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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선수 딕 포스베리는 바깥쪽 발로 도약해서 등을 아래로 향한 채 거꾸로 바를 뛰어넘는 새로운 스타일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얀오베 발트너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탁구채를 끼고 서비스를 넣으면서 탁구계에 변화를 일으켰다. ...
문제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요지부동처럼 보이는 제약을 뛰어넘어 성과를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도약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책, 330쪽, <베스트 플레이어에 이르는 길>에서)


재능이 먼저일까, 훈련이 먼저일까. 훈련이 중요하다면 누구든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을까.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긴 하지만 아무나 최고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거기에 필요한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누가 시켜서 최고가 되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면 정작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어하는 내적 동기가 아닐까. 누구라도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이런 질문을 파고 든 책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베스트'였거나 '베스트'이거나 한 사람이 해야 말빨이 서는 것인데, 이 책은 영국에서 '베스트'였던 전직 탁구 선수가 쓰고 있지 말입니다.

매슈 사이드, 베스트 플레이어:왜 우리는 열광하고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는가, 신승미(옮김) & 유영만(해제), 행성비(행성:B웨이브), 2010.   * 본문 351쪽, 총 363쪽.
* 원저 - Matthew Syed, Bounce: Mozart, Federer, Picasso, Beckham, and the Science of Success, 2010.

2010년 12월 4일(토)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12월 6일(월)까지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그 즐거움은 공감에서 왔고 신선함에서 왔고 잘 짜여진 논리구조에서 왔습니다. 얇지 않은 책을 불과 3일만에 읽어버리게 된 이유입니다.
 
 
베스트 플레이어 - 10점
   매슈 사이드 지음, 신승미 옮김, 유영만 해제 / 행성비

 *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시려면 표지나 제목을 클릭하세요.
 
 

      베스트 플레이어! 아무나 될 순 없지만 누구나 될 수 있다. (매슈 사이드)


Matthew Syed의 「Bounce」 우리말 번역본 「베스트 플레이어」(출판사 행성비).
Syed는 재능이 아니라 내적 동기에서 출발한 훈련과 적절한 환경만 주어진다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고 누구든 튈 수 있고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립 서비스가 아니라
그의 경험과 분석에서 나온 확신에 찬 결론이다.


 

1. 이 책은? 저자, 매슈 사이드는?

이 책에 관해서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 해당 책 페이지에 깔끔하게 소개된 것이 있으므로 그것을 인용합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탁구 선수이자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매슈 사이드의 신작으로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저자는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어떤 요인에 의해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파헤친다. 탁월한 재능이라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거나 좋은 환경과 기회라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 ‘행운아’가 아니라는 점을 스포츠의 다양한 훈련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인다. 최고가 되려면 ‘내적 동기’와 ‘목적의식이 분명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에서부터 플라시보 효과나 징크스, 미신적인 믿음과 행위들, 인종적 편견, 성과에 매몰된 인재주의와 약물복용 같은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2. 김연아도, 마이클 조던도, 재능이 아니라 훈련과 환경에서 나온다!
 
다른 아이들이 나처럼 여덟 살 때 집에 탁구대가 있었고 함께 연습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의 형이 있으며 영국 최고의 코치에게 훈련을 받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24시간 개방되는 클럽에 가입해서 10대 초반까지 수천 시간 동안 탁구 연습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상황이었다면 내가 영국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영국에서 1001위에도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1위를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거야 순전히 가정이다.
(80쪽, <성공 뒤에 숨겨진 논리>에서)

세계적인 선수, 전국적인 선수, ...와 같은 베스트 플레이어라고 불려질만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재능이 아니다! 라는 것이 매슈 사이드의 주장입니다(100% 공감합니다). 그리고 위에 인용한 말은 매슈 사이드의 겸손이 아닙니다. 경험과 분석에서 나온 그의 확신입니다. 재능에 대한 강조를 훈련과 환경에 대한 조명으로 바꾸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죠.

쉽게 말하자면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도, NBA의 살아있는 전설 마이클 조던도, 재능이 있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훈련과 환경이 있어 그 자리에 오른 것이란 말이 됩니다. 매슈 사이드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서 훈련과 환경이 주어진다면 누구나 김연아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마이클 조던이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흔쾌히 동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책에서 분석되고 검토되는 바와 같이 거기에 더해져야 할 부가적인 요소들이 없진 않습니다만,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입장에서 매슈 사이드는 일관되게 그런 관점과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 10년의 '훈련'이라는 대목에서 리처드 세넷을 보다.

