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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선택한 책이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읽었던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 -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서울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살이에서 느낀 바를 권진 & 이화정이 엮고 씨네북스(씨네21)에서 올해(2009년) 출간한 책이었죠. 인상 깊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이야기라길래, 이 책도 별 주저없이 선택해했습니다. 그게 제 착각이었습니다만.

J. 스콧 버거슨과 친구들, 더 발칙한 한국학:이 땅에 착륙한 유쾌한 이방인들의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 도서출판 은행나무, 2009.   * 총 435쪽.

저의 기대가 순전히 제 착각이었고, 그 기대에서 처절하게 빗나간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서평만 아니었으면 도중에 그만 읽었을 겁니다. 읽을수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만 드는 그런 책 있죠, 왜?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다음북 3차 서평 도서로 신청한 책이었습니다(11월 3일). 선착순에 밀려서, 원하는 책을 고르지 못했고, 남은 책들 가운데 하나 골라잡은 책이었습니다. 그게 이 따위일 줄이야. -.-a

신청 후 수령까지 무려 8일이나 소요되어 11월 11일(수)에 택배 수령한 책입니다. 11월 13일(금)부터 3일간 읽었습니다. 읽는 데에 그다지 오래 걸리는 책은 아닙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은 지극히 잡다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니까요.

 더 발칙한 한국학 - 2점
   J. 스콧 버거슨 외 지음 / 은행나무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소개는 좌측 이미지나 책 제목을 클릭하세요.


 
 
      더 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의 책, 제발 좀 발칙하기라도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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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그들"이라는데, 글쎄 좀 제대로 알고자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1. 책에 관한 전반적인 느낌, 발칙함은 없고 그저 불편하고 식상할 뿐!

<1장 Outlanders / 엑스팻들이 들려주는 각양각색의 단막극>이라는 첫 장부터 읽어 나가면서 짜증을 느꼈다. 뭐랄까. 한국에서 엑스팻(=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겪은 안 좋은 경험들만 적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정적 경험으로 일관하는 데다, 편향적 서술을 피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읽어 내려가면서 독자로서 많이 불편했다. 내가 한국인이어서라기 보다는, "이 책은 그래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걸까?" "책이라는 외피에다 결국 이런 소리를 담고자 한 것인가?" 하는 생각들을 떨칠 수 없어 불편했다.

 
 
2. 발칙함이 아닌 정치적 편향성, 2008년 촛불집회는 동네북?

이런 저런 불편한 이야기는 제쳐두자. 가장 압권은 <4장 Essays / 문화 건달 스콧 버거슨의 더 발칙한 한국학>이라는 제목하에 쓰여진 부분이다. 내용은 온통 '촛불집회 까기'에 맞춰져 있다. 조중동을 너무 많이 봤나? 모아도 어쩌면 이렇게 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촛불집회에 대한 악의적 해석과 비열한 비방, 모욕으로 일관한다. 이제 한국에 좀 살았다는 이유로 외국인조차 촛불집회를 깐다. 촛불집회는 동네북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까려면 좀 공정하기라도 하든가!

스콧 버거슨이 적는 촛불집회에 관한 생각들이 신선하지도 않다. 다분히 어이없고, 다분히 식상한 주장과 해석들로 가득차 있다. 그 중 몇 부분을 가져와 본다.

촛불집회는 쿠데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야전의 특징을 띠고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전반적인 운동 자체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은 아마도 '미수로 끝난 '쿠데타'가 아닐까. ... 광우병 촛불시위는 기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드리운 위험천만한 위협이었다 ... (371쪽)

보도자료나 경찰기록 등 공공기록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촛불시위는) 이명박 정부를 쓰러뜨린다는 최종목표 아래 국가 체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다수의 개인이나 단체가 결탁하여 모였다는 점은 확실하다. (372쪽)

시위대는 치고 빠지는 식의 도시 게릴라로 타락했다. 마치 폭도 같았던 시위대는 종로와 중구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거리를 점거하고 교통을 차단했다. (370쪽)

예비군조차도 35세까지 정기적 훈련에 참가해야 하므로 따지고 보면 국가의 군사적 관할 하에 놓여있는 셈이다. (사실 시위 기간 중에 이들 예비군의 눈에 확 띄는 모습은 전형적인 쿠데타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 (374쪽)


미국산 쇠고기가 어때서?

반이명박 정치세력은 미국산 쇠고기가 마치 한민족을 몰살시켜 버릴 만큼 끔직한 대량살상무기인 것처럼 부풀렸다. (377쪽)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해 재협상하라는) 그런 행동은 국제사회 내에서 신뢰도 있는 무역국가로서의 한국의 신용을 땅에 떨어뜨릴 것... (377쪽)


KBS와 MBC는 촛불시위 치어리더?

