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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어시장에서 떠온 회가 앞에 놓여 있다.
고개를 들면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회, 주문진해변. 2013 1027 sun.

바닷가에서 회를 먹는다는 거. 삶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일요일(10월 27일) 주문진해수욕장 바닷가에서 회를 먹었습니다. 늘 그렇듯, 주문진항 어시장에서 회를 떠서 바닷가로 이동하여 차 안에서 먹었습니다. 초고추장과 쌈무와 콜라 같은 부식은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 CU와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러 구입했습니다.

사진에서와 같은 양의 회라면 서울의 수산시장이나 횟집에서 가격이 얼마나 나올까? 를 생각하면서 더 즐거워 합니다. 늘 그렇습니다. ^^ 주문진 어시장에서 횟감으로 광어와 우럭과 방어를 4만원 어치 골라 담고 3만원에 흥정했습니다. 회를 뜨는 분들이 따로 있어 2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아주머니는 회를 썰어 담아 건네면서 6천원 받아야 되는데 5천원만 내라고 합니다. 부식 거리 구입에 만 몇 천원이 듭니다.

그래도 신선한 회를 꽤나 저렴하게 배불리 먹습니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요. 삶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 회?

"마지막으로 회를 먹을까?"
그녀가 회 먹자고 할 때 했던 말입니다. 저희는 이제 회를 먹지 않습니다.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 뿐만 아니라 아예 수산물을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거의 먹지 않고 있습니다. 주문진에서 마지막으로 회를 먹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와 그 후 바다로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에 관한 기사 그리고 충격적인 내용의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을 접하고서, 더 이상 수산물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간 일본산 수산물 수입에 대해 보여준 우리 정부의 태도, 적반하장-안하무인-인면수심이라는 말을 자동 연상시키는 일본 정부의 행태, 자신들은 절대 먹지 않을 거면서 돈을 좇아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하고 원산지를 둔갑시켜 팔아대는 유통업자들의 무한 이윤 추구, ... 이런 것들이 겹쳐지면서 수산물 자체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방사능 오염수.

기억에 남는 기사가 몇몇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 원전 사고가 있은지 2년이나 지난 시점에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유무역' 위반이라면서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요. 물론,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연일 쏟아내면서도 '안전하다'고 일본 총리 아베는 방송에 나와 떠듭니다. 일본 국민 조차도 84%가 그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일본 후쿠시마 거주 어느 가정주부의 인터뷰 중에서 "절대(!) 수산물은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인근 해역 수산물이 다른 어촌에서 포장되어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는 방송도 있었습니다.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이뤄지는 방사능 오염 검사라는 것의 실제는, 예컨대 몇 톤의 게(crab) 중에서 단 2마리를 검사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전수 조사도 아니고 몇 퍼센트의 샘플링도 아니고 단 2마리! 그렇게 무역 조항에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봅니다.  

십 수 건 혹은 수 십 건의 기사와 방송을 본 것 같습니다. 내용은 충격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문제는 그 기사와 방송이 현실을 전부 반영하고 있지는 못할 거라는 것이죠. 기사와 방송의 내용은 충격적이고 현실은 충격 그 이상이라고 말해야겠네요.


바다. 바닷물.

우리나라와 일본은 동해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입니다. 바다에는 국경이 있어도 바닷물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바다에는 해류가 있어 바닷물은 순환합니다. 일본 바닷물이라고 해서 해류를 차단할 수도 없습니다. 국내산 생선이라고 해서 안심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국내산 생선이 정말 국내산 생선인지도 믿을 수 없고, 일본이 아닌 곳에서 어획한 수산물이 정말 일본이 아닌 곳에서 잡힌 것인지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해류에 경계가 없으므로, 어느 나라 산이냐 하는 구분도 사실 무의미합니다. 일본은 연일 천문학적인 양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쏟아내고 있고요.


두 주 전 조모 기일에 제사를 지내면서 부모님께 "다음번 차례와 제사부터는 해산물을 준비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상에 해산물 요리를 많이 올리는 부산 분들이신데도 흔쾌히 동의하십니다. 제가 보았던 기사와 방송 내용들을 알려 드릴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미 방송을 접하신 것이겠죠.  


슬픔. 공포.

사진의 회를 먹으면서, "어쩌면 이게 우리 평생에 마지막으로 먹는 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펐습니다. 즐거운 일을 하지 못한다는 건 슬프죠. 그것도 평생 말이죠. 슬픔과 동시에 해산물을 먹는다는 것이 주는 공포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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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29 화 08:30 ... 10:40  비프리박
 같은날 13:30  예약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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