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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일을 잘 하면 경제도 잘 됩니다. 경제기술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큰 착각입니다. 기술적 정책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그 경제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정치를 잘 관리하고 사회를 잘 통합하고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 책, 69쪽, <인간 노무현, 흔들리지 않는 게임의 법칙>, 유시민과 인터뷰 중 노무현)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죠. 그가 희망이었던 적이 있고 그가 상식이 된 적도 있지만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경제 시스템의 신자유주의화에 관해 비판을 받는 한편 정치적 민주주의에 관한 한 대한민국 정치에 새로운 장을 연 그. 그가 재임하던 시절 상식이었던 온갖 것들이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누군가의 집권 후 다시 희망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입니다.

노무현에 관한 책입니다. 대통령 노무현 이야기가 아닌 대통령이 되기 전 노무현 이야기가 실린 책입니다. 노무현이 쓴 글도 있고 노무현의 정치적 지지자와 비판자의 글들도 있습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지 1년 후 펼친 책입니다. 구입은 2002년 혹은 2003년에 했던 책이라죠. 그 사이에 그는 대통령이 되었고 재임과 퇴임을 했죠. 불과 10년도 안 된 세월인데 참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 같습니다. 
 
 
유시민 외 13인, 노무현:상식 혹은 희망, 행복한책읽기, 2002.   * 본문 394쪽, 총 409쪽.

2010년 4월 19일(월)부터 23일(금)까지 5일간 읽었습니다. 약 400쪽의 책을 5일간 읽은 것은 집에서도 좀 읽었기 때문입니다. 기록을 뒤적이니 출퇴근 시간 외에도 책을 펼친 게 닷새 중 나흘이었군요. 전체적으로 독서 속도도 제법 오르는 책이었지만 자꾸만 제 손이 책으로 향했던 책입니다.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 - 10점
  노무현 외 지음/행복한책읽기


* 출판사의 책소개를 보시려면 제목이나  표지를 클릭하세요.
 
 

    노무현:상식 혹은 희망, 유시민 외 13인이 본 대통령이 되기 전의 노무현.


「노무현:상식 혹은 희망」. 대통령이 되기 전 그의 생각과 그가 처한 환경을 읽을 수 있는 책.
그가 대통령이 되기 1년 전에 출간된 책을 그가 떠난지 1년 후 펼쳤다.
그 사이 8년은 짧았지만 그는 취임과 재임과 퇴임을 했고 2009년 우리 곁을 떠났다.
 


 

1. 이 책은?

이 책은 정치인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기 1년 전에 출간된 책입니다. 허접스러운 정치인이 출마에 즈음하여 허접스럽게 내놓는 그저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닙니다. 노무현 자신의 글도 여럿 실려 있고, 아마도 운명적인 만남이었을 시사평론가 유시민과의 인터뷰도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외 정치인과 기자 그리고 정치적 경쟁자이자 비판자인 민주노동당의 기관지 편집위원장의 글도 보입니다. 물론, 노사모라고 일컬어지는 단체에 몸담은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글들도 실려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 노무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가 처한 정치적 환경은 어땠는지, ... 현실과 견주어 읽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책입니다. 

 
 
 

 
2. 역사에 기록될만한 노무현 현상
 
정치인 팬클럽? 그렇습니다. 노사모는 정치인 팬클럽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뭔가 뒤바뀐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영화배우 명계남에게 팬클럽이 생기고 거기에 정치인 노무현이 팬클럽 회장을 해야지, 어떻게 정치인에게 팬클럽이 먼저 생기고 거기에 영화배우가 회장을 한단 말입니까.
(343쪽,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명계남)
 
동원되어지는 정치적 지지세력의 집단이 아닌 자발적 정치인 팬클럽. 우리 정치사에서 전무한 일대 사건이었고 적어도 상당한 시간 후무한 하나의 현상일 겁니다. 이같은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있어야 정치권력을 수구-보수 정치집단에게 내주지 않을 수 있고 그들로부터 되찾아 올 수 있는 것일텐데, 말도 안 되는 747 공약을 내세운 자가 나대기 시작한 그 무렵부터 우리에게 자발적 팬클럽이 결성될만한 정치인은 불행히도 아직 없습니다. 
 
