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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라는 건 그게 아니고 '차가 좀 비좁나? 그래도 뭐 다 같이 가야 되는 사람들인데 타야 될 거 아이가? 우리도 좀 타자' 근데 못 타게 하니까 ' 왜 못 타 인마, [우리는] 손님 아니야?' ... 진보는 그거고, 보수는 ' 야 비좁다 태우지 마라. 늦는다, 태우지마라' 이거죠. 내가 어릴 때 부산서 출발해서 김해에 오면 김해 정류장에서 늘 요 싸움 하거든요. 
(213쪽, <진보란 무엇인가>에서)   * [   ]는 비프리박.


사익집단으로 전락한 수구언론으로부터의 공격과 신자유주의냐고 몰아치는 진보세력의 비난 사이에서,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비운의 대통령.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노무현. 그가 진보와 분배에 관해 서거 직전까지의 고민이 깃든 책입니다.

노무현, 진보의 미래: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동녘, 2009.   * 총 315쪽.

책에는 향기가 있다는 말을 하지요. 이 책도 그런 책입니다. 두가지 의미에서인데요. 하나는, 책을 쓴 노무현의 진심어린 고민이 배여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다른 하나는, 책장을 촤르르 넘길 때 나는 독특한, 흔치 않은 새 책 냄새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두 가지 다 제가 좋아하는 종류의 향기입니다. ^^ 

이 책은 개인적인 2010년 노무현 읽기 프로젝트(?)로 시도된 두번째 책이었습니다. 앞서 읽은 「성공과 좌절」으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았지요. 2월 5일(금) 출근할 때 읽기 시작해 2월 9일(화) 출근 지하철에서 읽기를 마쳤습니다. 7일(일)은 휴무여서 책을 읽지 못했군요. 주로 저의 독서가 출퇴근 지하철에서의 독서에 기반하다 보니. ^^ 

 
진보의 미래 - 10점
   노무현 지음 / 동녘

  *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시려면 제목이나 표지를 클릭하세요.
 
 

         진보의 미래, 노무현의 고민과 모색,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시민을 위한 대중 교양서!"
그의 말처럼, "시민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1. 이 책은?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직을 수행한 노무현의, 사회경제적 진보와 보수에 관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책입니다. 한 국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정치적 경제적 현안과 과제들, 그리고 그에 대한 노무현의 끊임없는 대안 모색의 흔적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대한민국의 소위 주류입네 하는 자들의 파렴치한 벼랑끝 전술, 그리고 현 권력자가 전임자에 대해 구사한 비인간적인 정치보복과 수사의 압박으로 인해, 진짜 벼랑에서 몸을 던져야 했던 전직 대통령의 서거 직전까지의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2. 실패한 대통령이 아닌 불행한 대통령, 비운의 대통령

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
따로 대통령의 성공이 어쩌고 실패가 어쩌고 그런 얘기 하지도 말아라. 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이다. 나는 분배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몰매만 맞았던 불행한 대통령이다. ... 대통령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또 지나고 나서도 이 참담한 현실 같은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정말 내가 황당한 나라에 지금도 살고 있고 지금도 쳐다보면 답답하고 ...
(140쪽, <행복한 나라를 위해서>에서)

소위 '없는 사람들', 전쟁같은 경쟁이 낳을 수 밖에 없는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은 '분배'로 귀결됩니다. 노무현이 고민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최종적 귀결점은 '분배'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수구세력으로부터 가해진 '좌파 정부'라는 공격 그리고 진보집단으로부터 날아오는 '신자유주의'라는 비난이라는 협공에 시달리면서, 실제로는 제대로 된 분배정책을 맘껏 한번도 펼쳐보지 못한 셈입니다. 진보집단으로부터의 비난은 논쟁으로 돌파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치지만, 수구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은 그것이 사회적 담론 또는 여론 형성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노무현은 '묶인 채 매맞는' 형국이었습니다. 불행한 대통령, 비운의 대통령, ... 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정곡을 찌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신자유주의의 본질에 관한 현실주의적 접근

대통령 노무현으로서든 노무현 정부로서든, 노무현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억울한 비난은 아마 '신자유주의' 정부라는 딱지였던 것 같습니다. 21세기 현대 자본주의체제에서 '신자유주의'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부정적 의미는 굳이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어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책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그의 분석과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책의 어떤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그리고 책 전체에서 끊이지 않고 드러납니다. 그 중 인상적인 몇 대목을 가져와 봅니다. 신자유주의의 본질에 대한 그의 현실주의적 접근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 논쟁에 말려들어 가면 갈수록 문제의 본질에서 자꾸 본질 아닌 데로 빠져서 규제가 어쩌고 규제를 하는 게 맞니 안 하는 게 맞니 이러는데, 규제의 실체라는 건 현장에 가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가 규제 완화 한다고, ... 고물상 규제 풀어 놓으면 오염물 나오는 것 통제 안 되고, 불 나면 누가 규제 안 했냐고 하게 되고, 음식이 잘못되면 환경호르몬 나오는데 왜 규제 안 하냐 그러고, 그래서 규제하면 또 했다고 뭐라 하고‥‥‥ 그렇게 되거든요.   (197쪽)

