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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이 2mb 정권을 '진보다, 중도실용정권이다'라고 빵터뜨리기 전에 읽은 책입니다. (이에 관해선 http://befreepark.tistory.com/569 글 참조.)
 

황석영, 「무기의 그늘」, 상하, 형성사, 1985(상), 1988(하).   * 상권 297쪽. 하권 299쪽.

구입을 아주 오래전에 한 책입니다. 이런저런 계기가 되어 그의 「개밥바라기별」을 인상 깊게 읽은 후에 책꽂이에서 다시 꺼내든 책입니다.

2009년 3월17일(화)부터 23일(월)까지 상권을 읽고 23일(월) 그날 바로 바톤을 넘겨받아 하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3월23일 출근할 때 상권이 그날 중으로 끝날 걸 예측하고 하권까지 챙겨갔던, 그래서 가방이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 그렇게 해서 하권을 4월이 채 되기 전인 3월 29일(일)에 끝마쳤습니다.

황석영 그의 최근 행보 때문에 리뷰를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황석영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과 입장정리 그런 것 때문에 서평 작업은 밀려만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읽을 때까지는 저자에 대한 좋은 느낌, 읽는 동안에도 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 이런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그후 얼마 안 있어, 황석영이 '저쪽으로 건너간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사실 지금도 리뷰를 쓰는 게, 그닥 맘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서평을 통과하지 않으면 황석영을 통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이 서평을 통과하지 않으면 이후에 읽은 책들에 대한 서평도 계속 밀려만 갈 것 같다는 생각...! 이 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리뷰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기의 그늘」 이후에 읽은 책이 10권 넘게 쌓여있습니다. 리뷰도 작성하지 못한 채 읽은 책은 많이도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가자...!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차피 통과를 해야할 책이고 리뷰라면, 그냥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가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에서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이면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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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좌측은 티스토리-알라딘 서평단으로 리뷰 미션 수행한 책들.
우측은 블로그 지인 G_Gatsby님에게서 받아, 읽고 리뷰를 올린 바 있는 「세 잔의 차」.
가운데 8권은, 지금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무기의 그늘」과 서평이 밀린 책들.


 

1.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기쁨

「무기의 그늘」은 대략 600쪽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대하소설까지는 아니어도 길다면 긴 소설입니다. 페이지당 글자수의 압박이 장난 아닙니다.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판형과 여백 그리고 글자크기와 줄간격으로 책을 만들었다면 1000페이지는 족히 넘는다에 한표 던집니다.

꽤나 긴 책이었지만, 읽는 동안은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기쁨'이라고 하는 독서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게 해준 「무기의 그늘」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은 후 황석영은 급격한 변모를 했지만(!) 그가 변신하기 전에 쓴 책의 장점으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맞을 거 같습니다. 일단 리뷰를 쓰기로 한 이상 말입니다. -L-;


2.  황석영의 경험과 소설적 허구 사이

「무기의 그늘」은 한 한국군병사(안영규)가 베트남에 파견되어 겪은 월남전의 추잡한 이면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물론 소설이라는 허구의 형식을 빌고는 있지만, 아마도 황석영 본인의 경험을 십분, 백분 활용한 소설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 추측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개밥바라기별」에서, 저자 황석영이 투영된 주인공 준이가 월남전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끝이 났던 것과 묘하게 이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다시 꺼내든 「무기의 그늘」이었습니다.


3. 「무기의 그늘」,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이면

「무기의 그늘」은 미국에 의해 남의 땅 베트남에서 행해졌던 그, 소위 '월남전'이란 전쟁의 속내를 드러냅니다. 「무기의 그늘」은 주인공 안영규를,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 측의 '군수사요원'으로 역할배치하여 안영규의 눈에 비친 베트남전의 실상과 속살을 보여줍니다.

미국이 왜 개입해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상식으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월남전에서 식량부터 무기까지(!) 온갖 군수물자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현금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북베트남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측에서는 그것을 구입해서 전쟁을 치르는 형국이 되지요. 어쨌든, 누군가는 그걸 (누구에게든!) 내다 팔아서 떼부자가 됩니다. 미군, 한국군 그리고 베트남 현지 상인들과 주민들까지, 이 부자로의 대열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아. 한국군 수사요원 안영규는 예외입니다. 그냥 이 지겨운 전쟁 빨리 끝내고 귀국하자는 일념으로 주어진 일만 하거든요.

이 '부자로의 대열'에 가장 선두자리를 차지하는 인물은, 아무래도 남베트남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팜꾸엔 소령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기 나라의 한 지역을 초토화하는 부패한 남베트남의 장교지요. 그는 예상된 수순대로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4.  베트남 사람에게 있어서 베트남전의 의미

「무기의 그늘」에는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에 입대하고 전사로 변모해가는 팜민이라는 남베트남의 고뇌하는(?) 열혈애국청년이 등장합니다. 그는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되지만 그의 행동과 생각은 소설의 한 축을 구성합니다. 베트남전이라고 하는 전쟁에서 미국과 한국만을 보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까봐, 월남전이 어떤 전쟁인지를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 황석영이 적절히 잘 배치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좀더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그리 되면 추잡한 전쟁의 뒷면을 그리고자 한 소설의 취지에서 좀 벗어나게 되었을테지요. 그리고 광주학살이 있은지 불과 5년 후의 시점에서 국내 출간도 힘들었을 테구요.


5. 개정판까지 나온 소설 앞에서 황석영은 변신 중

소설책으로는 좀 이색적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개정판이 나와 있습니다. 읽은 입장에서 제 느낌은, 실수든 검열이든 뭔가 중간에 살짝 누락된 느낌이 드는 곳도 있었고. '이곳에는 빈 줄 하나 정도 들어가야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도 적지 않았습니다. 개정판이 나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인터넷을 뒤적거려 보니 제 기대와 예상대로 개정판이 나와 있더군요. 형성사에서 창비로 출판사 갈아타기를 한 상태더군요. 나중에 「무기의 그늘」을 읽고 싶은 생각이 또 들 때, 그때는 개정판을 구입해서 읽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눈이 피로하다 싶은 정도로 글이 빽빽한 것이 지하철 독서를 좀 힘들게 하는 면이 있거든요. 뭐, 그렇다고 못 읽을 정도는 아닙니다만. ^^;

하지만, 황석영의 갑작스런 '변신' 이후, 이 책의 개정판을 구입할 일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의 책을 구입씩이나 해줄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설사, 황석영 그가, 갔던 길을 되돌아 온다고 해도 말이죠.
 

 

  <리뷰의 결론>
- 미국이 벌인 전쟁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 사실적으로 드러낸 소설.
- 하지만 황석영의 최근 '변신' 앞에서, 읽기가 좀 꺼려지는, 마음을 편치않게 하는 소설.
- 황석영의 2009년 5월 이전 소설을 읽는 것이, 그의 현재 모습에 대한 긍정이 아니라는
  데에 동의할 수 있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책.
- 최소한 베트남전이 구체적인 차원에서 어땠는지, 그 실상을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책.
- 하지만 새로 다듬고 손봤을 개정판을 접하기에 영 찜찜한 구석이 남는 황석영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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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530 토 11:00 ... 11:40 & 22:40 ... 23:40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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