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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곳인가?" "명당을 알려면 풍수라는 말부터 이해해야 할 거요. 풍수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외다. 곧 좋은 바람과 물을 얻는다는 뜻이오. ..." "명당은 바람과 물이 적당한 땅이겠군." "바로 보셨소. ... 사방에서 부는 찬바람을 막아주고 내가 사는 집 앞으로 깨끗한 물이 흘러들어 사철 물 걱정 없이 사는 곳, 그곳이 바로 살기 좋은 땅 아니겠수. ..." "장풍득수라‥‥‥. 그렇지 도원도 결국은 그런 땅이겠지." (86쪽, 화원 안견과 풍수가 목효지의 대화에서) 장편 소설의 제목 <몽유도원>은 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안평대군의 꿈을 그렸다는 안견을 통해 작가 권정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생소한 이름의 풍수가 목효지는 어떤 사람일까. 권정현은 그를 어떻게 복원해 낼 것인가. 권정현, 몽유도원:안견과 목효지 꿈속에서 노닐다, 위즈덤하우스(예담), 2009. * 총 419쪽. * 본문은 12-409쪽.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때에는 인상 깊은 <바람의 화원>을 연상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조선 초기의 실타래처럼 얽힌 역사적 사실들이 생동감있게 묘사되면서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사뭇 빨라졌습니다. 2009년 11월 6일(화) 택배수령한 위즈덤하우스(예담) 서평단 미션 도서입니다. 11월 16일(월)부터 읽기 시작해서 11월 19일(목)에 끝마쳤습니다. 진작에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업무가 바쁜 시즌을 보내다 보니 리뷰 포스팅 시점을 놓쳤습니다. -.-a 그래도 올려야 할 건 올려야죠. 올해는 넘기지 말고 리뷰를 작성하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가능해서 다행입니다. ^^ ※ 거의 항상 그렇듯이, 제 리뷰 포스트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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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몽유도원도에 담긴 안평대군, 안견, 목효지의 꿈! (권정현) ▩
( 그림이 아닌 꿈을 그린 화가 안견, 땅이 아닌 사람을 본 풍수가 목효지. 새로운 세상을 꿈꾼 그들의 이야기. )
1. 이 책은? 이 책에는, 「몽유도원」이라고 했을 때 짐작하는 그대로 몽유도원도가 세상에 존재하게 된 앞과 뒤, 역사적 흐름을 좇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을 날개를 달아, 사실의 빈 틈을 채우고 있습니다. 화원(畵員) 안견의 고민과 번뇌가 그대로전해지는 듯 합니다. 이 책의 다른 한 축에서는 풍수가 목효지를 소설적으로 복원합니다. 생소한 이름의 목효지는 상민에서(?) 노비로 전락한 집안에서 태어나 풍수학을 익힌 풍수가입니다. 그가 없었으면 지금의 몽유도원도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안견은 주변적 등장인물이 되고 목효지가 소설의 전면에 등장합니다. 조선 초기, 수양대군을 둘러싼 정치적 난맥상의 한가운데 서 있는 목효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권정현이 있어 목효지가 생명을 얻은 것 같습니다. ^^ 2. 화원 안견의 꿈 안견은 지금껏 누구도 그리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전부가 아닌, 손에 만져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 붓의 농담만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군왕이 바뀌어도, 그림의 소유자가 바뀌어도,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기를 거듭하여 산 시대를 꿈틀거리는 산맥과 강줄기가 천년만년 뻗어가기를 바랐다. (45쪽, <담담정>에서) '그렇다! 풍경이 아니라 꿈을 그리자. 모든 욕망이 제거되고 순수하게 도달해야 할 꿈의 공간, 현실이 아닌 꿈이기에 우리가 간절히 동경할 수 있는 그곳.'(91쪽, <현동자>에서) 아마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든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이 있겠지요. 시대를 초월하여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일 것 같습니다. 권정현의 소설 「몽유도원」에서는 화원 안견의 꿈이 세밀하고 섬세한 터치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바람의 화원>에서 접한 김홍도와 신윤복을 자주 떠올려야 했습니다. 3. 안평대군의 꿈 "참으로 기이한 꿈을 꾸었네‥‥‥." ... "기이한 꿈이라 하심은‥‥‥." "지난밤 옛적 도연명이 보고 왔다는 그 무릉을 나도 다녀왔네." "꿈속에서 말이옵니까?" ... "... 내 꿈을 그려주게." ... "그건 제 꿈이 아니라 나리의 꿈이 아닙니까?" "내 몸을 빌었으나 이제부터 꿈은 자네의 것이어야 하네. ... 내 하룻밤 꿈이 온전히 자네의 것이 되었다고 믿게 될 때, 내 마음이 자네의 손끝에 전해질 때, 그때 그리게." "그리 해보겠습니다‥‥‥." "눈이 아닌 가슴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려주게. 가슴에 새겨진 그림은 천년 세월도 뛰어넘을 수 있지. 자네와 내가 죽어도, 조선이 지고 새 나라가 세워져도, 죽지 않고 영원으로 사는 그림을 그려주게. ... 그게 오늘 자네를 부른 이유일세." (78-80쪽, <도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린 것이죠. 