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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번역판으로 출간되었다는, 모리야 히로시의「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시아출판사, 2009).
먼저, 책의 구성은 이렇다. 1부 인간관계의 지혜 2부 사람을 쓰는 지혜 3부 소박한 일상의 지혜 4부 상황에 대처하는 지혜 5부 인생을 위한 지혜 6부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 부별로 즉, 장별로 각각 20 꼭지 안쪽의 중국고전 명문장을 인용하고 해설한다. 또한 그 20꼭지는 다음과 같은 서술방식의 반복이다. (다음은 52~54쪽의 예.) {인과 의} 인(仁)은 마음의 도리이고, 의는 사람이 걸어야할 길이다. 仁人心也, 義人路也. 「맹자孟子」 두쪽 정도의 설명 혹은 해설 혹은 일화소개 仁人心也, 義人路也. (한글자씩 뜻과 음 풀이) 이렇게 전개되는 대략 100~120개의 명문장 가운데서 개인적으로 7개 정도가 인상적인 문장이었다. 물론, 그 7개 중에는 물론 이미 알고 있는 문장도 있었다. 이 역시 비판적인 서평을 쓰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독한 리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제목부터「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가 아니라 「고전의 숲에서 지혜을 만나다」가 맞다. 아닌가. 하지만, 이건 저자와 출판사가 누리는 고유한 자유에 속하는 것이니 접어두자. 1. 작위적인 일화의 반복 이 책은 중국고전에서 따온 명문장을 소개한다. 상당 부분 삶의 지혜가 담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모리야 히로시는 자꾸만 자신의 작위적인(!) 일화를 들먹인다. 어떤 기업의 경영자를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든가, 어떤 회사의 사장을 만났을 때 이런 하소연을 들었다든가, ... 하는 식으로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어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적지 않는다. 그냥 계속, 거기서 거기인 일화를 끄집어낸다. 다분히 작위적인 것들을 말이다. 이젠 이런 작위적인 에피소드는 좀 그만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고전의 명문장을 해설하는 데 판에 박힌 어설픈 에피소드는 뭐하러 계속 끌어오는 것인가. 그냥 명문장을 낳게 된 고사를 끌어와서 해설하거나 충실한 어구풀이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2. 이 책은 '사장님'들을 위한 '경영지침서'(?) 이 책은 중국고전에서 따온 명문장을 소개한다. 상당 부분 삶의 지혜가 담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다분히 '경영지침서'의 인상을 풍기는 결론으로 흘러가기 일쑤다. 책은 총 6부로 나뉘고 여섯개의 제목은 모두 '지혜'로 끝이 난다. 그런데, 경영에 끌어다 붙일 수 있는 장(章)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박한 일상의 지혜>라든가 <인생을 위한 지혜> 같은 장에서 명문장의 귀결과 결론이 십중팔구 경영지침으로 끝나는 건 좀 아니다. 일반 독자는 대부분 '사원'일텐데, '사원'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항상 '사장의 마음가짐'으로 귀결된다. 이 책은 왜 온통 '경영지침서'같은 느낌을 주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실제로 경영을 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닥 쓸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진. 3. 삼국지의 유비에 대한, 도를 넘은 폄하 이 책은 중국고전에서 따온 명문장을 소개한다. 상당 부분 삶의 지혜가 담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꽤나 심심찮게, 온갖 해설에서 삼국지를 들먹이는 것은 별로 안 반갑다. 그것도 삼국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유비에 대해서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다면 말이다. 유비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실, 나도 유비에 대해서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그닥 긍정적인 평가를 했던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모리야 히로시가 삼국지를 끌어올 때는 유비는 약방의 감초 수준으로 등장하고 거의 항상 '폄하'로 끝을 맺는다. 저자 모리야 히로시의 이같은 폄하는 들어주기에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유비 까대기'에 여념이 없다고 해도 될 수준이다. 유비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않는 나같은 사람도, 책을 넘기다가 '또 유비 까기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비가 무슨 밤이냐. 그렇게 까대게. -.-a 4. 오타와 오역의 한계치는 어디까지일까 이 책은 중국고전에서 따온 명문장을 소개한다. 상당 부분 삶의 지혜가 담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정번역판이라는 이름까지 달고 나온 책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잘못된 한자와 엉성한 번역은 눈에 거슬린다. 이것은 모리야 히로시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번역자와 출판사 측의 잘못이겠지만, 책에 관한 '서평'이니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인상적인(?) 것만 예를 들어 보면, 64쪽에선 고서 <순자旬子>의 한 대목이라 인용된 한자어구에 "쨘"이란 글자가 보이고(헐!)
249쪽과 251쪽에 등장하는 한자 인용구는 동일한 한자 인용구임에도 다른 글자가 보인다. 251쪽 慍(성낼 온)이 들어가야할 자리에 熅(숯불 온)이 콱 박혀 있다. 개정번역판이라는 책에 말이다. 이건 단적인 예일 뿐이다. 간간이 보이는 엉성한 번역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내가 지금 한국말로 된 책을 읽고 있는 것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니까 말이다. 예컨대, '약간 취한다'는 뜻의 微醉(미취)는 313쪽에서 '거나하게 마신다'로 번역되어 있다. '거나하게 마시는 것'과 '약간 취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적은 것 외에도, 독한 리뷰를 맞이해야 할 것은 많다. 2부의 제목처럼, 아마도 用人(용인)이란 한자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겠지만, '사람을 쓴다'고 표현하는 것이 주는 거부감도 그렇고, 병서(兵書)에서 끌어오는 전쟁과 전투 개념의 인용구들이 해당 장(章)과는 무관하게 등장하는 것도 책 속으로의 몰입을 가로막는다. 솔직히 3부 <소박한 일상의 지혜> 파트에, "군주의 즐거움", "나라를 다스리는 길", "군주에게 봉사하는 길" 같은 항목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장별 제목과 내용이 무관하다면 과연 장별 제목은 왜 매기는 것인가. 그리고 출판사 측은, 317쪽과 382쪽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정체불명의 얼룩과 흔적들에 대해서 과연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리뷰의 결론> - 중국고전의 명문장들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도 읽기 지루한 중국고전 명문장 해설서. - 중국고전의 명문장들을 접하고픈 입문자는, 읽기 전에 반드시 인내력을 챙길 것을 권함. - 개정번역판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잊고서 읽어야 할 책. - 중국고전의 명문장을 해설한 다른 책들을 빛나게 해주는 멋진(?) 책. 2009 0526 화 13:20 ... 13:50 가닥잡기 2009 0527 수 04:00 ... 05:15 비프리박 |
지혜의 숲에서 고전을 만나다 - 모리야 히로시 지음, 지세현 옮김/시아출판사 |
p.s.1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 방향은 Tistory나 알라딘과는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
p.s. 2
짧게 쓰자고 생각한 서평이 또 길어지고 시간도 많이 걸렸군요.
사실 독한 리뷰를 쓸 때에는, 책을 읽는 데 들인 시간만 생각해도 아깝고,
리뷰에까지 시간을 들이기는 더더욱 아까운데... 말입니다.
그래도, 리뷰가 유용할 어느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아봅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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