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   책 제목이 주는 무거움에 비해 다소 짧은 시간인 두시간 만에 읽은 책입니다. 책의 판형은 좀 작습니다. 글자 크기도 좀 큰 편이고 여백의 미(?)도 좀 있습니다. 그래서, 느리게 읽기의 달인이라 할 제가 책 한권을 두시간만에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강상중, 고민하는 힘, 이경덕(옮김), 사계절, 2009.   *원저출간 2009.   *본문 총173쪽.

알라딘-티스토리 서평 미션꺼리(?)로 받은 책입니다. 5월10일(일) 수령. ^^
바로 이 책 읽기로 돌입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5월8일(금)~5월16일(토)에 걸쳐 「세 잔의 차」를 읽고 있었거든요. 개츠비님(G_Gatsby)으로부터 받은 뜻깊은 책선물「세 잔의 차」는 400쪽이 넘는 대작이랍니다. ^^;;;  결국 강상중의 이 책은 5월17일(일), 18일(월)에 읽었고, 하루에 한시간씩을 투자했습니다. ^^ 5월19일(화)에 리뷰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군요. 제가 원해서 읽은 책들은 리뷰가 밀려있건만! 말입니다. ^^

강상중은 현재 도쿄대학 정교수라는군요.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채, 일본에서 정교수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해서 도쿄대학의 정교수가 된 재일 한국인으로는 그가 최초라고 합니다. 강상중이 걸어왔을 순탄치 않았을 개인사에 관심을 갖고 펼쳐든 「고민하는 힘」이었습니다.


             강상중, 고민하는 힘을 기르자 한다. ^^


( 강상중, 「고민하는 힘」뒷표지.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


 

1.  삶의 근원적 고민꺼리들, 하지만 정해진 답은 없다

이 책에서는 서장을 포함, 총 10개의 고민이 등장합니다. 삶에 관한 근원적 고민들입니다.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 인류사를 수놓고 있는 철학적 고민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그런 고민들입니다.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서장)
"나는 누구인가?"(1장)
"제대로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3장)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5장)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8장)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이같은 질문은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서 물어져야할 질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동시에 이런 질문은 매우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지요. 강상중이, 질문은 하고 있으나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단지 고민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했던 고민의 내용을 적어보자는 의도도 있는 것 같구요. 질문들에 대한 본인의 답을 명쾌하게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습니다. =.=a

 
 
2. 근대는 인간에게 고민을 요구한다

강상중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신의 시대' 중세가 저물고 '인간의 시대' 근대가 열리면서 인간의 고민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대 이전에는 모든 문제에 관해서 '신의 답'이 나와 있었지요. 근대에 접어들면서 모든 문제는 '인간의 고민'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구요. 우리는 이제 생각없이^^; 살기 힘들어진 것이지요. 강상중은 이런 맥락 속에서 종교와 믿음의 문제에 관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현재의 종교는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종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 그 자체였으며, ... / ... '개인이 믿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가 믿는 것'이었습니다. / ... 그것은 매우 행복한 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 수많은 질문에 대해 주변에 있는 세계가 이미 해답을 준비해서 알려주었습니다.

... 신앙에 의한 은폐[보호]가 사라지고 '개인'에게 모든 판단이 맡겨진 근대 이후, 해결하기 힘든 고민이 시작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98-99쪽, 5장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에서)   * [   ]는 비프리박.

근대가 시작된 것은 달리 말하면, '행복한' 시절은 가고, '고민'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이제 고민은 우리 개개인의 몫이란 겁니다. 고민을 해야하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래서 강상중은 연속해서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a
 
 

 
3. 강상중의 모든 근대적 고민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로 통한다

강상중은 이 책에서 자신이 제기하는 거의 모든 문제에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끌어오고 활용하고 그들의 저작에서 얻은 힌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막스 베버는 적어도 고교 시절 사회과목 시간에 다들 들었을 익숙한 이름이지만 나쓰메 소세키는 낯선 이름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얼마전에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소설을 읽은 바 있어서 조금 반갑긴 했지만, 독자 모두가 나쓰메 소세키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닐테니, 강상중이 제기하는 고민해결의 힌트들 앞에서 '좀 쌩뚱맞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강상중이 끌어오고 인용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막스 베버의 저서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어쩌면 '양말 신고 발바닥 긁는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강상중은 자신이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를 끌어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사회현상에서도 백년 전의 것과 비슷한 것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 / 이런 의미에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백년 전에 쓴 것을 다시 읽어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4쪽)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개인'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가 내놓은 문제와 마주했습니다. ... 그런 그들을 실마리로 삼아 거기에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섞어서 '고민하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 (26쪽)

(24쪽, 26쪽. 서장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에서)


 
4. '청춘은 아름다운가?' 강상중의 청춘론에 크게 공감하다

이 책의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 파트를 읽으면서 청춘에 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머물러 있지 않음으로써 가장 큰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시기, 청춘...! 선조들과 선배들의 말씀으로, 눈깜짝할 새 지나간다고 하는 그 시기, 청춘기...!

少年易老 學難成(소년이로 학난성 - 젊은 사람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이란 말이 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청춘'을 생각하면, '학난성'은 그렇다 하더라도 '소년이로'란 어구가 떠오릅니다. 청춘의 덧없음을 정확히 지적한 표현이란 느낌이거든요.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행하지 않고 청춘을 보내는 것이 공허하다면,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매몰되어 나를 돌보지 않고 청춘기를 보내는 것은 허무하다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는 저에게 강상중이 적은 다음과 같은 대목은 큰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엘리트 대학생들은) TOEIC이 900을 넘지 않으면 취직이 힘들다고 말하며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 나는 왠지 모를 위화감에 사로잡혔습니다. / 그들 가운데에는 아직 이십대인데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 분명 그런 학창 시절을 보내면 일류 기업에 취직할 수 있고 높은 월급을 받는 엘리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에 청춘기이기 때문에 마음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열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 / 우리 모두의 인생 속에 반드시 존재하는 '청춘'을 알지도 못하고 끝을 내거나 그 소중한 청춘을 매일 한 장씩 떼어서 버리는 것, 그것은 불행이 아닐까요?
(88-89쪽,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에서)



 

  <리뷰의 결론>
- '근대'가 시작된 이후로 '고민'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 되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 강상중은 고민을 해결해주지도 않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도 못하지만,
- 원래부터가 그런 질문들이고, 그걸 고민거리로  던져놓은, 「고민하는 힘」이다.
-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강상중이지만, 그의 이 책에서 고민 해결의 힌트라도 얻는다면
  그리고 고민하는 힘과 능력을 얻는 데 조금의 암시나 실마리라도 얻는다면
  이 책은 아마도 자신의 목적과 임무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9 0419 화 07:00 ... 07:30 & 10:30 ... 11:00 & 11:40 ... 12:10  비프리박


고민하는 힘 - 6점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사계절출판사

 p.s.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Tistory와 알라딘과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