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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신선한 맛은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을 봅니다. 일리가 있긴 하나 도무지 동의하긴 힘든 주장이나 반론들을 접합니다. 불행히도 제목에 끌려 선택하고 시간 들여가며 읽은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피트 런,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인간의 마음을 보지 못한 경제학의 오류, 전소영(옮김), 흐름출판, 2009. * 총 328쪽. 본문 316쪽. * Pete Lunn, Basic Instincts: Human Nature and the New Economics, 2009. (원저 출간 연도는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확인. 번역서에는 2008로 되어 있음.) 다음북(daum-book) 서평단 미션 도서였습니다. 이것이 4차였습니다. 11월 15일(일) 신청 공지. 11월 16일 신청. 선착순에서 밀렸음. 읽고 싶은 책이 있었으나 포기. 11월 19일(목) 택배 수령. 11월 27일(금) 읽기 시작, 29(일) 읽기 마침. 12월 9일(수) 서평 작성. (택배 수령후 서평작성까지 3주를 넘기진 않은 것 같았는데, 제 느낌이 틀리진 않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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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신선하긴 하나 설득력이 좀. (피트 런) [1] ▩
( 책 뒤표지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이미지를 클릭하시길. )
1. 이 책의 저자는? 그리고 이 책은? 이 책의 저자 피트 런은 런던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인간의 지각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그후 10년 이상 언론 분야에서 일했고, 현재는 더블린 경제사회연구소(ESRI)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 날개의 저자 소개에서나 책 본문에서는, 피트 런을 경제학자라고 소개합니다. 우리가 어떤 경우에 어떤 사람을 그 분야의 '학자'라고 부르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 피트 런이 하는 주장은, 간단히 말하자면, 주류 경제학에서 깔고 있는 기본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겁니다. 그것을 책 제목에서는 "6가지 거짓말"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구요. 아, 이 제목은 국내 번역본의 제목이고 원저의 제목은 이와 다르다고 말해야겠군요. 피트 런은 책의 본문에서 주류 경제학의 기본 전제들을 굵직한 것들로 골라서 가져온 후, 그것들을 열심히 비판합니다. 비판하는 방식은 대개 반례에 의존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피트 런의 주장에는 일리가 없지 않으나 독자로서 그다지 설득력은 발휘하지 못합니다. 반례를 수 없이 든다고 해서 모든 학문적 전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예컨대, "물은 100도씨에서 끓는다."는 전제가 잘못되었다며 아무리 반례를 든다고 해도 그 전제가 뒤집히거나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요. 2. 학문적 전제에 대한 회의는 좋지만 반례를 든다고 전제가 무너지나? 가장 답답한 부분이었습니다. 피트 런이 주류 경제학의 대전제에 대해 품고 있는 의문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일리가 없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줄기차게 반례를 든다고 해서 전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닐테죠. 예컨대, <경제학의 거짓말 3> "인간은 이기적이다"에 대한 공격으로 피트 런은 인간의 이타적인 행위와 실험 결과를 예로 듭니다. 솔직히 제 생각은 "그런다고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기적 인간 모델을 무너뜨릴 수는 없는 거잖아!"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야!"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어야 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피트 런은 그런 쪽으로 해석을 몰고 가기도 하고 이런 확대해석 사이를 오락가락합니다. 인간이 현실에서 이기적이라고 해서 이타적인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닐텐데, 피트 런은 "인간이 이타적인 때도 있으니까 이기적 인간이라는 경제학의 전제는 틀린 거야!"라는 주장을 합니다. 책에서 피트 런이 경제학의 전제라는 것을 가져오고 그것을 공격하고 반박하는 것이 모두 이런 식입니다. 앞서 "물이 100도씨에 끓는다"는 전제가, 100도씨가 아닌데도 끓는 물의 예를 아무리 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어떤 학문적 전제를 현실 속의 반례로써 공격한다고 해서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사실 수천만가지 반례를 든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이죠. 수학에서는 삼각형이란 개념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완전한 삼각형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평면도 없을 뿐더러 완전한 직선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수학에서 이야기하는 삼각형이란 개념이나 정의가 무력화 될까요? 전혀 아니거든요. 그런데 피트 런이 하는 주장은, "현실 속에 완전한 삼각형은 없으니까, 삼각형이라고 하는 수학적 개념과 정의는 틀렸어 혹은 거짓말이야" 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소위 '차원의 혼동'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피트 런이 든 예는 아니지만) 경제학의 예를 들자면 "수요 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 법칙은 틀렸다며 거기에서 벗어나는 실례를 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솔직히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 예를 "현실" 속에서 수없이 찾아낸다 한들,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 "법칙"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죠. 저는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피트 런이 "현실"과 "법칙"이라는 차원의 혼동 속에서 그 반례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리뷰를 두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저자의 주장과 관련해서만 다뤘습니다. 그밖의 몇가지 이야기는 http://befreepark.tistory.com/822에서 이어집니다. ^^a 아무래도 포스트 하나가 너무 길면 스크롤다운의 유혹이 커져서요. ^^;;; 리뷰 part 2는 아마도 평소처럼 수일 내로 올라올테죠? ^^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경제학이 숨겨온 거짓말이 있다는데, 그게 과연 저자의 생각처럼 거짓말이었을까. - 경제학의 대전제들이 틀렸다며 반례 들기에 여념이 없으나 차원의 혼동에 빠진 듯. 학문적(철학적) 전제가 현실적 반례에 의해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예컨대,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경제학 전제가 틀렸다며 이타적 행위의 예를 드는 건 헛수고다. - 피트 런의 주장이 신선한 맛도 있고 일리도 있으나 설득력은 지극히 약하다. - 심심찮은 직역에 독자는 어지럽고, 오역-번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번역 때문에 힘들다. 2009 1209 수 00:00 ... 01:40 비프리박 2009 1209 수 10:10 분리게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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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Daum책이나 Tistory와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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