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더러 '이 회사에 취직할 수 없다. 당신은 남자니까(또는 여자니까).'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척이나 억울할 것이다. 그 회사가 여자 또는 남자만 입사해야 하는 특수한 업종의 회사가 아니라면.

면접관이 당신더러 '이 회사에 취직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은 어느 지역 출신이라서.'라고 말한다면 지원자인 당신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회사가 특정 지역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만 입사해야 하는 그런 회사가 아니라면.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 '어떤 성씨의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면 그 성씨의 취업 준비생들은 그 회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할 것이다. 그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는 데에 꼭 특정 성씨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라면.


성별 차별, 지역 차별, 성씨 차별은 옳지 않다. 그것이 업무 수행에 하등 연관성이 없다면 말이다(그런 연관성이 있을 리 없다!). 지금은 소위 '현대'다. 업무 수행에는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고 그것이 그의 성취를 결정한다는 '현대'다성별, 지역, 성씨가 업무 수행의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지극히 낮다. 그리고 성별, 지역, 성씨는 본인이 선택한 게 아니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현대'적이지 못한 처사다.


그런데 말이다.

회사에서 '당신의 부모 또는 조부모의 또는 그 위 선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가 입사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입사를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이가 없을 것이다. 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물론, 노골적으로 이렇게 밝히는 회사는 없다. 있다면 그 회사는 제 정신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고발과 소송에 휘말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회사가 예컨대 '얼마의 기간 동안 해외 어학 연수를 했을 것과 얼마의 기간 동안 어떤 종류의 회사에서 인턴쉽으로 근무했을 것과 토익 또는 토플 점수가 몇 점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 그게 입사 후의 업무 수행에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면?


대학을 졸업할 때 어학 연수와 인턴쉽과 기타 등등의 소위 '스펙'을 갖추는 데에는 부모(나 조부모나 그 위 선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토익 또는 토플 점수가 몇 점 이상일 것 역시 그런 지위와 부가 적지 않은 정도로 변수가 된다. 때로 어떤 회사들이 요구하는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능력 또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가 전제되어야 갖출 수 있는 능력이다.


회사들이 신입사원을 필터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를 기준으로(!) 지원자를 선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에 따라 자녀의 사회경제적 태도와 입장이 결정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럴 혐의가 짙다. 입사 후에 노조다 파업이다 하면서 '없어 보이는 짓'들을 할 가능성이 없는 지원자를 필터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2월에 있은 '고려대 시간강사들의 학교를 상대로 한 항의 집회'에 고려대 학생들이 보인 부정적 태도와 반응이, 이상하게 나는 여기에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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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402 월 10:30 ... 10:45  거의작성
2012 0421 토 12:30 ... 12:45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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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1 13:26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2.04.25 08:24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그쵸. 출발선도 다르고, 장비도 다르고, ...
      어쩌면 '경쟁'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건지도 모르죠.
      현대라는 사회에서 일단 부모 잘 만나는 게 성공의 관건이 되는 거. 참 역설적이죠.

      완전한 평등은 바라지도, 꿈꾸지도 않습니다.
      내실있는, 의미있는, 기회균등이 이뤄졌음 합니다.
      제가 요즘 학생들한테 잘 드는 예로,
      태어났더니 부모가 대학교수에 변호사에 의사인 아이랑
      태어났더니 할머니가 폐지를 줍고 있는 아이랑
      둘의 '사회적 성공' 가능성 격차가 줄어들어야 맞지 않나 싶습니다.
      후자의 아이들도 무한한 잠재성을 갖고 태어나는 건 전자의 아이들과 같거든요.

  2. BlogIcon DAOL 2012.04.21 20:52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지금은 분명, 현대사회이지만 알게 모르게 적잖이 차별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직접 겪어 본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에 말이죠..ㅋ

    제 아이가 크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겠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답하네윤;;

    우리나라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윤;;-_ㅠ;;

    • BlogIcon 비프리박 2012.04.25 08:2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맞습니다. 말로는 성취주의 능력주의 ... 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조)부모의 경제력이 결정적 변수가 되지요.

      저 역시 직접 겪었거나 겪고 있는 바는 아니지만
      부모의 경제적 상황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꿈을 접는, 잠재력을 잠재우는, ... 사람들이 꽤나 많지요.

      아이들이 크면 현실로 부딪힐 문제인데다
      그게 사회-경제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안 보이고
      어쩌면 그 시스템이 더 굳어지고 악화될 가능성만 커지니. ㅠ.ㅠ

  3. BlogIcon 해우기 2012.04.23 11:45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현대사회에서...
    우리들 조차..차별받는다..받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분명 차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별을 없애기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차별을 받지않게 나를....내 가족을..내 아이를...
    그 차별선 위로 올리기위해....하는 행동들로
    사실 이모양이 아닐지...

    • BlogIcon 비프리박 2012.04.25 08:32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차별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역으로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누가 누구를 차별하는 문제도 문제겠지만
      무한한 잠재성과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차별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가장 아프게 다가옵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 능력을 키워서 내 자식과 가족들을
      '차별경계선' 위로 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데
      그게 극한으로 달려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말씀처럼 '이 모양'인지도 모르겠구요. ㅠ.ㅠ

  4. 유리파더 2012.04.30 08:39 |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말해 봐야 답 없는 답답한 부분이지요.

    서열이 나쁘다고 하지만 서열은 일정 부분 필요하고,
    차별하면 안된다지만, 선택을 위해서는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고,
    외모로, 학점으로, 학교로, 재산으로, 핏줄로, 지역으로... 어떤 것이건 간에
    선택을 위한 판단 조건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을 모르기에 글을 달지 않으려 하다가.. -_-;

    그나저나 고대 시간강사의 학생들 항의집회는 글을 찾아 봐야겠습니다.

    • BlogIcon 비프리박 2012.05.02 17:17 신고 | Address | Modify/Delete

      답답하고 갑갑합니다.
      사회시스템이 자꾸만 거르고 걸러내는 쪽으로 흘러가고
      그게 없는 사람 약한 사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걸러내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요.
      일정한 상황에서 경쟁과 필터링은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의 방향성과 계급성(?)이 너무 노골적이 되어간단 생각이 드네요.
      이럴 때 우리는 '천민적'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하는 반문과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