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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가 삼성을 물려받은 게 1987년 말인데, 그때와 지금은 삼성의 규모와 위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1987년에 삼성은 고만고만한 국내 재벌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통령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거대 권력이 됐다. 오히려 삼성이 정부와 사법부, 국회 위에 군림하는 모양새다. (241쪽, <10. 이건희 일가, 그들만의 세상>에서) 삼성을 생각합니다. 삼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대한민국 경제현실입니다. 삼성은 대한민국 경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변수가 되었지만, 그 비중만큼이나 대한민국 경제 민주주의에는 역행하는 조직이기에,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주)사회평론, 2010. * 2월 22일 초판 1쇄. 3월 29일 10쇄. * 본문 448쪽.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기자회견문 포함) 총 474쪽. 김용철은 '인생 파산을 감수'하고 양심선언을 했지만, 삼성은 자신들의 세습 청사진대로 부의 대물림을 착착 진행중입니다. 삼성 비리의 최정점에 서 있는 이건희가 옥살이를 하나 싶었더니 대통령이 나서서 이건희만을 위한 원포인트 사면을 감행합니다. '인생 파산을 감수'하고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은 이에 대해 어떤 심경일까요. 「삼성을 생각한다」를 2010년 5월 26일(수)부터 읽기 시작해서, 5월 30일(일)까지 읽었습니다. 거의 출퇴근 시간에만 읽었고, 대략 100쪽을 퇴근 후 취침전에 읽은 것 같습니다.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은 아닌데 '추악한 현실'과 그로 인한 분노가 일일 독서량을 늘렸습니다. 이 책은 블로그 지인 Reignman님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선택 도서로 신청하여 받았습니다. 가격이 좀 비싼 편(22000원)이어서 언제 사야 하나 벼르고 있었는데,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이제 「삼성을 생각한다」를 보면 Reignman님을 생각하게 되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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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이야기, 에버랜드도 가기 싫어지는! ▩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이 양심선언으로써 고발한 삼성 비리의 본질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
1. 이 책은? 「삼성을 생각한다」는, 검사직을 그만둔 후 삼성 근무를 택한 김용철이 삼성에서 보고 겪은 일상화된 비리를 고발하고자 쓴 책입니다. 김용철은 삼성 비리의 실무에 직간접으로 기여한 바 있고 그래서 삼성 비리의 핵심에 접근했던 입장에서 '양심선언'을 합니다. 그와 관련하여 김용철이 꼭 하고 싶었던 많은 이야기를 책으로 쓴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알라딘 해당 책 페이지에 올라온 책 소개 글 중에는 공감 가는 대목이 있습니다. "200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 비리' 고발의 주인공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이 책...의 일부는 양심고백 당시 이미 공개한 것들이다. 거기에 김용철 변호사가 7년간 일하며 보고 겪은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김용철 변호사가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는 책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에 입사하기 전, 그가 가졌던 글로벌 기업의 환상은 모두 부서졌다. 그는 삼성이 저지른 비리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그를 괴롭힌 것은 삼성이 비리를 저지른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시적으로 저질러지는 비리가 삼성 존재의 한 근거라는 사실, 그것이 그를 괴롭게 했다." 2. 삼성의 부는 누구의 것인가? 실제로 반도체, 휴대폰 등에서 삼성이 거둔 성과는 눈부셨다. 그 뒤에는 백혈병 위험을 무릅쓰고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 새벽까지 연구실을 지킨 연구원과 기술자들의 노력도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희생과 노력의 성과를 챙긴 것은 엉뚱한 자들이었다. 삼성 구조본 임원들은 ...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았다. 단지 보수만 많이 받은 게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회사에서 돈을 벌어오는 이들, 실제로 기술을 개발한 이들 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군림했다. (273쪽, <11. 황제 경영의 그림자>에서)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며 1등을 노래하는 삼성은 국내 1등 기업입니다. 그 국내 1등 기업의 부는 누가 창출한 것일까요? 그리고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 것일까요? 김용철이 적고 있는대로, 삼성의 노동자와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거기에서 빠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1등 기업을 만들어준 소비자이자 국민들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가 흔들린다는 생각(착각)을 하는 자들이라면 더더욱 국민 역시 삼성의 주인이라 생각해야 할텐데, 삼성의 최고위 관리층, 예컨대 이건희와 그의 가신이라 불리는 구조본 임원들 그리고 삼성 맹신도(!)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삼성의 부는 '그들'의 것이라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3. 삼성 비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건희 씨 일가와 가신들이 국가적, 사회적 기능을 오도하고 있는 문제는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중 극히 일부를 국가, 사회의 각 분야에 던져주어 부패시킴으로써 공적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나머지 비자금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속불변의 부당한 권력체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8쪽, <저자 서문>에서) 동네에서 보는 치킨집 아저씨와 거대 재벌 이건희는 그 입장과 위치가 다릅니다. 