업에서도 정부와 운송회사 측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별운송사업허가를 얻어야 덜 '착취' 당하고 노동자로서 노동기본권과 산재보험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것인데 이 요구 사항들은 언제나 받아들여질까. 파업을 하면 '물류대란'에 '국민경제를 볼모로 했다'고 떠들면서 정작 아무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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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716 월 07:30 ... 09:00 & 15:30 ... 16:30  비프리박

<같은 주제로 글쓰기 프로젝트>
befreepark과 Slimer가 같은 주제로 각각 글을 쓰고 같은 날 발행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 글 발행이 며칠 늦었습니다. 슬리머님 죄송~ ^^;)


두 사람이 택한 7월의 공동 글쓰기 주제는 '택시/화물연대 파업의 속사정' 입니다.
(슬리머님은 택시를 선택했고 저는 화물연대를 택했습니다)
 

Slimer의 생각은 'http://slimer.tistory.com'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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