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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다니는 학생들. 어떤 집 아이는 한 과목에 백만 원 하는 과외를 받는다. 그런 과외를 언수외탐 해서 한달에 과외비로만 사오백만 원 돈을 쓴다. 언니 오빠나 동생이 같은 입장이지만 부모가 허리띠 졸라 맬 필요는 없다. 부모가 돈을 아주 잘 벌거나 할아버지가 부자이거나 그 둘 다이거나. 한편, 어떤 집 아이는 종합반 학원을 다니는 것도 벅차다. 언수외탐 종합반 학원 그 외의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과외를 받거나 단과를 듣거나 인강(인터넷 강의)을 신청하려면 자신이나 형제자매 중의 누군가가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모가 돈을 더 벌거나 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 생활만으로도 충분히 빡빡하다는 거 중고등학생인 자신이 봐도 너무 눈에 빤하다. 두 부류의 학생들, 시험 치면 성적은 어떻게 나올까. 과고다 외고다 특목고 진학은 어떤 학생들이 할까. http://j.mp/Hc0Z7U ) 소위 명문대 진학은 또 어떨까?


대학생들. 어떤 집 자제는 등록금 걱정 따위 남의 일이고 일단 학점 관리 하고 미국이나 캐나다로 한 일 년 어학 연수 가고 유럽 몇 개국 골라 배낭 여행 다녀오고 취직과 관련된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 어떤 집 자제는 등록금 벌기 위해 방학은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알바를 뛰어야 한다. 누군가 쥐 닮은 새퀴가 '방학 중에만 알바를 해도 한 학기 등록금 마련은 했다'고 떠들던데 그런 알바 자리가 있다면 그걸 직업으로 택하고 싶다. 학점 관리, 전공 공부 중요한 거 알지만 하루에 몇 시간, 일 주일에 몇 십 시간 알바를 해야만 한다. 스펙 쌓는 거 거들떠 볼 여유는 당연히 없다. 한 학기 오백 만원 등록금에, (부모님 집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그외 학비와 생활비로 월 평균 백오십은 필요한데 부모님의 여력으로 그건 정말 어렵다. 어학 연수나 해외 배낭 여행은 딴 나라 이야기다. 그러면 좋지만, 한두 푼도 아니고 그럴 돈이 어딨나. 두 부류의 대학생들, 취업은 누가 유리할까. 정규직, 그것도 잘 나가는 회사 정규직 취직은 어떤 학생들이 할까.



취직. 지금 대한민국의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은 비정규직이 반을 넘어섰다. 비정규직 비율이 (역사적, 세계적으로!) 비슷한 예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것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어떻게 다녔느냐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부모 잘 만난(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도 잘 만난) 친구들은 정규직으로 취직한다. 반면, 제 학비 제가 벌어 공부해야 했다면 '비정규직'으로 취직할 가능성이 높다. 큰 회사, 소위 좋은 회사들이 요구하는 기준, 취업 경쟁자들이 갖추고 있는 스펙 같은 거 쌓을 시간도 기회도 갖지 못했다. 행여 정규직으로 취직을 해도 '있는 그들'과 '없는 그들'은 회사 내에서나 회사 밖에서나 섞이기 어렵다. "쟤는 누구네 아들이고 딸인지" "쟤네 부모는 뭐하는 분인지" 회사에서 윗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잘도 알고 있다. 퇴근해서 노는 지역이나 수준이 달라서 어울리기도 서로 부담스럽다. '비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경우, 받는 급여액을 근무시간수로 나누면 사천 오백 몇 십원, 뉴스 기사에 나오는 '법정 최저임금' 시급이 나온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직한 게 아닌 경우 '정규직'으로 취직한 경우에도 크게 나을 건 없다. 어차피 시급 오천원 이쪽저쪽 받고 있는 셈이니까.



'양극화'라는 말로 밋밋하게 표현되고 있는 우리의 일상과 현실은 처절하고 슬픈 양상으로 전개된다. 극소수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긴 하겠지만,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는 교육을 통해 대물림되고 대를 이어 공고해진다. '누구네 집'에 태어나고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그의 이후 생애에 대한 결정적 변수가 되는 사회 시스템은 누군가에게는 천국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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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402 월 09:20 ... 10:2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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