치킨집 사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치킨집을 물려주어도 문제될 게 없지만, 삼성의 이건희는 자신의 아들에게 삼성을 물려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법률적으로도 그게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삼성 비리의 본질은 삼성이란 기업을 대를 물려 세습하고자 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이 시도는 불법을 내포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를 은폐하고 무마하기 위해선 사회의 각 분야에 돈을 처발라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비자금을 조성해야 합니다. 삼성의 노동자와 기술자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들이 창출한 삼성의 부 가운데 엄청난 액수가, 삼성의 이건희와 가신들에 의해 비자금으로 탈바꿈합니다. 삼성의 세습을 위해서 말이죠. 삼성 비리의 실탄, 즉 비자금의 규모는 김용철의 판단으로 10조원이 넘습니다(37쪽). 이제 비리는 삼성의 일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용철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후배 법조인들이 기업으로 가는 일을 진정 말리고 싶다. 수시로 무모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상사로 모시며 법률 조언을 하는 것은 범죄조직의 내부조직원이 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222쪽). 4. 삼성의 '무노조' 정책은 영원할까? 삼성식 '무노조 경영'은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회의적으로 답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삼성은 더 이상 국내 재벌이 아니다. ... 외국에서도 삼성식 '무노조 경영'을 계속 고집하는 게 가능할까. ...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게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가능할 리는 없다. 노조 때문에 생기는 비용보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치르는 비용이 더 큰 상황 역시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노조 방지 비용은 눈덩이처럼 쌓여간다. 이런 비용을 견딜 수 없는 순간이 머지않아 올 게다. (269-270쪽, <11. 황제 경영의 그림자>에서) 삼성의 '무노조' 정책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전망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삼성이 갈고 닦은 스킬(?)로 '노조 없는 삼성'을 지속한다는 비관론과 위에 인용한 김용철의 생각과 같은 (장기적) 낙관론. '책임을 지겠다'던 이건희가 잘도 풀려나오는 걸 보면 삼성 노조에 대한 비관론은 앞으로도 당분간 유효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인류 역사의 발전방향마저 장기간 거스를 순 없겠죠. 노동조합도 인류 역사 발전의 산물이니까요. 5. 특검은 수사를 한 건가, 면죄부를 준 건가? 2008년 1월 10일,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간판을 내걸었다. 예상대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조준웅 특검은 고발인 측과 만나기를 꺼렸다. 제보자를 멀리하는 수사책임자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반면, 조 특검은 피의자의 수괴라 할 수 있는 이학수와는 몇 시간 동안 독대를 했다. 당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알려져 있다. 정치적으로 도입된 특검이 수사권을 쥐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특검 수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특검은 삼성 비리 대부분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검이 수사 결과를 내놓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더 이상 삼성 비리를 수사하지 않겠다며 '종결' 선언을 했다. (각각 70쪽, 73쪽, <02. 특검은 왜 삼성이 아니라 나를 수사하나>에서) 이제 국민들은 특검을 믿지 않습니다. 특검은 그것이 어떤 특검이 되었든, 시끌벅적하게 시작했다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 면죄부를 주고 끝나기 십상입니다. 검찰을 못 믿겠어서, 검찰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특별검사(특검)을 출범시키는 것이지만 거기엔 또 검사가 임명되는 형국입니다. 어불성설인 것이지요. 살아있는 권력을 손대지 못하는 것은 검사든 특검이든 매한가집니다. 삼성은 살아있는 권력이자 (김용철의 표현대로) '죽지 않을 권력'으로 믿어지고 있기에, 더더욱 건드릴 일이 없습니다. 이미 삼성의 비리가 '삼성장학생'이란 경멸적 표현에서 보듯 검찰 쪽을 포섭하지 않았을리 없고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처음부터 삼성에 면죄부를 주기로 맘 먹었는지,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비리는 캐내지 않고 불거지는 증거들에 눈 감고 이건희와 구조본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합니다. 김용철을 비롯하여 '삼성 비리'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특검 수사는 삼성 비리를 덮어주고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리뷰를 두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리뷰의 나머지 부분은 http://befreepark.tistory.com/1032에서 이어집니다. ^^a 아무래도 포스트 하나가 너무 길면 스크롤다운의 유혹이 커져서요. ^^;;; 리뷰 part 2는 아마도 평소처럼 수일 내로 올라올테죠? ^^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삼성 비리의 본질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 - 범죄조직과 기업 사이의 경계가 흐릿함을 일깨워준 책. - 검사직을 그만둔 후 삼성 근무를 택한 김용철이 삼성에서 보고 겪은 삼성의 일상화된 비리를 고발한 책. 비리의 실무를 담당해야 했던 김용철이 적은 삼성 비리의 생생함. - 김용철이 자신의 '양심선언'과 관련하여 적고 싶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 대한민국 경제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서. - 이 책을 읽은 후 당신은 삼성의 에버랜드조차 가기 싫어질 수도! ^^ 2010 0605 토 00:50 ... 01:50 서두,인용 2010 0606 일 05:40 ... 06:50 비프리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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