문제는 '뛰어난 단계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오래 연습해야 하는가?'에 있다. 그리고 폭넓은 연구에서 이 질문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답]이 나와 있다. 예술에서 과학에 이르기까지, 보드게임에서 테니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세계적인 위상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10년이 걸린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사이먼과 윌리엄 체이스는 국제 그랜드마스터 수준에 도달한 체스 선수는 모두 10년 이상 강도 높게 준비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존 아예스는 음악 작곡 부문에서 뛰어난 경지에 이르려면 10년 [이상] 전념해야 한다며 그의 책 <완벽한 문제 해결사>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밝혔다. ... 10년은 뛰어난 경지에 이르는 마법의 숫자...
(86쪽, <성공 뒤에 숨겨진 논리>에서)
 

1만 시간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통상적인 기준이다. ... 이 숫자는 복잡한 기능을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몸에 배게 하는 (즉 암묵적 지식으로 체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연구자들이 추정한 결과다. ... 매일 연습해서 10년 동안 1만 시간을 채운다고 하면, 하루 세 시간 꼴로 연습하는 게 된다. ... 중세 때 금세공 일을 배우는 도제에 적용해보면, 견습 기간이 7년이었으니 매일 다섯 시간 좀 못 되게 의자에 붙어 앉아 일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루 다섯 시간이면 흔히 알려진 작업장 전통과 잘 들어맞는다.
(리처드 세넷,  장인: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김홍식(옮), 278쪽에서)

매슈 사이드의 '10년'에서 리처드 세넷의 '1만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숫자로 표시되고 있을 뿐 내용은 같습니다. 사이드가 '베스트 플레이어'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세넷은 '장인'을 말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 두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습니다. 누구든 '베스트 플레이어'가 될 수 있고 누구든 '장인'이 될 수 있다!

물론, 누구나 될 수 있긴 하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닐테죠. 내적 동기와 노력이 요구되고 그 외에 코치나 스승을 잘 만나야 하는 등등의 많은 부가적인 조건들이 뒤따라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 10년 쯤 또는 1만 시간 정도 의식적인 노력을 하면 어떤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죠. 

 
 

 
4. 운동선수도 이런 책을 쓴다!

"우리나라에는 전직 운동선수가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며 이런 정도의 책을 쓴 사람이 있던가?" 그 패러다임이 운동, 재능, 훈련, ...에 관한 것으로 축소해석된다 하더라도, 이는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의문이자 부러움이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21세기. 어떤 나라에서 출간된 책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출판되는 데에는 채 1년도 걸리지 않는 국경초월의 시대이고 꼭 저자의 국적을 물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매슈 사이드같은 사람이 있었으면(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운동선수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선수 출신 저자의 책에서 「아웃라이어」의 말콤 글레드웰이 등장하고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스가 거명되는 것을 보는 것은 가히 놀라움이자 기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5. 진지한 고민거리를 툭툭 던지다

스포츠에서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훈련으로 생긴 이익이 다른 사람의 희생 아래 일부 개인에게 축적될 뿐 사회 전체에는 축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목적의식이 분명한 훈련을 맹렬히 추구하는 분야가 다름 아닌 스포츠라는 것음 참으로 아이러니다. 반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각종 분야에서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훈련이 거의 무시된다. (346쪽)

영국에서는 장관에게 풍부한 지식을 쌓을 기회를 주지 않고 수시로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전직시키는데 이는 영국 정부에 해를 끼치는 [관례]다. ... 최근 영국 장관의 평균 임기는 1.7년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러한 관습은 타이거 우즈에게 골프에서 야구로 바꿨다가 다시 축구를 거쳐 하키를 하라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117쪽)

스포츠에서의 약물 [복용] 문제는 폭넓은 다른 논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인공적인 수단을 통해서 인간[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행위를 어느 범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또한 약물을 통해 선천적인 역량을 변화시키는 행위를 허용할지에 대한 논쟁이다. 요약하자면 인류의 미래 자체에 대한 논쟁이다. (257쪽)  
* [   ]는 비프리박.

이 책에서는 매슈 사이드의 멋진 생각들(사실 그의 것이라고만 하기는 어렵겠지만)이 등장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증거들이 제시됩니다. 사이드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독자로서 즐겁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만큼 매력적인 대목들은 바로 위에 인용한 바와 같은, 인류의 인류사적 혹은 현대적 고민거리들을 툭툭 꺼내놓고 있다는 겁니다. 명쾌한 답이 나왔든 아직 나오지 않았든, 그것이 고민거리임을 재확인해주면서 독자 또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죠. 매슈 사이드의 생각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6. 읽으면서 그리고 읽은 후에 아쉬웠던 점.
 
- 원저와는 사뭇 다르게 뒤섞인 차례와 구성, 그리고 그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 그리고 저자의 헌사(獻辭)와 책 말미의 색인이 사라진 점.
- 꼭 영문만 그런 건 아니지만 Londin(런던)과 같은 식의 오타가 가끔 눈에 띈다는 점. 간혹 문장부호에서도 마침표가 쉼표로 등장하는 식의 오타도 보인다는 점.
-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오역이 간혹 등장한다 는 점. 예컨대, '수준'이라고 해야할 자리에 '기준'이라고 한다든가 '조종'이라고 해야할 곳에서 '조정'이라고 하는 정도의 오역들.


사실, 이런 아쉬움은 번역본 출판사와 이 책의 번역자에게 돌아가야할 몫이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꽤나 읽을만한 책이라는 사실, 크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흔들리는 건 아닙니다. '베스트 플레이어(best player)'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어떤 분야에서 '성공(success)'하고 싶은 사람이나, 세상에서 한번 '튀어보고(bounce)'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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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09 목 09:00 ... 10:40  비프리박


베스트플레이어왜우리는열광하고그들은세상을지배하는가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 자기혁신/자기관리
지은이 매슈 사이드 (행성B웨이브,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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