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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 자유당 때 지어진 영화관 가 봤는가? 한번 가 봐. 여그 사람들은 죄다 거서 데이트하고 결혼혔어. 나도 그랬구. 호호호." 서천군의 작은 마을 판교 현암리는 빈티지 여행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마을 입구의 작은 다리 현암교를 건너는 순간, 50년의 세월을 넘어선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이 책, 243-245쪽, <판교 빈티지 여행, 서천(舒川)>에서) "나도 국내 여행을 조금은 한 놈이 아니오!" 라는 말을 해도 될 위치(?)에 있지만 여행 관련 책들은 웬만해선 잘 읽지 않습니다. 여행 관련 책에 제가 기대하는 것은, 여행지에 관한 눈에 보일 듯한 묘사 또는 여행지에 관한 살아있는 정보인데요. 이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걸 너무 자주 접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또 기대를 하면서 여행 관련 책을 펼친다죠. 어떤 기회에 펼치게 된 이 여행관련 책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고선영(글) & 김형호(사진), 소도시 여행의 로망:대한민국 빈티지를 만나다, 시공사, 2010. * 총 391쪽. 출판사 이름에서 "오잉?"했던 책입니다. 시공사 하면 '통장에 29만원'을 외쳤던 자칭 극빈층의 대머리 독수리 아니 대머리 전직 대통령이 자동 연상됩니다. 출판사의 발행인은 그의 아들입니다. 다음 인물 검색을 돌리니 "아버지 전두환, 어머니 이순자"라고 나오는군요. -.-a 2010년 11월 15일(월)과 16일(화), 양일간 읽었습니다. 화요일은 휴무일이었는데 집에서 쉬면서 별 다른 일 안 하고 뜨문뜨문 한시간씩 세번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틀만에 읽은 이유는 그 이외에도 이 책의 매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자체 흡인력이 있습니다. 이 책은 위드블로그 도서 캠페인에 리뷰어로 선정되어 받은 책입니다. 2010년 11월13일(토)에 택배 수령했습니다. 11월 9일(화)에 이런 말로 리뷰어 신청을 했었죠. " 소도시 여행이라. 저의 여행 컨셉과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네요. 제가, 지역 테마 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소도시 여행을 해온지 어언 10년 정도 되어가는 듯 합니다. 어쩌면 저와 같은 여행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책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두 사람의 평범치 않은 이력도 호기심을 적잖이 부채질하고요. 이 책, 리뷰어 신청해도 될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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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도시 여행의 로망>. 묘사와 정보가 살아있는 고선영-김형호의 여행기. ▩
고선영(글) & 김형호(사진), 소도시 여행의 로망.
고선영의 묘사도 멋지지만 김형호의 사진도 일품이라죠.
해당 도시 여행기 말미에 실은 여행지 정보 또한 참 착합니다.
1. 이 책은? 이 책은, 여행기자를 한 고선영과 사진기자를 한 김형호가 돌아다닌 국내 소도시 26곳의 여행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에 실린 도시가 모두 '소'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만, 두 사람이 '도시'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소도시' 여행을 한 것이므로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 두 사람은 부부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도시들은 누구나 몇 곳쯤은 들렀을 법한 친숙한 도시들입니다. 저 역시 절반 혹은 2/3 정도는 가본 곳들이니까요. 두 사람의 글과 사진 덕분에, 가본 곳은 다시 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고 아직 못 가본 곳은 뽐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여행기가 이런 만족도를 주기 힘든데 말이죠. ^^; 많은 이들이 '이걸 위해서 여행을 하고 저걸 위해서 떠난다'고 하지만 저는 '그저 가고 싶어서 떠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두 저자 역시 비슷한 코드를 갖고 있는 듯 해서 좋았습니다. 2. '빈티지'가 뭐야? 지방 소도시에서 우리의 옛 삶 읽기 부제에 '빈티지'란 말을 넣고 있는 이 책은 차례 페이지에서 사진으로 '빈티지'란 말을 보여준 후 책 속에서는 세번 쯤 '빈티지'란 말을 사용합니다. 빈티지가 뭐야?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패션 혹은 와인과 관련된 단어로 다가오는 빈티지라는 말이, 여행을 수식하는 말로 사용되다니, 뜻이 사뭇 궁금했습니다. 사전을 뒤적이니 이 책의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빈티지'(vintage)라는 것은 "유서 있는, 구식의, 케케묵은, 시대에 뒤진"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빈티지'라는 말에 걸맞게 이 책은 대한민국의 소도시에서 우리의 역사 속 과거와 옛 삶을 읽어냅니다. 두 사람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이 즐비한 동네도 훑고 주로 노인분들만 사는 옛 가옥의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군산은 인천, 목포와 함께 근대의 시간이 가장 잘 보전된 도시인데, 그 중에서도 군산의 옛 도심지인 월명동은 그야말로 근대문화유산의 전시장이라 할 만하다. ... 1923년 지어진 이 건물은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되면서 일제의 조선 침탈에 돈줄 역할을 했다 ... 그 옆으로는 1907년에 지어진 '나가사키18은행'이 서 있다. 