생각할수록 "남의 꿈을 어떻게 그리나?"라는 생각이 들어 어불성설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꿈의 주인이 예술을 사랑하는 안평대군이었고 그걸 그린 사림이 안견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 이상 이제 그림 속에 담긴 꿈은 안평대군의 것이면서 동시에 안견의 꿈이기도 합니다. 물론, 세월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그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의 것이기도 합니다. . 4. 목효지의 꿈 이 책에서는 풍수가 목효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이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풍수(사상)에 관한 설명은 독자에 대한 배려일텐데, 그것은 목효지의 독백과 대사를 통해 잘 전달됩니다. 풍수에 관심이 있든 없든, 우리의 풍수사상 혹은 풍수지리에 관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효지와 그의 스승이 바라보는 사람 중심의 풍수학도 접할 수 있고요. ^^ 땅을 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째가 산과 산 주변의 형세를 보고 기의 흐름으로 땅을 파악하는 것으로 풍수에선 이를 형세론이라고 불렀다. 둘째는 지형의 외형적 특징을 사물의 생김에 빗대어 그 특징에 따라 분류하니 곧 물형론이다. (205쪽) 목효지는 일 년이 채 안 돼 십여 권의 풍수 서적을 달달 외웠다. 다음 해부터 기화스님과 청주목 인근을 샅샅이 누비고 다니며 비법을 전수받았다. 기화스님은 ... 특히 산이나 터의 외형을 사물에 빗대어 그 사물의 특성과 인간의 운명을 연결하는 물형론에 비중을 두었다. 그것은 풍수를 배우던 목효지에게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234쪽) "땅을 보는 지관이 갖추어야 할 최종 덕목은 직관이다. 직관은 마음에 번뇌가 없고 고요하며 사물과 자아가 하나가 될 때 발현되는 것이다. ..." "그렇다면 풍수의 궁극은 무엇입니까?" "사람이다." (235쪽, 기화스님과 목효지의 대화 중에서) 몰락한 노비 가문 출신이기에 목효지는 이 땅의 가난한 이들에게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풍수학이, 그 중심에 땅이 아닌 사람을 모시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음의 독백은 그래서 울림이 있습니다. 묻힐 곳조차 얻지 못하고 버려지는 시신이 널렸는데, 나는 그간 사람을 보지 못하고 땅만 좇은 게야.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땅 한평도 안 되는 양지춤이거늘, 명당이 다 무엇이며 땅속의 기가 무슨 소용인가. (목효지의 독백) (277쪽, 신선의 땅에서) 5.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는 조선 초 목효지의 항변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 "국사를 위해 바른 말을 할진대 죽일 생각부터 한다면 누가 바른 말을 하겠습니까? ..." (239쪽, <기화스님>에서) "소인을 부르신 건 의견을 듣고자 함이 아닙니까? 한데 의견마다 부정을 하면 어찌 바른 말을 올리리까. ...". (299쪽, <맹호출림>에서) 굳이 '미네르바 구속' '촛불집회 참가자 줄줄이 피소' ... 같은, 슬픈 우리의 현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2008년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고 어떤 당이 국회 다수당이 된 후, 우리 사회의 '말'은 갇히고 닫히고 속박 당하고 있습니다. 조선 초기를 살다간 목효지가 자신의 '말'을 전하고자 하는 항변으로부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벗어나 있는 것일까요. 과연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리뷰의 요약> (긴 글 읽기 힘들어하는 분들을 위한! ^^) -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과정을 섬세하고 세밀한 터치로 그린 장편소설. - 안견의 손을 통해 그려진 안평대군의 꿈, 몽유도원도가 세월의 시련을 뛰어넘을 수 밖에 없는 과정에 관한 묘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그 과정의 소설적 복원과 재구성. - 역사 속에 묻혀 있던 풍수가 목효지의 생동감 넘치는 복원. 몰락한 노비 집안의 후손, 목효지가 맞이하게 되는 비운의 삶과 죽음. 권정현에 의한 이의 생생한 복원과 재구성. - 조선 초기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의 뼈대에 살을 붙일 수 있는 좋은 기회. ※ 불행히도 몽유도원도는 현재 일본의 국보가 되어 덴리(天理)대학교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덴리대학교로부터 임대하여 2009년 9월 29일부터 9일간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전시된 바 있으나, 덴리대학교는 앞으로 더는 임대 전시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414쪽.) 2009 1226 토 21:00 ... 22:10 비프리박 2009 1228 월 15:30 예약발행
p.s. "본 도서 리뷰는 위즈덤하우스(http://www.wisdomhouse.co.kr)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리뷰의 내용이나 방향은 위즈덤하우스와 무관합니다. 한 명의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은 후 작성하는 독립적인(!) 서평, 리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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