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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내가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후순위이긴 하다. ^^; 


'안식'이란 말이 있다. 쉰다는 뜻이다. 한자로는 安息이라고 쓴다. 편히 쉰다는 뜻이다. 안식이란 말에서 나는 두 가지를 떠올린다. 하나는 종교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업적인 것이다. 어렸을 적 버스를 타고 지나다 자주 봤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라는 긴 이름의 교회 간판에서 나는 왜 유독 '안식'이란 단어가 기억에 남은 걸까. 종교적인 연상을 불러 일으키는 안식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교수들이 보통 칠 년에 한번씩 갖는다는 안식년에 대해서 나는 왜 부러움을 느끼는 걸까. 직업적인 연상을 불러 일으키는 안식이다.

안식년이란 말은 영어로 sabbatical year(써배티컬 이어)다. 사전을 참고할 때, 안식년은 고대에 유태인들이 경작을 할 때 칠 년마다 한번씩 쉬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대학 교수들이 칠 년에 한번씩 안식년을 갖는 것은 고대 유태인들의 농경방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안식년 휴가는 영어로 sabbatical leave라고 한다. leave에는 떠난다는 뜻 외에도 휴가의 의미가 있다. 하기사, 대개 휴가는 떠나는 거니까. ^^

리프레시라는 말도 있다. refresh다. 다시 상쾌하게 하고 활기를 얻게 한다는 영어 동사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보통 우리는 상쾌한(fresh한) 상태가 된다(보통 그렇다. 아닌 사람도 더러 있지만. ㅋ). 아침에 우리는 fresh한 상태가 되는 건데, 매일 반복하는 것이므로 refresh라고 말할 수 있다. 직장에서 휴가를 얻을 때 리프레시먼트 휴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 쉬지 않고 일 했으니 좀 쉬고 다시 프레시한 상태로 만들어 돌아오라는 건데 바람직한 제도라고 본다. 안식년에 비하면 일반적으로 기간이 짧지만(보통 한두 달 또는 몇 달), 그래도 유급(!) 리프레시먼트 휴가가 어딘가.



서론이 길었다. 서두에 말한 내가 아끼는 어떤 사람 이야기를 하자.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매년 정해진 시기에 재계약을 하는 계약직 노동자다. 물론 계약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포함되므로 그를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말한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급여가 기본적으로 성과급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급여에 비해서 많이 더 벌 때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정규직이 아닌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안식년 같은 건 없다. 리프레시먼트 휴가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그가 회사에 사표를 냈다. 자신의 '자체 안식년 혹은 리프레시먼트 휴가'를 갖기 위해서란다.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일해 온 게 이십 년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더하기 빼기를 해보면 쉽게 이십 년이란 숫자가 나오지만 계산을 해보기 전에 이십 년 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는 비정규직으로 이십 년을 일해 온 셈인데, 그간 이직을 할 때도 금/토요일까지 이 회사에서 일하고 다음 월요일부터 다른 회사에 출근하는 노력(바지런함)을 보여서 회사를 옮길 때도 이렇다 할 긴 휴가(휴식)를 가진 적은 없다고 한다.



기계도 일정 시간(기간) 돌리면 쉬게 한다. 말이나 소도 일정 시간(기간) 일을 시키면 쉬게 한다. 논과 밭도 다르지 않다. 하물며 사람(노동자)은 말할 것도 없다. 일정 기간 일을 했으면 안식년이든 리프레시먼트 휴가든 일정 기간 쉬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그런 게 정착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게 받아들여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장님들(자본)이 직원들(노동자)을 바라보는 관점이 노동자를 기계만도 못한 존재로 보고, 사장님들(자본)의 그런 생각은 국가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게 아직은 우리의 현실이니까.


(경제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그가 일 년을 쉬지는 않을 테니까, 그가 쉬는 것은 안식'년'이 되지 못하고 몇 '달'의 안식 휴가(리프레시먼트 휴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쉬는 게 맞다. 쉬어야 한다. 그래서 그가 사표를 냈다고 했을 때 축하해 주었다. 유급 안식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체' 무급 휴가라도 가져야 맞다. 일을 하기 위해서도 쉬어야 하지만 사람에게는 쉬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가끔은 그 휴식 본능에 져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식적으로 본인에게 휴식을 챙겨 주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의 몸이 강력하게 휴식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

내가 옆의 그녀 다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그가 리프레시먼트 휴가를 잘 보냈으면 한다. '잘 보낸다'는 말이 꼭 그 기간에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인이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든, 아니면 그간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일을 하든, 뭔가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좋겠지만, 꼭 뭘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어쩌면 강박?ㅋ),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들 또 어떤가 싶다. 그의 생각이 어느 쪽이든, 모쪼록 휴가를 잘 보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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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705 목 20:00 ... 21:15  비프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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