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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밀려 한때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사업도 재검토하고, 의료-물-가스 민영화도 포기하겠다던 이명박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집권 초반에 저승 문턱까지 갔던 그를 60년 숙성된 보수 세력들이 다시 일으켜 세웠다. ... 이명박 정부는 이제 박정희 시대의 정치적 억압을 앞세웠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결박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시민들의 저항권을 전방위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부자들의 전성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 
(이 책, 265-266쪽, <촛불 다음엔 '종이 짱돌'>에서)


누군가를 더 잘 알게 되는 책. 그의 생각 뿐 아니라 그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책. 개인사를 통해 사회사를 더 속속들이 알게 되는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심상정은 제게 '철의 여인'으로 다가왔고 동시에 '누님같은' 또는 '누나같은' 존재가 되었다죠. 트위터로 팔로우 신청도 한. ^^
 
심상정, 당당한 아름다움, 레디앙, 2008.   * 총 295쪽.

2010년 6월 14일부터 16일(수)까지 읽었습니다. 대략 300쪽에 3일이 걸렸으면 나름 빨리 읽은 셈입니다. 출퇴근할 때 지하철에선 하루 평균 80쪽(80분) 정도씩 읽었네요. 

 


당당한 아름다움 - 10점
  심상정 지음 / 레디앙

*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시려면 제목이나  표지를 클릭하세요.
 
 

         심상정, 서울대생에서 미싱사로, 노동운동가에서 진보정치인으로.

심상정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읽은 후 심상정은 내게 '상정 누님'으로 다가왔다.


 

1. 심상정은? 이 책은?

심상정은 현재 진보신당에 있습니다. 노회찬과 진보신당을 꾸리고 2008년 4월 18대 국회의원 선거(덕양갑)에 출마했었죠. 그 즈음까지의 심상정의 삶과 운동 그리고 생각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17대 국회에서 희소성 있는 노동운동가 출신 진보 정치인으로 맹활약했고 그 즈음 '심상정'이란 이름이 매체를 타기 시작했죠. 보도 내용들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심상정이 지나온 개인사를 축과 배경으로 하여 우리의 최근 현대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상정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평가합니다. 어설픈 정치인 혹은 학자의 어설픈 해석과는 차원이 다른, 일 개인에 매몰되지 않은 한 시대의 기록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심상정을 들을 수 있습니다.
 
 
 
  
2. 서울대생에서 미싱사로, 노동자 동맹파업으로
 
부모님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어느 틈엔가 혼자 커 버린 나는 재수 끝에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다. 내 평생 부모님을 가장 기쁘게 한 일이었다. (25쪽)
내 나이 스물둘, 서울 명일동의 한 직업훈련소에서 어렵사리 미싱사 자격증을 따던 날 벅찬 마음으로 외쳤던 기억이 새롭다. "전태일 동지, 저도 이제 미싱사가 됐어요!" (35쪽)
'위장 취업'으로 대우어패럴에서 몇 개월 전에 해고되어 수배된 채 활동하고 있던 나는 대우어패럴 간부들과 비밀리에 만나 동맹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41쪽)
(<1. 나의 꿈, 나의 투쟁>에서)
 
80년대 노동운동의 현장에 있었던 그리고 노동운동을 조직했던 심상정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이 책을 읽으면서였습니다. '노동운동가 출신' 정도로 요약되었던 심상정에 대한 수식어 이면의 삶과 꿈과 운동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왜 심상정이 보수 정치인이 될 수 없는지, 왜 보수 정당 정치인과는 차원이 다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학생운동 동료로 언급된 심재철이나 노동운동 동지로 언급된 김문수가 수구꼴통의 서식지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심상정이란 사람을 다시 보게 됩니다. 운동이 추억꺼리가 아닌 이상 그것은 현실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무엇인가가 되어야할텐데, 그때의 동료와 동지들은 운동을 추억하고 심상정은 여전히 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3. 삼성에 대한 견제는 국민의 정당방위다!
 
...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고 그 시장 권력의 정점에 바로 삼성이 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별칭은 일개 재벌이 국가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견제당하지 않는 모든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국민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 잘못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삼성에 대한 견제는 우리 국민의 정당방위다.
(88쪽, <'이건희 독대' 제의를 거절하다>에서)
 
굳이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http://befreepark.tistory.com/1030 )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소위 '삼성 장학금'이 정부-국회-언론-법조계를 비롯하여 뭔가 힘 좀 쓴다 하는 곳에 온통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 바닥에서 삼성을 향해서 각을 세우는 사람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국회의원 재임 중에 내놓는, 심상정의 위와 같은 발언은, 그래서 심상정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삼성 노동자들의 죽음에 관한 기사에서 삼성의 마피아적 대처를 접합니다. 심상정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국회에, 정부에, ... 좀 있어준다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4. 노무현 정부에 대한 생각
 
나는 노동 운동 시절에 노동 인권 변호사 노무현을 알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마 자신이 제시한 공약은 실현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개혁은 저항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 반발짝의 개혁이라도 그것 때문에 손해를 보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수구 보수 세력은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에서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는, 원하는 것은 일관되게 관철해온 대단한 세력이다. 개혁에 따르는 필연적인 저항을 제압할 만한 힘과 방법을 준비하지 못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가지 뿐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는 것이다. ... 좌절과 변절은 동전의 양면[이다].
(132쪽, <"왜 한나라당보다 노 대통령을 더 미워합니까">에서)
 
리뷰를 쓰면서 다시 보니 "개혁에 따르는 필연적인 저항을 제압할 만한 힘과 방법을 준비하지 못한"이라는 말이 참 정확했다고 생각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최근에 읽은 책 서울대 조국 교수의 저서 「진보집권플랜」에서도 읽혔습니다( http://befreepark.tistory.com/1277 ). 권력의 장악만큼 중요한 것이 '그 후'일테죠. 심상정의 말대로(조국의 말대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그 후'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던 데에서 말미암은 것일 겁니다. 2012년이 되었든 2017년이 되었든, 진보-개혁 진영의 재집권을 이뤄내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심상정이 말하는 바와 같은 "개혁에 따르는 필연적인 저항을 제압할 만한 힘과 방법을 준비"는 것이죠.
 
 

 
5. 서민의 소망, 심상정의 꿈
 
국가는 부유해졌고 한국 기업의 실적은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적으로 '부'가 늘고, 나라와 기업이 호황을 누리는데, 어째서 주변을 돌아보면, 서민들의 못 살겠다는 한숨과 절망만 가득한 것입니까? 욕심이 과해서입니까?
이 땅의 서민들은 부자가 되지 못해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큰 평수의 고급 아파트와 값비싼 수입 명품을 갖지 못해서 절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면 그저 집 걱정 하지 않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173쪽,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겠습니다>에서)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선언문의 일부입니다. 이 선언문을 내놓을 때 심상정은 노무현 정부를 향하고 있지만 이 선언문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유효합니다. 서민의 소망은 이뤄진 바 없고 심상정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보수 정치인들이라면 정치적 지지자들의 입을 통해서 들을 이야기를, 진보 정치인은 이렇게 직접 자신의 말로 내놓습니다. 심상정이 몸 담고 있는 정당이 대세가 되고, 심상정이 의회권력이든 정부권력이든 분점 혹은 독점하는 일을 꿈꿔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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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224 목 08:00 ... 10:0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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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아름다움 당당한 아름다움
심상정 | 레디앙 | 200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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