시위 기간 동안 두 주요 공중파 방송사인 KBS와 MBC는 촛불시위의 가상 치어리더 노릇을 했다. (373쪽)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완벽한 선물을 진보세력의 코앞에 떨어뜨려주자 재빨리 발의하여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쳐 정부를 전복시키려 시도했던 것이다. (375쪽)


시위대는 반민주적?

성난 시위대가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의 기자들에게 고함치는 모습을 본 것도 여러번이었다. ...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기본 원칙으로서 설교하던 운동치곤 참여자 다수가 다른 이의 주장이나 관점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406쪽).


이명박은 국민의 대표니까?

'국민의 주권'은 고작 두 달 전에 열렸던 총선을 통해, 그리고 4개월 전 열렸던 대선을 통해 상당히 명백히 행사되지 않았던가? (376쪽)

2007년 12월과 2008년 4월의 선거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다수의 국민이 ... 선택한 대표에 대해 소수의 유권자가 ... 탄핵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적'인가? (396쪽)

이명박은 두 번이나 TV에 나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전했으며 ... 이것은 ... 독재자의 행동이 아닐 뿐더러 민주주의적인 '민중의 소리'를 '억압'하는 행동은 더더욱 아니다. (387쪽)

그만 적자. 솔직히, 입력하는 시간이 아깝다.

어차피 스콧 버거슨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뻔하다. 위에 인용한 부분들에서 보듯이, 촛불집회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다분히 '딴나라당'스럽고 '수구꼴통'틱하다. 그리고 '조중동'틱하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란에서 활개치는 '알밥'스럽다.

스콧 버거슨은 촛불집회 까기에, 롤랑 바르트,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인 비평가까지 끌어온다(355쪽 이하). 롤랑 바르트가 참 고생이 많다. 객지에, 그것도 미국인의 손에 끌려 한국에까지 와서 고생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촛불집회를 까기 위한 수단으로.

나는 내심, 스콧 버거슨이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신문을 너무 많이, 그것도 오래, 본 게 아닐까 한다. 어찌 그 신문지 회사들이 주장하는 바에서 단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안쓰럽기까지 하다. 내가 스콧 버거슨의 주장이 식상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주장을 한국에 사는 외국인(엑스팻)이 펼치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3. 출판사의 부정직함 또는 불성실함 & 셀 수 없는 오타들

스콧 버거슨이라는 외국인은 자신의 입으로 "지금도 한국에서 가장 큰 두통을 불러일으키는 것 중 하나는 여전히 언어 문제이다. ... 한국말을 할 수 없다 ..."라고 적고 있다(430쪽). 그런데 이 책은 스콧 버거슨과 그의 친구들이라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쓴 책인지, 아니면 영어로 쓴 책을 번역한 것인지, 번역을 했다면 번역은 누가 했는지, ...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출판사 측의 부정직함 또는 불성실함을 이야기해야 할까?

그리고 오타가 너무 많다. 책 내용도 읽어주기 참 힘들었는데, 거기다 오타까지! (짜증이 몰려왔다!) 오타를 체크하다가 너무 많아 도중에 그만 뒀다. 체크해 둔 몇 군데만 적어본다.

boot tube(19쪽) / 결백이 증명기 전까지는(24쪽) / 자유롭게 삶을 영위하는 사람을 뜻하기 이다(27쪽) / ... 사업을 한다며 진 을 청산하기 위해(83쪽) / ... 한국어는 제밥 구사할 수 있게(430쪽).   * 오타 강조는 비프리박.

오타는 독자에 대한 결례이기에 앞서, 출판사가 자사의 상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반드시 점검해야할 기본적인 사항이 아니던가? 출판사 (편집부) 측의 업무 태만을 이야기해야 할까? 그리고 왜 목차에서 소단원별로 필자를 명시하고 있지 않은지, 그것도 생각할수록 우습다.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더 발칙한 한국학? 그저 불편하고 식상할 뿐. 그냥 제발 좀 발칙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 한국학? 글쎄 '학'이란 글자가 이 책의 '격'에 어울리기는 한 걸까.
- 일관되게 외국인들이 겪은 한국에 관한 안 좋은 추억들로만 채워놓은 책.
- 안 좋았던 추억을 모으면 그것이 '발칙하다'는 것인지. (발칙함의 뜻을 알긴 하는 건지?)
- 한국에 좀 거주했다는 이유로 적은 듯한 2008년 촛불집회에 관한 생각은 다분히 편향적.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각까지 바라지 않는다. 다만 공정하기만이라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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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29 일 20:40 ... 22:40  비프리박
 
 
더 발칙한 한국학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J 스콧 버거슨과 친구들 (은행나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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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Daum책이나 Tistory와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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