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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 진영이 다시 집권한다면 집권 초기에 무엇을 해치울 것인지, 어떠한 '제도적 말뚝'을 박을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 준비를 할 절호의 기회이자 반드시 필요한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 142쪽, <플랜2 사회-경제 민주화>에서) 정치권력의 힘이 가히 무소불위(못 할 일이 없음)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설치류의 시절'에 말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진보 집권'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 그게 실로 설렘을 선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든 식상함만 안겨주는 내용을 담고 있든, 일단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국 교수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관한 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지 그의 책이나 글은 읽은 바가 없었거든요. 독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중인 참좋다님의 2월 독서 리스트에서 선뜻 고른 이유이기도 합니다(관련글 → http://befreepark.tistory.com/1267 ). 조국, 오연호, 진보집권플랜: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오마이북, 2010. * 총 326쪽. 2011년 2월 8일(화)부터 2월 11일(금)까지 4일간 읽었습니다. 둘째날 새벽에 집에서 60쪽 정도를 읽은 걸 제외하면 지하철 출퇴근 시간만 이용하여 읽었습니다. 독서의 속도는 차츰 가속이 붙는 편이었습니다. 차츰 조국의 말이 예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점차 흡인력이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읽는 동안 지적으로나 (진보 집권이라는) 상상으로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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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과 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 진보-개혁 진영은 집권 후 플랜을 고민하자. ▩
조국과 오연호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 진보-개혁 진영에게 집권 전략만큼 중요한 것이 집권 후 플랜.
1. 이 책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가 서울대 교수 조국을 대담 자리로 유인(?)하여 나눈 대담한 대담의 기록. ^^ 오연호는 '이쪽' 판에 '매력 있는 사람'이 좀 나와주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 그런 사람으로 조국을 점 찍었습니다. 조국의 외모만큼이나 정치적으로 반듯한 생각들을 끌어내고 그것을 전파하고 싶었나 봅니다. 이 책에는 한국 사회의 온갖 현안들에 대한 조국의 생각이(그와 더불어 오연호의 생각도) 담겨 있습니다. 좀 과장해서 그런 조국의 생각이 이 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2. 집권 전략만큼 중요한 집권 후 플랜 한나라당 정권이 이명박 정권으로 끝날지, 연장될지 모르겠지만, 진보-개혁 진영에서 2012년 또는 2017년에 집권한다면 지난 민주 정권 10년의 성공과 좌절을 교훈으로 삼아 제대로 해봐야죠. 그리고 집권한다면 10년간은 연속으로 집권해서 한국 사회의 골간을 바꿔놓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아무리 늦어도 2017년부터 2027년까지는 진보와 개혁의 시대를 열자는 것입니다.
(80쪽, <플랜1 성찰 _ 왜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가>에서) 조국의 분류법에 따르자면 수구-보수 진영과 진보-개혁 진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이 대별됩니다. 진보-개혁 진영 쪽에서 수구-보수 진영으로 정치권력을 넘겨준 것은 (조국의 말을 거칠게 옮기자면), 진보-개혁 진영에 집권 전략은 있었지만 집권 후 플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조국은 그래서 집권 후 플랜을 이야기 하고 싶어합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진보-개혁 진영의 집권 후 플랜으로 채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국의 청사진에 누가 귀를 기울일지는 별개의 문제겠지요. 그리고 집권 전략이 시급한 마당에 집권 후 플랜이 다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요. ^^; (물론, 그럼에도 집권 전략과는 별도로 집권 후 플랜이 필요한 것은 백번 옳은 이야기죠. 다시 정치권력을 내주는 일을 막기 위해서요.) 3. 아이돌 가수 브로마이드집을 연상시키는 잦은 사진 배치 적잖이 사진이 등장합니다. 저도 책에 사진이 등장해야할 필요성이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좀 잦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진이 등장합니다. 텍스트로만 책을 구성하긴 밋밋하다는 출판사의(오연호의?) 판단이었을까요? 사진의 등장인물은 거의 전부 조국과 오연호입니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해도 크게 사실과 다르지 않은 조국 교수죠. 그의 외모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출판사의 정치적 소망이었을까요?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선한(^^) 시도로 보입니다. 정치는 이미지라고(^^) 조국 교수에 삘 꽂히는 여성분이 생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이미 조국에 꽂혀 있던 여성분에게는 탐나는 책이 될 듯.) 4. 책에서 문학 소년 조국을 보다 그런데 하층의 부모가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 '올인'을 해도 자식의 계층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로 점점 바뀌고 있어요. 아주 무서운 구조죠. 정희성 시인의 시 <불망기>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꿈에는 압핀이 꽂혀 있는 겁니다.
(171쪽, <플랜3 교육 _ 청년들의 미래에 투자하라>에서) 조국은 이 책에서 시인을 적잖이 인용합니다. 때로는 중국 고전을 인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최근에 방영된 우리 영화(예컨대, 내 깡패같은 애인)를 인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시를 인용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문학에 정서의 한 영역을 내주고 있는지라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런 정도의 시적(문학적) 감성을 지닌 이가 정치판에 들어간다면 대한민국 정치판의 천민성은 조금이나마 희석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조국이란 사람을 알 수 있어 좋은 책. 어느날 우리의 대화 도중 그[조국]의 중학생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기에 부자지간의 통화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는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 냉장고 열어보면 두번째 칸 오른쪽에 사다 놓은 거 있거든? 그거 먹은 다음에는‥‥‥."
(324-325쪽, <오연호의 이야기 _ 조국을 찜하다>에서) 위에 인용한 것은 책의 말미에 실린 오연호의 이야기에서입니다. 흔한 말로 '가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가 느끼기로 조국은 '가정적'이라는 밋밋한 말 그 이상인 거 같습니다. '냉장고 두번째 칸 오른쪽' 같은 대목에서 저랑 같은 의 코드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일상 속 동질감을 느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가정적'인 사람이, 그리고 교수(그것도 서울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소위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픔이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농부로, 목수로, 시인으로, ... 잘 살아가는 누군가가 무기를 들고 싸움터로 향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겠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다 보면. 2011 0217 목 12:50 ... 13:20 & 17:20 ... 18:00 비프리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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