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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만화 주인공 캔디를 만들 것인가, 백마탄 왕자를 만나 신분상승하는 동화 속 신데렐라를 만들 것인가. 내심, 두 경우의 수를 어떻게 피해 갈 것인가, 기대했습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이야깁니다.

우연히 1회를 본 게 잘못(?)이었습니다. 2회를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그후 챙겨볼 수 없는 바쁜 나날들을 꽤나 보낸 다음 여섯 회인가 여덟회인가를 한꺼번에 몰아서 폭풍 시청했던 기억 납니다. 시크릿 가든은 그만큼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원칙 같은 건 없지만, TV드라마를 잘 챙겨보는 편도 아니며 그것에 관해 리뷰를 쓰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근데 이번 시크릿 가든은 빠짐 없이 챙겨 봐야 했고 리뷰를 쓰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습니다. 원칙 위반 같은 거 아니니, 하고 싶은 건 해야죠.



       안 보고 못 배긴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관한 몇가지 생각과 아쉬움. 

사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시간에 느닷없이 찾아온다. 김주원과 길라임의 시작처럼.

 
{ #1 }  만화가 원작일 거라 확신했던 첫 회의 강렬함.

우연히 1회를 본 후 "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 ..." 되뇌면서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검색 결과물은 만화 '시크릿 가든'을 내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회를 보면서 화면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이 분명하다, 확신할 만큼 비주얼이 뛰어났습니다만. -.-a

검색을 하다가 만난 어떤 웹문서에서 작가 김은숙이 비주얼에 뛰어난 드라마 작가라고 적고 있는 대목을 접했습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첫회는 그만큼 강렬했고 그래서 저는 주저없이 '시크릿 가든'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본방 사수하면 기쁘고 그게 안 되면 iptv로 꼭 챙겨봐야 하는 그런 상황의 연속. ^^;


{ #2 }  한 인간의 자존감을 흔들어 깨운 (초반) 현빈 캐릭터.

소위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혹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로 명명되는 현빈의 캐릭터(극중 김주원)는 저에게 까칠하거나 차갑다는 느낌 이상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해도 되는 그런 사람이 아냐."라든가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냐."라든가 하는 말의 반복은 그 말을 저의 삶과 행동 속으로 밀어넣기에 이릅니다.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려는 저에게 내면의 저는 "나는 ~~해도 되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라는 말로 제 자존감을 일깨웁니다.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대사는 시크릿 가든이 남긴 명대사(?)가 되었는데요. 이 역시 남에게 들이대는 반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되묻는 작업 마무리 멘트로는 아주 최적입니다. 이 내향적 질문이 외적 자존감 확보에 기여하는 것이죠.

작가 김은숙이 뛰어났든 배우 현빈이 뛰어났든 아니면 그 둘 다이든 저는 그래서 극중 김주원의 캐릭터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남자인 주제에(!) 소위 '현빈 앓이'란 것을 하고 있습니다. 제 나름 좋은 평가와 인상을 갖고 있는 하지원 역시 좋아하긴 합니다. 


{ #3 }  남녀 몸을 맞바꾸어도 별로 할 건 없는?

10회 안쪽이었을 겁니다. 처음으로 영혼이 바뀐(몸이 바뀐) 두 등장인물은, 익숙하면서도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맞바뀐 남녀의 신체 앞에서 특별히 해내는 것이 없습니다. 굳이 남녀의 맞바뀜에 국한하지 않고 스턴트 우먼과 백화점 사장의 역할 맞바뀜으로 봐도 별 달리 하는 게 없는 건 사실입니다.

영혼이 서로의 몸으로 바뀌어 들어간 후 '바뀐 현실'에 부적응하는 것인지 현실을 인정을 못하는 것인지, 드라마의 서사는 계속 겉돌고 헛돕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드라마가 남녀의 신체 맞바뀜이라는 선정적 소재(주의)에 매몰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걸 반증하기라도 하는 듯, (시청자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인지) 겉보기 캐릭터를 원상회복시켜 극을 진행하기도 했다죠. 물론 그 자체로서 신선한 시도이긴 했다는 점은 흔쾌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 #4 }  소위 "내가 니 아부지다!"를 방불케 하는 막장 드라마의 재현?