 

 
3. 노무현에게 링컨은 롤 모델 
 
'좌절과 역경으로부터 연마한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마침내 실현시킨 사람. 사면초가와도 같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실현함으로써, 끝내는 미국이 자랑하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은 링컨. 그것은 분명 새로운 충격이었다.
(147쪽, <내가 선택한 길을 내 뜻대로 걸었다>에서 노무현)
 
언젠가부터 노무현에게 정치적 롤 모델은 백범 김구가 아닌 에이브러햄 링컨이 되었죠. 현실에서 실패하지 않은 인물, 정의가 승리함을 현실로 보여준 정치가를 롤 모델로 삼고 싶었다고 노무현은 여러 글과 책에서 밝힌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 속에서 미국 대통령 링컨의 평전을 쓴 것도 이해할 수 있겠죠(비프리박의 리뷰 글 → http://befreepark.tistory.com/1164 ). 이 책을 비롯해서, 노무현이 링컨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느낌을 읽어서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사악한 정치적 반대파에 의해) 죽음에 내몰렸을 때 그가 내린 마지막 결단에서 얼핏 링컨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링컨은 암살 당했고 노무현은 강요 당한 자살이었지만 노무현이 자살을 선택할 때 링컨을 떠올렸을 것만 같은 그런 생각. -.-;
 
 

 
4. 노무현은 이런 경계를 얼마나 피했을까.
 
필자[이광호 진보정치 편집위원장]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보수 정당들의 대선 후보 가운데 노무현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심정적으로는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는 꼴을 보는 것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회창의 한나라당이나 노무현의 민주당이 노동자 서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경제 정책의 주요 골간에서 별로 차이를 가져올 수 없는 것이 분명한 만큼 그 차이에 대한 기대는 가지고 있지 않다. ... 보수정당에 포획된 '혁명적' 정치인보다 진보정당 편에 선 '개량적' 정치인이 더 진보적일 수 밖에 없다.
(253-254쪽, <노무현 문제의 답은 민주노동당이다>에서 이광호)
 
저 역시 이광호처럼 '한나라당 출신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노무현이 대통령을 하는 것이 백번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이광호처럼 '경제 정책의 주요 골간에서 별로 차이를 가져올 수 없다'고 보는 쪽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자신에 대해 논의된 이와 같은 최대치와 한계에 대해서 노무현은 잘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현실 속에서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 하는 궁금함이 있습니다. 그의 서거 후에 출간된 책들을 여럿 읽었지만 아직 명쾌하게 그 부분에 관한 궁금함이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노무현이 소위 '포위된 권력'으로 소수파 대통령이었고 운신의 폭이 좁았던 태생적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 한계를 보란듯이 뛰어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노무현이 처한 정치지형이 낳은 결과물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무현 자신도 그닥 뛰어넘을 생각이 없었던 부분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5. 분명히 노무현도 읽었을, 그의 정치적 자양분이 되었을 말들.
 
최소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 죽을 힘을 다해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닙니까? 이게 정의로운 사회이지요. ...
뭔가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자들이, 힘센 자들이 나를 혹시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지난 세월 노무현 고문님의 삶을 되돌아보면 노 고문님이 뜨거운 가슴을 가진 분이란 걸 잘 압니다. 물론 성장과 효율도 좋은 가치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고문님이라면 분배와 평등이란 가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374쪽, <술 한잔 먹었습니다>에서 (노하우 자유게시판) 닉네임 피투성이님)
 
이 책에는 당시 정치인 노무현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마도 노사모 회원들의) 글들 중에서 여럿을 골라 싣고 있는데요. 그가 게시판에 올라온 모든 글들을 다 챙겨 읽지는 못했겠지만 최소한 이 책 같은 단행본에 실린 글들은 읽었을 걸로 미루어 짐작합니다. 위에 인용한 글과 같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들,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대략 십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이 책을 읽는 저에게도 와닿는 바가 컸습니다. 노무현이 대통령 되기 전 그리고 대통령 된 후에도 이런 피드백을 계속 받았을 걸로 추측합니다. 정치적 자양분이 되었을 이런 피드백 속과 노무현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 사이에서 노무현은 많이 힘들어 했을테죠? 안타까운 건 본인이 가장 크겠지만 정치적 지지자들도 많이 아쉬워한 부분이 바로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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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221 월 16:20 ... 16:50  인용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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