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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목에 끌리는 책이 있지요. 때로는 출판사 이름이 거기에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비극'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겠죠. 끌림과 상승작용이 클수록 배신감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책 제목이 책 내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출판사가 저자를 보증하는 것도 아닐테니까요. 이 책이 바로 그랬습니다. 김태형, 불안증폭사회: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위즈덤하우스, 2010. * 본문 294쪽, 총 307쪽. 2010년 1월 22일(토)부터 24일(월)까지 읽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24일(월)에 읽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더 이상 읽기가 힘들어서 말이죠.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자의 논지와 글 전개 방식이 읽어내기 힘들었습니다. 23일(일)까지만 읽고 책을 덮었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한 지인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해서 다음날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하지만 그날 하루 더 읽고 책은 다시 덮어질 운명이었나 봅니다. (구체적 내용은 아래 본문 항목 참조. 특히 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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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은 과연 '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를 할 수 있을까. ▩
김태형, 「불안증폭사회:벼랑 끝에 선 한국인의 새로운 희망 찾기」.
과연 김태형은 그런 진단과 분석으로 '희망'을 찾을 있을까.
오랜만에 만난, 도중에 덮어버리고 싶었던 책.
1. 이 책은? 이 책을 읽다가 덮어버린 이유? '읽다가 중간에 던져 버리고 싶은 책'이란 표현이 가능하다면 이 책이 바로 그랬습니다.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입장은 저 역시 저자와 같습니다만 입장이 같다고 해서 반드시 주장까지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제 주장과 다르다 하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얼마든지 들을 마음가짐이 되어 있습니다만 모든 주장을 다 끝까지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이죠. 심리학자라고 하는 김태형은 이 책에서 한국 사회를 '불안을 증폭시키는 사회'로 진단하고 그 원인을 '신자유주의'로 지목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병폐을 '9가지 심리코드'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제 경우, 불안 증폭 사회 '진단'까지는 동의가 가능합니다만 모든 게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지목'하는 데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고 9가지 심리코드를 짚어나가는 '설명'은 도무지 수긍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내막을 몇 갈래로 나누어 적어봅니다. 2. 덜 분석적인, 덜 분석적인. 책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 들었습니다. 좀 분석적일 순 없는 걸까, 좀 치밀할 순 없는 걸까, 좀더 앞뒤를 따져볼 순 없는 걸까, ... 하는 그런 생각요. 그런 예는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참 갑갑했습니다. 하나하나 여기에 인용하고 비판하고 싶지만 기억에 남는 하나만 예를 들어 보죠. 어린 나이부터 이기심의 공세에 노출되어왔다는 사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한편 전쟁이 나도 총을 들고 나가 싸우지 않겠다는 응답률은 고교생이 55.8퍼센트, 대학생이 58.4퍼센트에 달했다. ... 하긴 어릴 때부터 대인불신감을 한껏 키우도록 교육받은 탓에 한국사회를 사랑하고 신뢰할 수 없게 된 젊은이들이, 그런 세상을 지키려고 애쓸 리가 없지 않은가.
(73쪽, <이기심>에서) '이기심'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전쟁이 발발해도 안 싸우겠다'는 젊은 세대의 비율을 끌어옵니다. 젊은 세대를 '이기심'으로 비난하기에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그리고 얼핏 보기에는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기존의 젊은 세대 비난 프레임의 답습일 뿐 아니라 너무나도 분석적이지 못한 접근입니다. 젊은 세대들에 대한 조사 결과가 저렇게 나왔다고 해서 그걸 '이기심'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죠. 거기에는 사회지도층의 병역기피 행태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고, 전쟁 자체에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의 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그들에게 '거시적 국가적 문제의 가정'은 어필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예는 "요즘 아이들은 의존적"(138쪽)이라는 지적도 그랬습니다.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하나하나 따져 짚으면 전혀 말이 안 되는 그런 주장을 폅니다. 이런 거 짚어내자면 끝이 없을 거 같습니다. 3. 나도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에 의해 도입된 자본 중심의 시스템입니다. 우리사회로 국한해서 이야기할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본격화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고요. 그 시기야 이견이 있을 수 있으니 접어둔다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에 점령당한 사람들의 삶과 마음'과 같은 (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약간의 과장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대부분의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전 사회를 완전히 지배하는 주류 이데올로기이자 문화가 되었다. 이것은 곧 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신자유주의에 점령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43쪽)
90년대 들면서 서서히 불어오던 신자유주의 바람에 뒤이어 한국을 무자비하게 강타한 IMF경제위기는 모든 지역공동체, 직장공동체뿐만 아니라 혈연공동체들까지 산산이 조각내버렸다. (83쪽) 위의 인용이 담고 있는 취지는 이 책의 저자인 김태형이 펴는 논의의 시작이자 끝인데요. IMF 구제금융 시점 이후 대한민국의 공동체가 파괴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글쎄, 저자의 주장을 펼치기에는 편리할지 모르겠으나 사실과는 다르죠. 단적인 예로 (동기와 결과야 어찌 되었든) 금 모으기 같은 예로 공동체 의식을 이야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이라면 모를까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이자 문화'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자유주의를 경계로 사회 내에서 찬반 대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설사 김태형의 말대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파괴된 공동체라면 그래서 사람들의 심신이 황폐화하고 심리적 불안이 증폭된 것이라면,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하지 않는 한 황폐한 심신과 불안한 사회는 고정불변인 것이 아닐까요. 게다가 김태형은 신자유주의를 사회 시스템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점령한 이데올로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태형의 논리대로라면 우리에게는 해법이 없는 겁니다. 신자유주의를 '적'으로 설정하려는 의도에서 신자유주의를 현실과 다르게 너무 부풀린 것이죠.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리뷰를 두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리뷰의 나머지 부분은 http://befreepark.tistory.com/1262에서 이어집니다. ^^a 아무래도 포스트 하나가 너무 길면 스크롤다운의 유혹이 커져서요. ^^;;; 리뷰 part 2는 평소대로라면 수일 내로 올라올테죠? ^^ * 다음은 리뷰 part 2의 주요 항목 4. 책에서 말하는 공동체, 다른 차원의 해법 5. 책에서 사용되는 말투와 과장이 좀... 2011 0128 금 06:10 ... 08:40 비프리박 2011 0128 금 1055 분리게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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