조선의 쌀 반출과 강제 토지 수용 등 수탈의 역사가 진행된 곳이다. (282-283쪽, <근대문화 꼭꼭 씹어먹기, 군산(群山)>에서) 3. 여행은 만남이다, 여행의 궁극은 사람들과의 만남 처음 여행을 할 땐 새로운 곳이면 다 좋았다. 다음엔 멋진 풍경을 찾아 다녔고, 시간이 흐른 뒤엔 맛있는 식당과 잘 지은 리조트 따위에 관심이 갔다. 그 다음엔 한적한 길을 걸었고 바람과 하늘과 나무를 눈에 담았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뒤에는 결국,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집착하게 됐다. 풍경 속 그네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고 말을 걸고 싶어져 안달이 났다. 그래서 동네를 유람하기 시작했다. 많이 걸어야 했다. 자동차를 타고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운동화 뒤축이 닳는 만큼, 수첩에는 누군가의 이름과 누군가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8쪽, <프롤로그, My vintage road>에서) 저와 제 옆의 그녀도 국내 여행을 한다면 좀 한 편이라죠. 엥간한 곳들은 이제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없이 기억과 감만으로 찾아갈 정도는 됩니다. 그래서, 부부라는 두 저자의 책에 관심이 더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살아있는 여행 정보가 넘실거립니다. 특히 영월과 통영과 해남 편은 각각 그곳을 다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마 그 외의 소도시들도 곳곳을 누비는 횟수가 많다면 같은 느낌일 거 같습니다. 두 사람의 글과 사진 때문에 가보고 싶어진 곳, "꼭 가봐야지" 하면서 책 끄트머리를 접어 표시해둔 곳이 꽤 되는군요. 프롤로그의 여행론에 백번 공감합니다. 맞습니다. 여행은 만남일 것이고 여행의 궁극은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데에 동의합니다. 저희 역시, 그저 새로운 곳이면 다 좋았던 때가 있고, 저희 역시, 멋진 풍경을 찾아 다녔고, 저희 역시, 한적한 길을 찾아 걸었고, 저희 역시, 언젠가부터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풍경처럼 느껴지던 사람들한테서 그들의 삶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 두어해 쯤 되었습니다. 아직 고선영과 김형호처럼 그들에게 말을 걸 정도는 아니지만. 4. 누군가 옆에서 설명해주는 듯한 살아있는 여행정보들 여행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뭔가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알듯 말듯한 묘사와 설명으로 일관한 책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런 류의 책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한 곳에 대한 묘사가 눈에 보이는 듯 하고(실제로 적지 않은 사진으로 보여줌^^), 한 꼭지 한 꼭지 여행기의 말미에 <여행자의 수첩>이란 이름으로 싣고 있는 여행 정보가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이곳에 갈 때는 이걸 꼭 참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라면 말이 될까요. 지금 저에게 어딜 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남해와 포항을 꼽을 겁니다. 시간과 거리 때문에 당장 못 달려가고 있을 뿐, 좀 넉넉한 1박 2일 혹은 2박 3일이 주어진다면 아마 두곳 중 한 곳을 달려갈 겁니다. 남해와 포항은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아홉번째 그리고 열한번째 소도시입니다. 예비 여행자에게 이 책은 먼저 다녀온 사람의 착한 안내자가 되어 줍니다. 여행의 기록과 여행지 정보는 큰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남해 편 <여행자 수첩>에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빠져나와 남해 방면으로 내려오면 10분 거리에 남해대교가 있다. 다리를 건너 77번 국도로 남해읍까지 온 다음, 1024번 국도를 따라가면 다랭이 마을에 닿을 수 있다. 서울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남해읍에서 하루에 열세 번 군내버스가 다랭이 마을까지 온다. 마을 안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다. 마을 위쪽 관광안내소 주차장에 세우고 마을까지는 걸어 내려와야 한다. (149쪽, <다랭이 마을 이야기, 남해(南海)>에서) 5. 햐~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사진들 시쳇말로, 사진들이 좀 쩔어효. ^^ 감탄사 절로 나오는 사진을 접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책에 실린 모든 사진이라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책에 실린 꽤나 많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텍스트를 읽으며 책장을 넘기다가 손이 멈추는 사진들을 만났습니다. 잠시 동작이 얼어붙고 눈은 사진의 구석구석을 훑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고선영 글'이라는 저자 표시 외에도 '김형호 사진'이라고 저자를 따로 밝히고 있을만큼 사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책입니다. 왜 이렇게 사진을 잘 찍는 거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김형호는 신문과 잡지에서 사진 기자로 일한 경력이 있군요. 사진으로 볼 때, 저자 소개에서 적고 있는 전문 포토그래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습니다. 2010 1123 화 06:00 ... 08:0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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