주로 저녁 일일 드라마에서 보이는, 주 시청자들의 치매방지를 노린 듯한(?), 극중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가계도(家係圖)와 어디선가 튀어나와 극을 뒤흔드는 우연적 돌발변수들. 흔히 이걸 우리는 '막장'이라고 표현하고, 극적으로 "내가 니 아부지다!"로 압축하고 있는 것일 텐데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기존 드라마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어서 '막장'적 요소가 안 보였을 뿐, 따지고 보면 그런 요소가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여 주인공이 사랑한 남자가 알고 보니 여 주인공의 아버지(소방관)가 목숨과 맞바꿔 구해낸 청년이었다라든가, 더럽게 사랑한 남자가 어느 날 기억상실증에 걸려 여 주인공을 몰라본다든가, ... 이건 뭐 극 전개와 구성이 적잖이 막장적인 요소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죠.

뭐, 그럼에도 그 드라마에 빠져 있는 건 뭐냐! 라고 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



{ #5 }  김주원(현빈 분)과 길라임(하지원 분)이 일에서 성공할 순 없는 건가.

우리 드라마에 대한 비하로 잘 하는 말이 "메디컬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질하는 이야기, 수사 드라마는 형사가 연애질하는 이야기, 법정 드라마는 변호사가 연애질하는 이야기, 음악 드라마는 뮤지션들이 연애질하는 이야기, ..."라는 건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비하도 아니죠.

저는 이번 '시크릿 가든'이 애초부터 '연애' 이야기이긴 하지만 드라마가 '연애질'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현빈이 맡은 백화점 사장이라는 캐릭터가 적극적으로 도전적으로 진취적으로 맘 먹은 일을 착착 수행하고 그런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위태위태한 회사내 입지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또 위태위태한 가족(친족) 내 위치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사랑을 이뤄내는 과정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지원이 맡은 스턴트 우먼이라는 극중 캐릭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의 연애와는 별개로 자신이 꿈꾸는 바를 착착 진행하고 일궈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영혼이 바뀌는 탓에 그게 현실적으로 힘든 이유까지 개입하니. -.-;)

그저 제 바람인 것이죠. ^^ 
이제 두회분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제 바람은 공염불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늘 19회, 내일 20회를 남겨놓은 시점인데요. 김주원과 길라임은 열여덟회만큼 아팠으니 엔딩은 새드가 아닌 해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땅에 자식의 사랑과 결혼을 가로막는 못난 부모들도 그 수가 좀 적어졌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서사의 축으로 하는 가학적-피학적 드라마도 좀 줄어들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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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113 목 15:40 ... 16:20  거의작성
  2011 0114 금 19:35 ... 19:45  비프리박
2011 0115 토 07:50 ... 08:30  조금손질


p.s.
이 글은 (18회까지 방영된 시점에서) 16회까지 챙겨본 후 작성한 글이었습니다. 1월 14일(금) 심야에서 15일(토) 새벽으로 이어지는 시간에 17회와 18회를 봤습니다. 이렇게 챙겨보게 만드는 드라마라니까요. ^^ 언제 HDTV 화질의 영상을 구해서 DVD로 구워놔야겠습니다. ^^ 어쨌든, 글 작성 후부터 글 발행 사이에 17회와 18회를 시청했지만 포스트는 원래 작성한대로 발행합니다. 애초부터, 시청한 회가 늘어났다고 고쳐야 할 그런 성격의 글은 아니었으니까요. 아. 그리고 오스카(윤상현 분)와 윤슬(김사랑 분) 커플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는데 포스트의 길이와 성격 때문에 못 적었네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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