... 신자유주의 논쟁 부분은 말을 안 꺼내거나 말을 꺼내 놓되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본질적 논쟁은 아니다. 본질 논쟁은 단적으로 말해 시장에서 부자가 나가시는데 불편한 것 다 치워라, 거기에 해당되는 것만 본질적 논쟁이다. 예를 들면 그런 것이죠.   (198쪽)
... 그 다음에 노동, 노동자들 좀 잡아줘 이거 아닙니까? 그죠? 그래서 우리가 규제하면 다인 것 같아도 자기들을 위한 규제는 해달라는 거고 ... 조세 감면 해달라고 하고요.   (200쪽)
 
 

 
4. 분배라는 대의와 민주주의 마인드 사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거 없이 색연필 들고 쫙 그어 버렸으면 되는 건데‥‥. '무슨 소리야 이거. 복지비 그냥 올해까지 30프로, 내년까지 40프로, 내후년까지 50프로 올려.' 그냥 쫙 그어 버렸어야 되는데 ... 지금 생각하면 그래요.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 논리적으로 해서 성과가 많지 않은 것인지‥‥‥. 그리 했으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어요
(234쪽, <참여정부는 관료주의에 포획되었나>에서)

요즘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딜레마적 상황이 있습니다.
1) 민주주의 마인드를 가진 정부는 대의를 실천하기 어렵다. 떼쓰고 트집잡는 수구세력 또는 수구정당까지 민주적으로 고려한다. 분배나 복지 관련 정책에 날아드는 '좌파' '빨갱이' 비난에 신경 쓰게 된다. 게다가 수구언론은 사회의 주류세력으로서 여론을 형성한다.
2) 비민주적 마인드를 가진 정부는 분배나 복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사회구성원들로부터의 정당한 요구와 주장은 비민주적으로 무시한다. -.-;

결국, 그렇다면, 사회는 시궁창 속에 처박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래서 하소연처럼 들리는 노무현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라는 말은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5. '진보'의 미래는?

시민들의 요구를 분명하게 할 줄 알면, 보수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더라도 지 욕심 지가 꽉 쥐고 가면 되는 거다. 시민들이 자기 요구를, 자기 생활상의 이익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정책과 자기 이익의 인과 관계를 분명하게 얘기하고, 오늘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까지를 셈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시민만 충분히 성장해 있으면 정권은 문제가 아니다.
(126쪽, <진보주의를 연구하기 위하여> 서론 부분에서)

결국, 시민들이, 사익집단에 불과한 수구언론의 마수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이익을 바로 보고, 개인과 사회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획득할 때, '진보'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노무현이 꿈꾸는 '진보'의 구상이 우리가 꿈꾸는 '진보'의 설계와 다르다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그럴 때에만 진보는 현실 속에서 답을 찾아내며 실현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만 충분히 성장해 있으면 정권은 문제가 아니"라는 노무현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현은 책의 다른 곳에서도 '시민의 생각'이야말로 '진보'로 가는 열쇠임을 지적합니다. 저는 여기서 '선거 혁명'이란 말을 연상하게 됩니다.

"왜 약자가 강자의 정책에 표를 던질까? 정치는 왜 강자인 소수의 편을 드는가? 왜 다수 서민에 의해 선출된 정권이 소수 부자의 논리를 수용하는가? 정책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역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결국 시민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시민의 생각이 역사가 된다."
(149쪽, <왜곡된 명제를 바꾸자>에서)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사회경제적 진보와 보수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
- 동시에, 한 국가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정치적 경제적 현안과 과제들, 그리고 그에 대한 끊임없는 대안 모색의 흔적이 깃든 책. 
- 대한민국의 소위 주류입네 하는 자들의 파렴치한 벼랑끝 전술, 그리고 현 권력자가 전임자에 대해 구사한 비인간적인 정치보복적 수사의 압박으로 인해, 진짜 벼랑에서 몸을 던져야 했던 전직 대통령의 서거 직전까지의 고민을 재구성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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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313 토 00:50 ... 01:40  인용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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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314 일 17:50 ... 18:10  비프리박


진보의 미래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노무현 (동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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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독서를 미루어 짐작하게 됩니다.
그가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책들은 제 독서에 힌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몇가지 적어봅니다.
- 제레미 리프킨, 유러피언 드림. & 소유의 종말.
-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 로버트 라이시, 슈퍼 자본주의. & 국가의 일.
-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 패트리셔 애버딘, 메가트렌드 2010.
- 자크 아탈리, 위기 그리고 그 이후. & 미테랑 평전.

그가 생전에-_-; 문명과 미래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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